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 Dandelion 원고의 나열

잔잔한 파도 물결, 언덕을 타고 느긋하게 내려오는 훈풍, 사람들 눈길이 많이 안 가는 곳에 옹기종기 핀 천연색의 꽃들, 꼬리 긴 구름 하나가 유유히 떠다니는 파란 하늘. 어른아이의 노래에서 연상되는 것들이다. 약간의 컴퓨터 작업으로 첨가하는 소리만 제외한다면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 드럼의 단출한 구성으로 탄생시키는 담백한 파장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때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인디 음악 마니아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2006년의 데뷔 앨범 <B TL B TL>과 전체적인 모양새는 많이 다르지 않지만, 당시의 왠지 모를 시린 기세는 걸러진 느낌이다. 드럼을 맡았던 황정훈과 기타리스트 류승현이 빠지고 황보라의 1인 밴드가 돼서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나타낸 것일까?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한결 포근하고 따스하다. 포크이지만 슈게이징이나 드림 팝의 면모를 띠는 것도 음악의 감성 온도가 조금 올라갔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마련한 10곡의 노래들은 온순한 연주와 의도적으로 연출한 고요한 울림으로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간직한다.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en Poe)의 시 'Annabel Lee'에서 가사를 가져온 동명의 타이틀곡은 도입부, 중간, 후반부에 깔린 파도 소리, 단순한 기타 연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전자음이지만 듣기에 버겁지 않은 깜찍한 신호로 귀를 집중시키는 '민들레'는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을 말하며 어깨를 토닥이듯 긍정의 언어를 건넨다. 제목과는 달리 무척이나 보드라운 멜로디를 가진 '아주 아주 슬픈꿈'이나 스캣과 전기 기타가 내는 반주가 옛 사랑에 대한 무심함을 대변하는 것 같은 'Fool' 등도 앨범의 특정한 무드를 형성하는 데 돕고 있다.

그때그때 드는 기분이나 생각을 적은 일기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어른아이의 노래는 소박한 자기고백으로 가득하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짧은 가사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맘껏 털어놓는 게 아니라 조금씩 끄집어내는 듯한 수줍음이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독특한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무리해서 곡을 예쁘고 귀엽게 치장하려는 행동은 배제할 것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그래야만 듣는 이가 어른아이가 하는 말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아이의 두 번째 앨범 <Dandelion>은 그것의 조율이 어느 정도 잘 된 작품이다. 약한 척, 슬픈 척, 선한 척 연기한 게 아니라 당시의 감정에 충실했음이 느껴진다. 비애감이 일정 부분 스며들어 있지만, 어쿠스틱 사운드와 생활을 기술한 노랫말로 이뤄낸 소담한 필체는 봄과 여름 중간의 따스함으로 청취자를 맞이한다.

2009/07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