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n James, 포스트 서프 록의 계보를 잇는 젊은 싱어송라이터 원고의 나열

바야흐로 싱어송라이터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 듯하다. 메케한 공기를 타고 클럽 안을 장악하는 남부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여전히 주류 팝 음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문법의 수수함을 간직한 채 36.5도의 온도로 날카로운 기운을 거둬내는 뮤지션들의 행보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글로벌 블로그 마이스페이스를 활용해 자신을 선전한 케이트 내시(Kate Nash), 스무 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원숙함을 과시하는 아델(Adele), UCC로 공개한 영상으로 하룻밤에 스타가 된 마리에 딕비(Marie Digby) 등 어느 때보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중흥이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21세기의 밥 딜런(Bob Dylan)'이라는 찬사를 받는 존 메이어(John Mayer), 애잔한 피아노 선율로 전 세계 여심을 사로잡은 다니엘 파우터(Daniel Powter), 얼마 전,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같은 기존의 남성 음악가들도 꾸준히 저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전자 음악처럼 빠르게, 힙합처럼 강하게는 아닐지라도 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우리들의 체온을 유지해 따스한 악수를 건넨다.

그 따스함은 이 앨범의 주인공 저스틴 제임스(Justin James)로 인해 힘을 얻을 예정이다. 앨범 커버, 기타를 메고 해변을 걷는 뒷모습을 보이는 이가 바로 그다. 저스틴은 위에 언급한 여러 싱어송라이터보다 훨씬 사람 냄새 나는 음악을 들려준다. 범인(凡人)과 똑같은 삶을 살며 취미 생활을 즐기듯 음악을 만들고, 풍광을 벗 삼아 노래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노마드를 보는 것 같다. 이러한 자연인다운 행동으로 인해 더욱 묘한 매력이 풍겨 나온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금빛 모래알이 반짝이는 저곳에 당장에라도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사진이 음악의 윤곽을 그려주는 셈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일곱 살 때 첼로를 연주함으로써 음악에 입문했고 캐나다의 가장 유명한 순회 성가대였던 브리티시 컬럼비아 보이스 콰이어(The British Columbia Boys Choir)에 소속되어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돌며 순회공연을 펼쳤다고 한다. 유년기를 음악과 함께 행복하게 보냈지만, 10대 시절 어느 날 엄청난 사고를 당하게 된다. 베네수엘라의 해안에서 서핑을 하던 중 뱀 상어에 물려 다리가 잘려나간 것.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는 250바늘이 넘는 대수술을 겪었고 다행히도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기나긴 회복기간과 격심한 물리 치료를 받을 때 저스틴의 할머니는 그 시간을 되도록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어 기타를 선물했다. 병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하릴없이 줄을 튕겼을 당시에 비로소 자신이 기타를 연주하고 곡을 쓰는 데에 초인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하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솜씨는 그러나 좀처럼 쉽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다른 슈퍼스타들에 비해 그는 '장삼이사'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기타 하나를 들고 거리와 해변을 걸었어요. 나는 그냥 노래 부르고 연주하고 곡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속히 길이 뚫리지 않는 상황은 이어졌다. 대형 레이블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유명 프로듀서에게 발탁되어 이미 마련된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묵묵히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지난 일들이 더 힘들었을 테다. 소위 '밤무대'를 통해 노래를 불렀던 탓에 생활하기에 빠듯했을 것은 분명하다.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약 2년 전, 파트타임 일을 하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후 다시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고, 이 일에 대해서 그는 “나의 꿈을 추구하는 것, 그게 얼마나 위대한 결정이었는지 몰라요”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현재까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아무리 자기 이상이 있대도 현실은 현실, 생활은 생활이니 쉽사리 일손을 놓지는 못할 텐데, 저스틴 제임스는 의외로 강단진 면모를 띠었다. 이후로도 쭉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노래를 부르고 삶을 즐기는 유목민으로서의 일상을 영위했고, 제이슨 므라즈, 영 더블라이너스(The Young Dubliners), 스위치풋(Switchfoot), 숀 콜빈(Shawn Colvin) 등의 콘서트 오프닝을 장식하며 대중에게 한 발짝 가까이 갔다. 그러던 중 유니버설의 협력 회사인 텐 스폿 레코드(10 Spot Records)와 계약을 맺고 2007년 5월 대망의 데뷔작 <Sun Drenched>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드디어 '방랑자'의 음악이 더 많은 이를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앨범 타이틀처럼 그의 음악은 태양빛을 머금은 양 눈부시고 화사한 음(音)을 품는다. 주변의 온갖 습기를 날려버릴 만큼 노래는 보송보송하고, 조금은 허스키하면서도 맑은 목소리는 강한 흡인력을 보여 듣는 이를 순식간에 그의 노래에 집중시키게 만든다.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곡이자 첫 싱글인 'California'는 MTV 채널의 리얼리티 쇼 <Laguna Beach: The Real Orange County>에 삽입되어 미국 전역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박력 있는 기타 리프 위에 캘리포니아에서 유유자적하는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노랫말이 무척 재미있게 들린다. 이렇게 노래로까지 일보다는 속박 없는 자유로운 삶을 이야기하니 그는 정말이지 '불계지주(不繫之舟)'와 다름없다. 짧게 끊는 스트로크로 타이트한 도입을 보이는 'Right Here Right Now'는 관악기가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조성하며 흥을 돋운다. 수록곡 중 가장 빠른 축에 속하는 'We Can Do Anything'은 곡이 지닌 속도감 하나로도 충분한 명쾌함을 과시하는데, 훤칠한 진행이 마치 자동차를 타고 쭉 뻗은 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준다. 하모니카 연주가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Love Me More'도 가성을 조금 섞어 부르는 쉬운 멜로디의 후렴구가 두드러져 작품이 지닌 '밝음의 포스'를 굳건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

