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스음악이 우리 대중음악계 전반을 득세하게 되면서 안무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대중음악의 주요 소비층인 10대와 20대 초·중반 젊은 세대의 화려하고 동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만족하기 위함이며, 무선 인터넷이나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노래 감상의 행위가 청취에서 시청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유행하는 댄스곡이 전자음을 가미한 날카로운 반주, 여러 차례 반복되는 훅 위주의 구성, 목소리의 기계음 변조를 공통분모로 두다 보니 누구의 작품인지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서로 유사해 요즘에는 춤에 경쟁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평범하게 곡의 박자에 맞추거나 특정 부분의 가사와 연관되는 동작을 삽입하던 예전과는 달리 단번에 시선을 포획할 수 있는 인상적인 춤이 요구되는 추세다. 여기에 일반 대중도 따라 하기 쉬운 춤이면 금상첨화. 원더걸스의 <노바디>는 가수나 전문 댄서가 아닌 다양한 직업군의 보통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춤을 따라 해 덩달아 노래의 인지도가 높아진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방송된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 가운데 패러디 스타를 선출하는 코너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이 1위를 차지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노래 <아브라카다브라>에 맞춰 팔짱을 끼고 골반을 좌우로 흔드는 이 안무 역시 비교적 쉬운 동작 덕분에 다른 연예인들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서 여러 차례 모방했고, 그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에서 이 춤을 검색하면 일반인이 흉내 내서 올린 동영상이 줄줄이 등장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중독성 강한 노래뿐 아니라 짧은 시간을 봐도 또렷이 각인되는 간단한 동작이 이룬 성과였다.
파급력 강한 춤이 노래의 홍보와 전파에 영향을 미친 것은 최근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박남정이 <널 그리며>를 부를 때 춘 '기역니은춤'을 비롯해 나미가 <인디언 인형처럼> 때 보여 준 '토끼춤', 서태지와아이들이 <난 알아요>와 함께 히트시킨 '회오리춤',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에 그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엉거주춤춤' 등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많은 춤사위가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대유행을 일으켰다. 이 노래들은 잊기 어려운 안무의 도움을 받아 십수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음악팬들과 매체에서 종종 회자되곤 한다. 가수들이 왜 그토록 춤에 연연하는지 과거 인기를 끈 곡들의 실례를 보면 이해가 간다.
안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근래에는 일부 가수들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빠르게 자신들의 모습을 주입하고자 파격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수많은 인물이 뜨고 지고를 반복하는 음악계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는 급급함에 지나치게 외설적이거나 선정적인 춤을 선보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신체 부위를 집중적으로 흔드는 것을 넘어 <아브라카다브라>를 포함해 이제는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도 종종 나타난다. 당사자에게는 성공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수 있겠으나 그것을 보는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 쉽거나 화려한 춤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춤에만 매달리는 것은 실로 우스운 상황이다. 획기적인 동작으로 시청자를 탐내고 청중을 유혹하기보다는 다른 동종의 가수들과 구분되는 음악적 특징을 마련하고 청각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작업을 먼저 이뤄야 하는 게 순리이기 때문이다.
(한동윤)
위클리경향 8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