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력 강한 저음의 신스 루프로 댄스 음악 마니아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 데뷔 싱글 'I'm In Miami Bitch'는 노래 제목만큼이나 자극적이었고 섹시했다.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송곳처럼 어필하며 팝 음악계에 출전한 것이 작년 여름이니 1년도 더 지나서 나온 정규 앨범이 마냥 반가운 이들이 꽤 될 것 같다. 공식적으로는 올해 2월 싱글 커트된 엘엠에프에이오(LMFAO)의 그 노래는 그들의 음악을 접한 다수 청취자의 기대감을 성장시켜 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정규 데뷔작은 바늘로 구멍이라도 뚫은 듯 부풀었던 기대감의 부피를 살그머니 줄이고 만다. 아쉽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많은 뮤지션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댁스 라이더스(Dax Riders), 크로미오(Chromeo), 마스터크래프트(MSTRKRFT), 로저 트라웃먼(Roger Troutman) 등등, 이 곡을 들으나, 저 곡을 들으나 이전에 등장한 뮤지션들의 음악이 떠오른다. 엘엠에프에이오의 스타일이 일렉트로니카를 결합한 클럽 지향의 힙합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만, 몹시 친숙한 게 가장 큰 단점이 돼 버렸다.
그룹 멤버인 레드푸(Redfoo)와 스카이 블루(Sky Blu)가 이뤄 내는 이 펑크(e-funk), 프리스타일, 일렉트로팝 등의 교첩은 그러나 100%의 흥겨움을 보장한다. 청각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전자음의 향연, 보코더, 오토튠 등을 적극 활용해 주조한 유선형의 보컬, 장난기 넘치는 가사, 탄탄한 베이스라인은 재생하는 순간 몸을 들썩이게 한다. 불가항력으로 육신을 놀게 하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서바이버(Survivor)의 히트곡 'Eye Of The Tiger'를 샘플링한 첫 곡 'Rock The Beat'부터 술법의 효과가 나타난다. 한 번 들으면 그대로 각인되는 멋진 기타 리프를 가져다 역동적인 비트에 붙였으니 상승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데뷔 싱글 'I'm In Miami Bitch'가 뒤이어 나와 듣는 이에게 클럽의 현장감을 전달한다.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의 'Planet Rock'을 연상시키는 'Get Crazy', 릴 존(Lil Jon)의 남성미 넘치는 음성이 곡의 원기를 배가하는 'Shots',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여성을 꼬일 수 있는 클럽의 왕자님을 위한 찬가 같은 'I Shake I Move' 등 이 음반은 청취자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다른 노래들보다 비교적 느린 템포를 가진 'La La La'에서도 흥겨움은 그대로 유지된다.
블루스 타임이라곤 전혀 없는 이 무지막지한 세트리스트에서 가장 강한 임팩트를 가진 것은 'Lil Hipster Girl'과 'I Am Not A Whore'일 듯하다. 모듈레이팅된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이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음을 퍼뜨려 몽롱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게다가 정박으로 진행하던 전자음을 분할해 긴장감을 높임으로써 바로 눈앞에서 디제이가 음악을 트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그야말로 파티의 압축판이라 할 만하다.
캘리포니아 출신답게 그룹의 스타일은 줄곧 '닥치는 대로 즐기자!' 모드로 간다. 앉아서 듣는 게 큰 죄라도 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들 수도 있다. 그들의 확고한 기치가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이를 즐겁고 유쾌하게 할 테지만, 곡마다 느껴지는 선배 뮤지션들의 짙은 잔향은 왠지 모르게 이들을 아류 밴드로 여기게 한다. 동종 장르를 하기 때문에 유사성은 피할 수 없겠으나 현재까지는 엘엠에프에이오만의, 다른 음악가와 구분될 숨결이 감지되지 않는다. 쿨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탑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스카이 블루의 할머니가 지어 주신 팀 이름 '겁나 웃겨! (Laughing my fucking ass off!)'처럼 가볍고 신나는 것은 충분히 이뤘으니까.
2009/09 한동윤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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