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er Roth - Asleep In The Bread Aisle 원고의 나열

힙합도 몇몇 특정 종목의 스포츠 필드처럼 흑인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어서 언더그라운드로 눈길을 돌리지 않는 이상은 백인 래퍼들을 발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물론 숫자상으로만 그러한 것이지 작품성을 인정받고 대중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도 동시에 이끌어냄으로써 시대의 걸출한 인기인으로 등극한 이도 항시 존재해 왔다. 올드 스쿨, 힙합 황금기의 영원한 우상 비스티 보이즈(The Beastie Boys)를 비롯해 흑인들의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춤추는 래퍼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 이제는 완벽한 연기자가 된 마키 마크(Marky Mark),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름은 다 아는 슈퍼스타 에미넴(Eminem)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점령한 영역은 실로 대단하다. 흑인 가수들 못지않은 지분을 가졌다고 해도 결코 부족한 말은 아닐 듯하다.

에미넴 이후 그의 아성을 깰 만한 신성은 부재중이다. 러시아 출신으로 2005년부터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며 메인스트림 진입을 노리는 아이반 아이브스(Ivan Ives)와 의식 있는 가사로 마니아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이끌어낸 랍비 다크사이드(Rabbi Darkside), 최근 록과 일렉트로니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스타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쓰리오쓰리(3OH!3) 등 지역을 넘어 힙합 신의 중요한 재목으로 성장하려는 백인 아티스트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에미넴이 그어놓은 거성의 임계에는 다다르지 못하는 형편이다. '썩어도 준치', 에미넴만 한 인물이 없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 말의 유효기간을 신예 래퍼 애셔 로스(Asher Roth)가 깰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삐딱해 보이는 인상, 마른 체구에 금발 머리, 특이한 표정을 지으며 찍은 사진에서 풍기는 일종의 '똘끼'는 또 다른 에미넴을 마주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심지어 목소리도 언뜻 들으면 닮았다. 재기 발랄한 표현과 어느 정도 독창성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그이기에 될성부른 나무로 보는 이가 많다.

첫 싱글 'I Love College'는 그 중심에서 흥을 돋우는 데 임무를 다하는 노래다. 곡 제목이 한몫한 듯 캠퍼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클럽가에서도 빠른 속도로 전파되며 뜨거운 반응을 획득했다. 위저(Weezer)의 'Say It Ain't So'를 샘플링한 이 노래의 기조는 '신나게 놀아 보자!'로 즐기는 대학 생활을 찬미한다. '컵에다 맥주를 채워 줘, 한 번 신나게 망가져 보자고 / 난 테이블 옆에 있어, 누가 뭘 원하는데? / 내가 음주의 챔피언이야, 앨런 아이버슨(Allen Iverson), 하킴 올라주원(Hakeem Olajuwon) 다 필요 없어'라고 넘치는 자신감을 표현하며 '이봐, 난 이런 대학이 좋아, 술 마시는 게 좋고, 여자가 좋아'로 유희에 방점을 찍는다. 일반적으로 디제이들이 즐겨 트는 클럽튠들보다 강하지도 않고 상당히 느리지만, 줄기차게 놀자고 부추기는 메시지의 힘으로 열띤 호응을 얻었다.

둔탁한 비트에 지글거리는 프로그래밍이 거칠게 다가서는 두 번째 싱글 'Lark On My Go-Kart'를 비롯해 씨 로(Cee-Lo)의 코러스로 구수한 맛이 우러나는 'Be By Myself', R&B의 요정으로 떠오르는 케리 힐슨(Keri Hilson)의 지저귀는 듯한 보컬과 애셔 로스의 노래 부르는 것 같은 래핑이 번갈아가며 나타남으로써 재미를 더하는 'She Don't Want A Man',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의 활활 타오르는 강렬한 랩과 애셔의 속주가 빠른 비트 위에서 펼쳐지는 'Lion's Roar'가 앨범의 품질을 상승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에미넴만 한 공격성과 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휘와 플로우의 민첩함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아쉽게 느껴진다.

힙합 전문지 XXL에서는 '올해 주목해야 할 10명의 신인'에 등재되며 표지를 장식하고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한 것이 단순히 백인 래퍼의 기근에 따른 반가운 등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공연 영상을 보면 신인임에도 무대 장악력이 뛰어나며 분출해내는 카리스마가 대단함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이 짧아 표현력이 미약하고 자기 스타일을 갖추지 못했으나 이를 극복한다면 무서운 샛별로 성장 가능할 듯하다. 첫 걸음은 또 한 차례 벌어질 백인 래퍼의 지분 확충으로 의미가 있다.

2009/06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음반 해설 원문에 비평적 수정을 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