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자신도 모르게 가까운 사람의 편을 들어 줄 때가 있다. 객관적이어야 하고 중간의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친분이 있는 지인을 감싸 주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목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랬구나 하고 일을 다 마치고 나서 깨닫기도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한다. 그게 막중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지켜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도 모두.
02
내 글과 판박이 글을 접할 때의 당혹스러움과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용한 단어와 문장의 뉘앙스까지 완전히 옮긴 듯한 글, 모든 사람이 생각이 똑같은 것은 아닐진대, 너무나도 닮아 있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글의 제재까지... 한 번은 음반사로부터 신보 음반을 받았는데 예전에 우리나라에 라이선스될 때 해설지의 바이오 부분은 어떻게든 다르게 보이려고 고친 흔적이 역력했다. 이런 게 황당하다. 뭐 좋은 글이라고 그걸 베끼는지... 미천한 글을 그대로 사용한 걸 봤을 때, 이때가 당혹스럽다. 그 정도로 능력도 안 되고 노력도 안 하면서 칼럼니스트라는 직함까지 자기가 직접 거론해 가며 생활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03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1분에도 수십 번 바뀌는 게 사람 맘이고. 처음에는 뭐든지 잘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을 하던 사람이 돌아선 지 몇 분, 몇 시간, 며칠 만에 생각이 바뀌어서 일을 안 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열심보다는 거드름과 태업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남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몇 번씩은 그랬고 거기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걸 경험한 사람은 얼마나 기운이 빠졌을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겪어 보니 알겠다.
04
정말로 동경하던 일을 하는 사람이 있고 원하지도 않던 일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도 있고, 전공과 적성에 따라 선택해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끼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다. 정도는 다 다르겠지만, 공통점은 어떤 일을 하든 100%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게 아닐까 하다. '난 이거 아니면 안 돼. 이걸 해야 심적으로도 즐거울 거야'하며 일을 시작했으나 얼마 안 가서 그 좋아하던 일도 일이 되면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머리와 몸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후배가 다른 후배를 통해서 나에 대해 물어 봤다. '형은 음악을 좋아하니까 지금 하시는 일이 즐거운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아니' 그 말에 이어서 이런저런 아주 실질적인 부분까지 거론하고 나니까 내 만족감의 나무는 겨울 나무처럼 앙상해 보였다. 나도 뭔가 아쉬움이 들어 '하긴 늘 즐거우면 조증이지'하며 합리화해 버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