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타운 준공을 반대합니다 원고의 나열



요즘 가요계를 보면 테크노를 위시한 전자 음악이 어느 때보다 강세다. 가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 중 열에 다섯, 또는 그 이상은 휘황찬란한 신시사이저 마감재로 중무장한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음악을 들고 나온다. 이미 거대한 구름떼를 형성한 상황, 가히 열풍이라 일컬을 만하다. 게다가 그 무리에 속하는 이들은 헐벗음을 기조로 둔 의복의 착용과 음악 형식의 유사성을 거부할 수 없는 특징으로 갖기 때문에 아이돌과 아이들 놀음에 진저리가 나서 일찍이 주류 가요를 멀리했거나 오랜 세월 속세를 떠나 있다가 방금 텔레비전을 켠 사람들이라면 누가 누구인지, 이 노래가 그 노래인지, 그 노래가 이 노래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최신 유행곡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하지 않은 은자(隱者)들에게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국적을 불문에 부치며 신구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섭취하는 다수의 애호가 사이에서도 '요즘 음악은 다 똑같은 것 같아'하는 푸념 섞인 발언이 자주 나오는 걸 확인하자면 인기를 끄는 대중가요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으로 서서히 동화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일 년에 해당하는 근래를 '히트곡=테크노'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닐 것 같다.

잠시 돌이켜 보건대 전자 음악은 그것이 출생을 알리는 첫 울음을 터뜨렸던 1970년대 후반부터 줄곧 인기를 누려왔다. 보통의 팝 음악과 비교해 향유하는 수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아우르지는 못했을지라도 분명히 계절을 타지 않는 스테디셀러였으며, 동시대 청춘들의 제어할 수 없는 혈기와 소통 가능한 역동성이라는 매력을 지닌 양식이었다.

그 황홀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력함을 내비쳤고, 이내 아시아 대륙에도 후끈한 기운을 몰고 왔는데, 당시 분위기는 독일 그룹 666이 'Amokk'을 히트시킨 1998, 99년 우리나라의 클럽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그 음악에서 전주를 지나 경적 소리가 나올 때쯤이면 협소한 무도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젊은이들은 약속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음으로는 일제히 그 이름 그리도 의태어에 충실한 '도리도리 춤'을 췄다. 심지어 이 노래가 흐를 때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사람도 뛰쳐나와 바지춤을 추스르며 대열에 합류하기까지 했으니 이 아름다운 결속을 자랑하는 집단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테크노 병동'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기이한 풍경을 연출했다. 단순하고도 통렬한 자극성이 젊은 층의 귓가를 공략하고 운동 의지를 부추기는 환각제로 작용한 셈이다.

지금도 테크노의 인기도는 그때와 거의 동일한 높이의 그래프를 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로 인해 대중가요가 댄스 음악 일변도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출시되는 테크노 기반의 댄스곡들은 타 장르는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을 정도로 서로 의기투합해 스크럼을 짜고 있으니 가뜩이나 다양성을 찾기 어려운 가요계의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꼴이다. 기형적으로 큰 규모를 이루고 다수가 하나의 모양에만 집착하는 것이 심각한 수준이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어쩌다', 손담비의 '미쳤어', 이현지의 'Kiss Me Kiss Me', 현영의 'Moonlight Girl', 바나나 걸의 '미쳐 미쳐 미쳐', 씨야의 'Hot Girl' 등, 종합해서 말하자면 '걸(girl)들의 미친' 시리즈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출연진이 미장되고 도배까지 마친 상태, 장충동은 족발, 청진동은 해장국, 신림동은 순대, 이제는 여의도동에 테크노 골목을 만들게 생겼다.

이 난립을 날림으로 이뤄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아직 대중에게 덜 알려진 동종 또는 타 장르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중에는 깊이 있는 실험이나 남들이 생각지 못한 자신의 어법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방송에 연연하는 가수나 음반 기획자는 자극을 제1의 미덕으로 떠받들며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훅을, 결론적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뜰 만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작곡자에게 요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네 마디밖에 안 되는 구절을 거듭하거나 과거에 히트했던 곡의 비트를 조금 뒤틀어 사용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반복성을 특징으로 하고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도식화된 접근으로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것이다.

일련의 붐은 아이디어가 극도로 빈약한 웃기지도 않은 개그맨들이 유행어나 만들어서 어떻게든 떠 보려고 똑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행위를 목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흥분할 만한 요소를 갖추는 것과 히트 여부의 계산이 한 편의 노래를 만듦에 본질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한, 테크노라고 해서 다 같은 댄스 음악은 아니다. 잘 만든 곡은 좋은 평가는 기본이고 역사적으로도 오래도록 남는다. 양질의 음악들이 모여 형성하는 테크노 타운이면 괜찮을지 몰라도 지금의 저열한 복제품들로서는 아니다.

(한동윤)

음악매거진 프라우드 2008년 11월호


덧글

  • 2009/11/13 16:1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kim youngsta 2009/11/13 18:10 #

    아 동의합니다
  • Tag 2009/11/16 07:52 #

    우리나라는 분야를 불문하고 유행에 따라 편중되는 현상이 강한 것 같아요.
  • 오리너구리 2009/11/18 12:48 #

    맛있는 것도 너무 자주 먹으면 금새 질린다고
    오래 갈 거 같진 않아요.

    근데 바나나걸은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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