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아(e.via) - e.via a.k.a. happy e.vil 원고의 나열

신인 여성 래퍼의 등장이 이렇게까지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은 없었다. 파워풀한 래핑과 싱잉을 자랑하는 제시카 에이치오(Jessica H.o.)도, 여성 듀오라는 구성조차 신선했던 챕터투(Chapter2)나 최근 데뷔 앨범을 낸 스테디 비(Steady-B)도 이처럼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귀여운 외모와 선정성 논란으로 네티즌과 음악팬들을 대거 그물질하는 중인 이비아(e.via)가 아마도 최초의 사례가 될 것 같다.

유인의 내용물이 그뿐이라면 섭섭한 일이다. 높은 BPM의 반주와 동행하는 속사포 래핑으로 아웃사이더(Outsider)와 비교되고 있으며 거침없는 표현, 자유분방한 욕설로 '여자 에미넴(Eminem)'이라는 칭호까지 붙었다. 과찬이고 아니고는 중요치 않다. 빠른 래핑과 '욕 잘하는 며느리 선발 대회' 같은 행사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은 시집은 다 간 것으로 사료될 과감한 언사의 포격은 이비아의 음악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더군다나 여러 인터넷 매체에서 그녀를 기사로 다룬 터라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실망은 기대의 정도에 비례한다. 랩에 차진 맛이 없어 음악과 유리되는 느낌이다. 많은 여성 래퍼가 의도적으로 저음을 구사해 무게감을 가지려는 반면에 이비아는 하이 톤과 여린 목소리, 자신이 가진 그대로를 내뿜는다. 그러나 음성의 색조를 어떻게 조절, 연출해야 할지 가늠을 못해 어중간함을 드러낸다. '과연 그럴까?'에서는 억세고 거친 면모가 잘 표현되고 있지만, 나머지 곡들에서는 가사가 띠는 정서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세공과 연마가 더 필요하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래핑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스피디하게 랩을 몰아가는 여성 래퍼가 국내에서는 없었던 터라 시도만으로도 신선함을 안기지만, 바운스감이 많이 모자라다. '오빠! Rap 해도돼?'는 빠르기 자체에만 급급할 뿐 감정의 변화를 표출한다든가 플로우의 이완과 수축을 만들어감에는 신경 쓰지 못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스타카토와 약간의 음계 삽입으로 마무리된 기계적 속도 내기로까지 느껴진다. 부정확한 발음도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장기간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다고 해도 음반을 발표하고 주류에 들어선 이상 실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선정적 내용이나 비속어의 활용, 외적인 요인으로 이슈를 만들어 세인의 관심을 사기보다는 음악으로 빛나야 여성 래퍼들이 힘을 못 내는 시기에 건강한 자극이 될 것이다. '얼짱 래퍼'가 아닌 음악적 재능을 설명하는 수식을 다는 일을 다음 작품의 목표로 삼아야 할 듯하다.

2009/07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Tag 2009/07/06 11:17 #

    그렇잖아도 이비아를 몇 번 들어보기는 했는데, 참 뭐라 말하기 뭐한 부분이 있어 잘 듣게 되지를 않았는데, 이런 점 때문이었나 봐요. 언젠가 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임이나 플로우가 아니라 정확한 발음이라고 누군가 얘기했던 게 기억나네요. :)
  • 땅콩 2009/07/06 11:18 #

    이유없는 욕은 싫더라구요 ㅠㅠ
  • 오리너구리 2009/07/06 13:31 #

    앨범 발매초기에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는 점에서 마케팅은 엄청 칭찬해주고 싶은데, 역시나 말씀대로 알맹이가 그닥 실하지 않습니다. 이전에 쓰던 핸들 네임인 napper 때엔 (모든 여자 래퍼들이 그러할 법한) 중저음을 기본 컨셉으로 두고 랩을 했었는데 딱히 눈에 띌만한 실력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간 나왔던 여성 래퍼들의 장단을 분석하고 나온 것은 분명하지만 홍보 등의 외부 인력들이 공을 들인 것만큼 역시나 랩을 잘하질 못하는게 -_-

    디지의 선구안이 그렇게 탁월하다고 알려져있지 않은 편인데, 이번에도 소문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
  • 지나가다. 2009/08/03 13:04 # 삭제

    지나가다 포스트 보고 댓글답니다.
    아무생각없이 친구mp3에서 듣다가 신선해서 찾아봤습니다.^^

    발음문제는 저도 동감하구요. 하지만 하이톤의 목소리는 꾀나 신선했습니다.

    귀가 재밌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천편일률적인것(주류)는 싫어해서요.(쉽게 질리는스탈;)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