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루트 페스타! 롤링 홀 원고의 나열

<인디 루트 페스타> 일정 중 롤링 홀에서의 두 번째 공연이었다. 오전까지 내린 비로 날씨가 조금 쌀쌀해진 탓이었을까, 공연을 즐기기에 좋은 금요일 저녁이었음에도 평소와는 다르게 그날은 클럽 앞의 북적거림이 덜했다. 안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먼저 들어와 시작을 기다리는 관객들도 무대 앞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생경하기까지 했다. 의외로 적은 관중 수 때문에 이 날의 공연이 약진(弱震)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분위기를 헤아리는 듯 KT&G 상상마당의 밴드 인큐베이팅 2기 출신의 드라이플라워(Dry Flower)가 차분하게 공연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반주가 흐른 지 몇 초도 안 되어 잠시 노래를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황했을 텐데도 보컬 이나미는 “저희가 MR을 쓴 게 얼마 되지 않아서 삐거덕거리네요. 멋있게 등장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말렸어요.”라고 말하며 재치 있게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 다시 시작된 노래,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애잔하게 부르다가 후반부에서 크게 지르는 보컬, 고음에서 연출되는 탁성이 매력적이었다. '래디오', '안 돼', '하얀 시간'을 선보이며 처연한 모습을 보여준 이나미는 “이런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하게 되면 저의 가벼움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해 슬픈 노래로 침잠된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포장했다. 마지막 곡 '너 가버린 날'로 우울하면서도 힘 있는 공연을 펼친 드라이플라워의 무대로 공연장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닥터 코어 911(Dr. Core 911)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뒤늦게 찾은 사람들로 처음보다 두 배 이상 관객은 늘어난 상태였다. 즐겁고 박력 있는 퍼포먼스로 정평이 난 그들답게 첫 곡인 'Never Die'부터 관객의 직립 도약을 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랩을 맡고 있는 지루(G-Ru)는 '래오' 중간에 슈퍼 주니어 '쏘리 쏘리' 안무를 춰 또 다른 즐거움을 전달했다. '비가'를 부른 후 지루는 “녹음 스케줄 때문에 <인디 루트 페스타>에 뒤늦게 참여해서 몇몇 포스터에는 저희 이름이 안 적혀 있어요. 다음 주 토요일 상상마당에서 하는 마지막 공연에도 출연하거든요. 거기에도 이름이 없는데, 절대 땜빵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동안 라이브 무대를 통해서 많이 들려줬던 'Slam'을 끝으로 폭발적인 공연을 만들었다.



3인조 혼성 그룹 시메트리(Symmetry)의 출현으로 롤링 홀은 '라이브 클럽'에서 '댄스 클럽'으로 체제를 전환했다. 2008년 발표한 EP <Passion Of Paradiso>에 수록된 리듬 앤 블루스풍의 노래 '12 O'Clock'으로 처음에는 잔잔하게 출발했으나 다음 곡으로 자신들의 노래 'Club 505'와 하우스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모로코(Moloko)의 'Sing It Back', 모조(Modjo)의 'Lady (Hear Me Tonight)', 'Mystery'를 연결해 부르면서 열기를 지폈다. 여성 보컬 박가은의 살랑대는 몸짓과 어느새 짙게 깔린 스모그, 방사형의 조명이 어울려 시메트리의 무대는 더욱 관능적이었다.

보는 이들과 장내를 움직이는 진동은 보드카 레인(Vodka Rain)의 등장으로 더욱 강해졌다. 2집 <Flavor>에 실린 '초고층 서커스', 'So You', '부끄러워하지 말 것', 데뷔 앨범 <The Wonder Years>의 'A Farewell Song' 네 곡을 연달아 부르며 음악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무게감 있는 연주와 각 악기가 내는 소리의 탄탄한 조화는 이들이 인디 신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에 보컬 안승준은 “저희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려 드릴게요. 우리 팀의 기타리스트 (이)해완이가 음악만으로 돈을 벌어서 처음으로 새 기타를 샀어요.”라고 말해 클럽은 폭소의 도가니가 되었다. '새로운 사람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소개할 때에도 “새 기타를 산 해완이가 쓴 곡이에요.”라고 능청스럽게 굴어 또 한 차례 웃음을 제공했다. 'Deja-Vu'를 끝으로 들려주며 강건한 기운을 뿌린 보드카 레인이었다.

로다운 30(Lowdown 30)은 그야말로 '요동'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솔로가 시작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유시무종의 연주, 폭풍처럼 몰아치는 기세가 클럽을 흔들어 놓았다. 습기 가득하고, 탁하고, 질퍽하고, 지글거림이 모두 그들의 음악에 담겨 있었다. 7분에 달하는 곡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스태미나가 그대로 전달됐다. '습지의 추억', '데빌맨', '괜찮아', 'I Saw The Devil Last Night', 출연한 팀 중 가장 적은 노래를 불렀지만, 이들이 과시한 힘의 파장은 정말 거대했다.



이 크기는 시나위 출신의 보컬리스트 김바다가 있는 레이시오스(The Ratios)의 무대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전자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강철 같은 드럼 소리가 구석구석을 강타했다. 롤링 홀은 또다시 댄스 클럽이 됐고 그곳에 운집한 사람들은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무아지경에 빠졌다. 김바다의 우렁찬 목소리와 밴드의 연주는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만드는 주술과도 같았다. 'Passion Is Love', 'Rockstar' 등으로 예열 작업을 마친 그들은 데뷔작 <Burning Telepathy> 수록곡 'Emotional Computer', 'Into The Rainbow'를 이으며 클럽을 들었다 놓았다. 마지막 곡 'Crush'에 이르기까지 가슴이 얼얼해질 정도로 강한 힘을 분출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한 예상은 고맙게도 어긋났다. 시간이 점차 흐를수록 강진(强震)에 가까운 흔들림이 클럽 여기저기로 뻗었다. 그 위력에 관객 또한 동할 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즐거움의 움직임, 흥분의 움직임으로 반응했다. 6월 12일 롤링 홀은 리히터 규모 4.5의 막강한 음악 진동이 지나간 자리였다.

취재: 한동윤
사진: 라이브음악발전협회

2009/06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덧글

  • Run192Km 2009/06/17 19:17 #

    오 시메트리 전에 한번 들은적이 있어요..오오..
    괜히 반갑네요 이름만 봐도 ㅎ
  • Tag 2009/06/17 19:46 #

    그러믄요 그러믄요 닥터코어911이 땜빵을 설 만한 면면이 아니죠. 아직도 활동 중이었군요. 비가를 들은 게 2000년도였는데...:)
  • 국화 2009/06/17 21:28 #

    김바다씨 무대 한번 보고싶은데 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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