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강한 비트의 음악과 가수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춤에 길들여져 있는 10대, 20대 청취자들에게 포크 음악을 들려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이 나타낼 행동이 자못 궁금하다. 고루하고 따분한 것으로 여겨 손사래를 치는 이가 대다수를 차지할 테고, 일부는 '이건 무슨 음악이에요?'하며 신세계를 경험한 듯 놀라움을 표할 것도 같다. 비트와 리듬, 거세게 반복하는 훅을 앞세운 노래가 득세하는 근자에 포크 음악은 자연스럽게 그 호소 대상을 30대 이상의 성인들로 옮겼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19세기에 출생한 이래 광산과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 구전가요로 발전, 1960년대에는 록과 결합하면서 그 시대 대중음악의 주요 문법으로 자리매김해 저항 음악의 대표 장르가 된 포크는 어쿠스틱 악기, 특히 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단순하고 직설적인 선율로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사람의 경험이나 개인 관심사를 표출한다. 애써 치장하지 않은 순박한 멜로디와 담담한 톤으로 내뱉는 자기 고백적 노랫말은 이 장르가 보유한 제일의 미덕, 이것의 매력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단박에 퍼지지 않는다. 자극을 최고 가치로 두는 최신 유행곡들과 달리 오래 두고 들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포크 뮤지션 '버나드 에더(Bernhard Eder)'의 음악 역시 그런 뭉근함으로 음악팬들의 귀를 노크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되는 버나드 에더의 앨범은 지난 두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 방송을 많이 탄 것, 대중에게 특별히 더 어필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데뷔작 <The Livingroom Sessions>에서도 첫 곡을 장식한 'Cute'는 어쿠스틱 기타가 곡을 잔잔하게 리드하는 가운데 중반부에 들어간 바이올린 연주가 애잔한 분위기를 증가한다. 자신에게 정말 특별했고 무척이나 귀여웠던 옛 연인에 대한 기억으로 행복하지만, 지금은 자기를 더 좋아해주는 누군가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거기서 오는 감정 상태를 더블링으로 연출한 보컬로 드러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진솔한 고백이 느껴지는 'This Song'이나 누군가를 갈망하는 진지한 마음이 배어나는 'Hold Me Tight'도 수수한 멜로디로 청취자들을 유혹할 것 같다.
2집 <Tales From The East Side>에서 뽑은 노래 중 백미는 'Left To Lose'일 것이다. 사랑이 끝난 뒤에 남겨지는 덧없음과 건조한 슬픔이 느껴지는 곡으로, '모든 바람은 다 불어 버렸어요. 모든 계절은 다 가 버렸고요. 당신은 당신 인생에서 결코 사랑하는 사람을 가져 본 적이 없었죠. 당신이 기다리는 게 무엇이죠? 이제는 매달릴 이유조차 없는데'라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써 내려간 가사가 애잔하게 다가선다. 이 밖에도 'Polen #1'은 아코디언을 곁들인 왈츠풍의 연주로 재밌게 들리며 'The Season Song', 'Polen #2'는 현악 연주를 강조해 서정미를 전면에 나타낸다.
그만의 어법으로 윤색한 노래들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영국의 신스팝 그룹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의 1990년 히트곡 'Being Boring'을 포크 버전으로 듣는 것은 매우 색다르다. 펫 샵 보이즈의 트리뷰트 밴드인 웨스트 엔드 걸스(West End Girls)가 리메이크한 적이 있지만, 동일한 전자음 탓에 특별한 차이를 못 느꼈던 반면에 버나드 에더의 버전은 담백한 멋이 앞서서 한결 가볍게 들린다. 또한, 영국의 록 그룹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명반 <OK Computer>에 실린 'Climbing Up The Walls' 커버곡도 눈에 띈다. 기이하고 음산한 소리를 내던 오리지널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 보통의 경우라면 어떻게든 젊은 세대에게 거장으로 통하는 그들과 비슷한 형태를 내려고 아등바등했을 텐데 버나드 에더는 신경도 안 쓰는 듯 포크로 여과해 낸다. 톰 요크(Thom Yorke)와는 상반되는 낮은 톤에 기타 하나에만 의존해 곡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포크는 젊은 세대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르였으나 지금은 힙합과 댄스 음악에 묻혀 예전만큼 힘을 못 내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그 자체로서 활발한 형식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많은 뮤지션, 특히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을 배출하고 있다. 버나드 에더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미권 가수가 아니기에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번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서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그의 목소리와 노래를 강하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래 들을수록 부피를 더해 가는 편안함이 차트 상위권을 맹진하는 트렌디한 음악과는 180도 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글 / 한동윤
음반 해설지를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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