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oma Faith - Do You Want The Truth Or Something Beautiful? 원고의 나열

영국의 빈티지 사운드를 향한 애정과 레트로 소울에 대한 각별한 희구는 식을 줄 모른다. 21세기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이뤄 낸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환생이라는 얘기까지 들으며 기대주로 확실하게 도장을 찍은 더피(Duffy)를 비롯해 언더그라운드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미녀 보컬리스트 베스 로울리(Beth Rowley)와 영국 펑크(funk), 소울의 진정한 여제 앨리스 러셀(Alice Russell) 등이 소울 서바이벌의 주역이 되어 음악의 향기를 널리 흩뿌리고 있다. 이들의 출현 및 생존이 가능한 것은 음악가와 청취자 간의 보이지 않는 강한 상호 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일 듯하다. 옛것의 질감이 느껴지는 흑인 음악을 찾으려는 마니아에게 이들 뮤지션은 보물이나 다름없다.

여기 보화 같은 인물이 하나 더 나타나 듣는 이들에게 흥분을 예약한다. 팔로마 페이스(Paloma Faith), 한눈에 보기에도 앳된데 목소리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강도를 최고로 올린 건물 청소용 진공청소기의 흡인력이 이 정도일까? 잡아먹을 듯이 귀를 빨아들인다. 청각 신경도 알아서 그녀의 음성을 받아들인다. 어른스러운 목소리뿐만 아니라 능란하게 구사하는 보컬이 귀에 빠르게 투침한다.

이 특출한 재능으로 말미암아 고전 소울의 모양새를 띤 그녀의 음악이 더욱 고풍스럽고 맛깔 나게 들린다. 가마솥으로 지은 밥을 질그릇에 담아 먹는 기분마저 든다. 어린 시절부터 재즈와 소울에 영향을 받았다는 그녀의 음악적 토대가 얼마나 탄탄한지 작곡 실력에서 드러나고 있다. 또한, 곡의 멜로디 진행이 말끔하고 표현해 내는 보컬이 야무져서 앨범은 곡마다 프로듀서가 다름에도 꽤 통일성 있는 흐름을 나타낸다.

앨범은 재생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 듣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 강한 힘을 지녔다. 데뷔 싱글 'Stone Cold Sober'는 영국 차트 17위에 그쳐 크게 히트는 못했지만, 선율과 가사의 절묘한 화합으로 거칠게 몰아붙이는 효과를 보이는 코러스, 거기에 깔리는 혼 섹션이 멋스러워 시간이 지나도 마니아들에게는 오랜 사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1970년대 소울 특유의 고전미를 살리는 스트링과 코러스가 돋보이는 'Smoke & Mirrors'와 'Do You Want The Truth Or Something Beautiful?', 남성 코러스와의 콜 앤 리스폰스가 노래의 재미를 더하는 'Upside Down'도 일품이다.

그렇다고 수록곡 모두가 오직 과거에만 초점을 둔 것은 아니다. 사랑을 이루려는 소녀의 깜찍함과 담대함이 가사에 투영된 'Romance Is Dead'는 발랄한 분위기로 인해 렌카(Lenka)나 케이트 내시(Kate Nash) 같은 가수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정통 소울보다는 팝에 더 근접한 형태를 보이는 'New York'과 'Stargazer'는 아직 빈티지 사운드에 친근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노래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팔로마 페이스는 마술사 보조, 무용수, 배우 등으로 활약하며 이미 예술가적인 끼를 드러내 왔다. 각각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드러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노래를 접해 본 이상 음악이 천직으로 여겨질 따름이다. 이 훌륭한 보컬과 무르익은 음성을 이제야 듣는 게 야속하기만 하다. 최근 출시된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의 다섯 번째 앨범 <Scars> 중 팔로마 페이스가 객원 보컬로 참여한 'What's A Girl Got To Do?'도 상당히 근사하다. 일렉트로니카임에도 그녀가 입을 떼니 소울로 포장된다. 팔로마 페이스의 등장은 음악에서의 재래식 문법 확장, 복고 소울 필드의 양적, 질적 성장에 건강한 자극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보배 같은 존재, 진귀한 앨범의 등장에 무척 흐뭇하다.

2009/10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Tag 2009/10/21 18:34 #

    호오~ 솔로님의 이런 호평은 정말 간만인걸요. 꼭 다운받아 들어봐야겠네요. :)
  • 한솔로 2009/10/23 15:51 #

    하하. Tag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니 제가 거의 매번 혹평만 하긴 했나 봐요. 꼭 한 번 들어보세요~
  • 2009/12/17 18:18 # 삭제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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