K'naan, 정치와 사회 문제를 고찰하는 소말리아 출신의 저항 시인 K'naan의 두 번째 앨범 원고의 나열

음악가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을 나타내거나 사회상을 조명하는 노랫말이 담긴 랩 음악을 좀처럼 발견하기 쉽지 않은 요즘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주류 음악계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뿐 언더그라운드로 들어가면 몇몇 래퍼, 힙합 뮤지션들이 여간해서는 나아지지 않는 흑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거나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든가 권력이 남용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풍부한 고민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다. 물론, 그 정도의 깊이와 구체를 담보하지는 못해도 나스(Nas), 모스 데프(Mos Def) 같은 유명 뮤지션이 '컨셔스 힙합(conscious hip hop)'이라는 개념 하에 종교 문제, 폭력에의 반대 등 다채로운 주제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의식성 부분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무리 진지하고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룬 노랫말이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강렬한 리듬과 세련된 사운드, 현란한 래핑이 중시하는 풍토가 형성된 시점에서 청취자들이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청각적 요소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은 대중에게 호소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면 그런 부족함으로 인해 정치성과 사회성을 배태한 의미심장한 가사로 이뤄진 노래가 안타깝게 소외되기도 한다. 내용과 반주가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비주류 음악으로 물러선 이 폴리티컬 힙합(political hip hop)도 다수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인물이 소말리아 출신의 래퍼 케이난(K'naan)이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태어난 케이난은 1991년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이 벌어지는 동안 '피의 호수'라 불리는 구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나이 열세 살 때 일이었다. 그러나 내란이 계속되면서 집안 생계가 어려워지자 그의 아버지는 동료들과 함께 도미해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냈다.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바랐건만 나라 안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끝날 줄 몰랐다. 더는 이를 견딜 수 없었던 케이난의 어머니는 출국 비자를 얻기 위해 미 대사관에 탄원서를 냈고 그동안 독재 체제를 유지해온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Mohamed Siad Barre) 정부가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다행히 출국 승인이 났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할렘에서 생활하며 경제적으로나 외국인이라는 신분상으로나 힘겨운 나날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순탄치 못한 유년기를 보냈던 탓에 그의 음악이 정치에 접점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얼마 후 케이난과 그의 가족은 소말리아 사람들의 공동체가 형성된 캐나다 토론토 인근의 렉스데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여기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나스나 라킴(Rakim) 같은 래퍼들의 노래를 들으며 새로운 언어에 대한 이질감을 극복했다. 또한, 이들 힙합 뮤지션의 언어와 말투를 반복해 따라 하면서 자신을 교육했다. 당시부터 랩을 하기 시작했고 오픈 마이크 행사에 참여하면서 재능을 갈고 닦았다. 그러던 중 만난 프로모터 소울 가이(Sol Guy)가 1999년 《국제 난민 고등 판문 위원회(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가 열리기 전 자유 발언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케이난은 거기서 소말리아를 원조해주겠다는 움직임이 실패했다며 유엔(UN)을 비판하는 힙합 스타일의 연설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자리에 관중으로 있었던 세네갈의 가수 유쑨두(Youssou N'Dour)는 그의 공연에 감동해 케이난을 자신의 앨범에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Montreal International Jazz Festival)》, 《핼리팩스 팝 익스플로전(Halifax Pop Explosion)》 같은 대형 콘서트에 연달아 출연했고 그렇게 얼굴이 알려지면서 2002년 캐나다의 R&B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제럴드 이튼(Gerald Eaton)을 만나 3년 후 데뷔 앨범 <The Dusty Foot Philosopher>를 발표하게 된다.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이 작품은 이듬해 열린 《폴라리스 뮤직 프라이즈(Polaris Music Prize)》에서는 최종 선발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으나 《주노 어워드(Juno Award)》에서는 '올해의 랩 레코딩' 부문을 수상했다. 올해 2월에는 아마존닷컴에서 스포트라이트 뮤지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케이난은 이미 캐나다뿐만 아니라 힙합 종주국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아티스트로 급부상한 상태였다.