명미한 해와 바다를 만끽하듯 쾌활함은 그대로지만, 저스틴은 자신의 음악적 풀이를 오로지 록에만 가두지는 않는다. 때로는 통통 튀는 펑키 사운드를 내거나 레게 등 다른 장르를 대동하여 다채롭게 음악을 꾸민다. 차분한 코러스와 플루트 소리가 다소곳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표출하는 'Summertime'은 일정 부분 컨템퍼러리 R&B 느낌이 배어 나오며, 중반에 위치한 'Dance Alone'은 앨범에서 가장 활기 넘치게 들리는 곡이 아닐까 한다. 마치 자미로콰이(Jamiroquai)풍의 애시드 재즈와 지 러브 앤 스페셜 소스(G. Love & Special Sauce)의 블루스, 소울 톤을 섞어놓은 듯한 흑인 음악 특유의 감성이 한꺼번에 만개한다. 'Island Time'은 후렴 부분 모양을 바꾼 연주로 인해 록과 레게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으며, 사이사이에 삽입된 'Seven Days'와 'Alright'는 차분한 모양새로 숨을 돌리는 트랙 역할을 한다. 그래도 앨범은 여전히 일광을 한껏 받은 바닷물처럼 빛나고 또 빛난다.

현재 저스틴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California'가 라디오 방송인 LOVE FM 차트 40위권 안으로 진입하며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싱어송라이터로 급성장 중, 7월 12일 자 방송에서는 5위까지 올랐다. 지난달과 앞으로 예정된 공연 일정에 요코하마, 후쿠오카, 동경 등이 포함된 것을 보면 그가 동북아시아 섬나라에서 선호되는 존재며, 그 역시 각별한 애정을 품었음을 직감 가능하다. 선천적으로 한곳에 머물러 있기를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과 캐나다, 캘리포니아 등을 오고 가며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한편,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런 말을 했는데, 그 내용이 참 인상적이다. “뒷주머니에 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사회는 제때 돈을 지불하기를 요구하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꿈을 좇기를 두려워하는 거죠. 그건 말도 안 돼요. 그런 경고는 바람에 날려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더 행복해 질 테고, 더 건강해질 거예요. 그리고 더 성공적으로 살 수 있을 거예요” 속세의 관습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저스틴 제임스이기에 그의 음악이 이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보다 아마도 더 편하게 다가올 것 같다. 세상 어디에도, 어느 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영혼이 부르는 '흠뻑 젖은 태양' 같은 화창한 음악이 여기에 있다.

글 / 한동윤

음반 해설지 전문

덧붙여 1: 2008년 8월 작성한 글입니다. 음반사 사정으로 올해 8월 라이선스되었습니다.
덧붙여 2: 라이선스되면서 앨범 커버가 바뀌었습니다. 글에 나온 이미지 설명은 패스하세요.


덧글

  • 프레네 2009/10/29 10:09 # 삭제

    최근에 노래를 듣고 알게 된 가수라 관심 가지게 됐는데-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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