2007년 라이브 앨범 <The Dusty Foot On The Road>를 선보였지만, 정규 작품으로는 4년 만이다. 객원 가수 하나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만 모든 곡을 채웠던 1집과 달리 두 번째 앨범 <Troubadour>에는 마룬 파이브(Maroon 5)의 보컬 애덤 리바인(Adam Levine), 데미안 말리(Damian Marley), 첩 록(Chubb Rock), 주라식 파이브(Jurassic 5)의 찰리 튜나(Chali 2na) 등 다채로운 장르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참여해 케이난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번 음반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제럴드 이튼과 브라이언 웨스트(Brian West)의 프로듀싱 팀인 트랙 앤 필드(Track & Field)가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이들의 감각적인 사운드 연출과 케이난의 숙고를 통해 탄생한 노랫말이 절묘하게 화학작용을 일으켜 정치 성향은 짙지만, 듣기에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힙합을 근간으로 레게와 아프로 팝이 뒤섞인 작품은 첫 곡 'T.I.A. (This Is Africa)'부터 강한 폭발력을 내보인다. 그가 태어난 땅에서 살기 위해서는 총을 들어야 하고 거리에서는 교활해져야 하는 무지막지한 삶을 빠른 비트 안에서 긴장감 있게 이야기한다. 딱딱 떨어지는 라임을 구사하며 팽팽하게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 마치 랩으로 듣는 공습경보 같다. 첩 록의 1991년 히트곡 'Treat Em Right'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느껴지는 첫 싱글 'ABC's'에서도 거리에서의 힘겨운 삶을 설파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알파벳을 가르쳐주지 않아 / 우리는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놀아야 하지 / 우리가 가진 건 거리에서의 삶이 전부야' 다소 어두운 내용이지만, 경쾌한 분위기로 말미암아 미식축구 비디오 게임인 <Madden NFL 09>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었다. 소말리아에서 미국, 캐나다로 건너오면서 느꼈던 안도감과 그때에 각인되었을 모국에서의 고통, 외부 사람들이 소말리아를 보는 고정된 시선에 대한 부당함을 'Somalia'를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무거운 내용이 이어지는 중에도 다수에게 인기를 끌 만한 음악들이 구비되어 있는 것이 앨범의 장점 중 하나다. 'Bang Bang'은 탄성 강한 기타 리프와 애덤 리바인의 매력적인 음성이 곡의 청량감을 증가시키는 하이브리드 스타일로 힙합과 록 팬 모두에게 많은 사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If Rap Gets Jealous'는 메탈리카(Metallica)의 커크 해밋(Kirk Hammett)의 뛰어난 기타 연주가 가미되어 튼튼하고 내실 있는 틀을 완성했다. 아이튠스 보너스 트랙이기도 한 마지막 곡 'Does It Really Matter'는 요즘 유행에 흐름을 같이해 전자음이 전면에 배치된 일렉트로 힙합의 모양을 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 청취자들에게는 아마 이 노래가 더 친근하게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

중세 유럽에서 봉건제후의 궁정을 찾아다니며 스스로 지은 시를 낭송하던 음유시인을 뜻하는 타이틀에 맞게, 소말리아 말로 여행자를 뜻하는 케이난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그는 그 어떤 제약과 경계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엮는다. 우리가 관심 밖에 두었던 사실과 많은 문제점으로 핍박받고 힘들게 삶을 부지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1인 매체의 기능을 그는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그의 언어와 연설이 다양한 형식의 음악과 만나면서 많은 이가 즐겨 찾을 저항 시(詩)와 사회적 수필로서 힘을 갖게 되니 노래가 더욱 값지게 들린다. 힙합이 메시지 음악으로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시대에 <Troubadour>는 다시금 숨을 불어넣는 역사적 소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 / 한동윤

음반 해설지 전문


덧글

  • 평등7-2521 2009/06/12 13:30 #

    아 렉스델... ㅠㅠ 토론토의 게토 중 한 곳인데.
    제가 저기서 살다가 이사왔는데, 저쪽에는 소말리아 사람들 참 많음.
    갱도 많고. 다니던 고등학교 학생 40%이상이 소말리아 애들이고...
    쩝, 옛날 생각 나네요.
  • Tag 2009/06/15 08:13 #

    아, 드뎌 케이난의 앨범이 도시락에도 나왔어요. 바로 이 앨범이요. :)
  • Brainchild 2009/06/29 13:14 # 삭제

    아주 훌륭한 음반이죠:)
    하는일이 DJ라서 전자음에 쩔은 음악들만
    불-_-법 다운로드로 듣다가
    (물론 좋은음반은 구매를 하고 그러지만요)
    정말 오랜만에 기분좋게 몇몇레코드샵을 뒤져서
    간신히 한장있던 수입반을 구매했는데
    라이센스됐다는 말이 들리더군요...ㅠㅠ
    사실 LP를 사려다가 배송기다리기 싫어서 그랬었는데
    힘빠진다는;;
  • purple 2009/07/14 05:23 #

    K'naan - ABC's 전 이곡이 제일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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