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an McKnight, 뮤지션이 존경하는 뮤지션,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연출하는 포근함의 결정 원고의 나열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음악이나 음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혹은 화려한 의상에 멋진 춤을 추며 무대를 누비는 이의 모습을 보고 음악인을 꿈으로 정한 다음 그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해 정식으로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차례다. 두 번째 고지가 되는 것이 바로 특정 인물이다. 유아독존 안하무인격의 인품으로 살아가지 않는 이상은 뮤지션 개개인마다 존경하고 닮고자 하는 선배 음악가를 한 명씩은 꼭 가슴에 품고 산다. 때로는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지나치게 좋아한 나머지 노래에서 모방의 냄새가 풍기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실력 있는 선진을 연구하고 그의 특장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음악적으로 성장 가능하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리듬 앤 블루스 신에서 본다면 후배 뮤지션들이 '워너비'로 꼽는 대가들은 거의 같다. 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음악인이 누구냐고 질문하면 많은 이가 살아 있는 전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나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연령별로 분화하면 조금 다른 답이 나온다. 198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들 대부분은 어셔(Usher)나 오마리온(Omarion), 니요(Ne-Yo) 정도를 자신들의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비주얼에도 강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하다. 그러나 1970년대에 태어난 가수들이 숭상하는 사람들은 또 상이하다. 이쪽에서는 알 켈리(R. Kelly), 베이비페이스(Babyface),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 등을 거론한다. 그리고 여기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이가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다. 김조한, 박화요비, 김범수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들마저도 어디 가서 그의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다면 음악에 큰 조예가 없는 이라 할지라도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얼마나 대단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인지 당장에 알 수 있다.

푸근한 외모만큼이나 푹신푹신한 음악으로 1992년 그는 R&B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데뷔 싱글 'The Way Love Goes'가 R&B 차트 11위에 오르며 흑인 음악의 신성이 될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이듬해에는 미국 청춘 드라마 《베벌리힐스 아이들 Beverly Hills 90210》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된 바네사 윌리엄스(Vanessa Williams)와의 듀엣곡 'Love Is'가 빌보드 싱글 차트 3위를 기록함으로써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각인했다. 그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내건 1집 수록곡 중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One Last Cry'는 싱글과 R&B 차트 상위권을 장식해 그를 첫술에 배부르게 했다.

3년 뒤 공개한 두 번째 앨범은 안타깝게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빗겨 가지 못하고 브라이언 맥나이트에게 허기를 안겼다.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노래를 커버한 'Crazy Love'와 두 번째 싱글 'On The Down Low'는 각각 빌보드 싱글 차트 45위, 73위를 힘겹게 등반하고는 단시간 만에 내려와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참여한 OST마저도 전작의 흥행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를 보였다.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가 직접 출연한 《우리가 왕이었을 때 When We Were Kings》에 삽입된 'When We Were Kings'는 어덜트 컨템퍼러리 차트 25위를 한 것이 고작이었다. 팝, 댄스홀 뮤지션인 다이애나 킹(Diana King)과 호흡을 맞춘 노래로 전의 방식과 동일하게 여성 뮤지션과 작업했건만 그리 좋은 성과를 나타내지는 못했다.

그는 순위와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았고 또 다른 음반을 제작하는 일에 묵묵히 매진했다. 첫 둥지였던 머큐리 레코드사(Mercury Records)에서의 마지막 음반이자 3집인 <Anytime>은 전작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준 작품이 되었다. 메이스(Mase)가 객원 래퍼로 참여한 'You Should Be Mine (Don't Waste Your Time)'은 싱글 차트 17위, 'Anytime'은 6위를 기록했고 덕분에 앨범은 200만 장 이상의 높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Anytime'은 1999년 개최된 소울 트레인 시상식에서 '최우수 R&B/소울 앨범 남성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1998년 흑인 음악의 메카인 모타운(Motown Records)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그는 크리스마스 앨범 <Bethlehem>을 내놓은 후 1999년 네 번째 정규 음반 <Back At One>을 3백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자신의 커리어에 새 역사를 쓴다. 더욱 세련되고 감미로운 스타일의 확보로 리듬 앤 블루스 필드뿐만 아니라 팝 전반에서 그를 주목했다. 우리나라 가수들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이 리메이크하기도 한 리드 싱글 'Back At One'과 잔잔한 멜로디가 일품인 '6, 8, 12'가 차트를 누볐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의 듀엣곡 'Whenever You Call'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탁월한 가창력이 소문을 타면서 국내에서의 앨범 판매도 급격하게 올라 순식간에 10만 장을 넘기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로부터 2년 터울을 두고 그는 모타운에서 세 장의 음반을 더 발표한다. <Superhero>, <U-Turn>, <Gemini>를 차례로 발표하며 'Love Of My Life'를 비롯해 'My Kind Of Girl', 'Shoulda, Woulda, Coulda', 'Everytime You Go Away' 등을 소소하게 차트에 입성시킨다. 워너(Warner Bros. Records)로 레이블을 옮긴 그는 2006년, 8집 <Ten>을 출시한다. 여기서 'Used To Be My Girl'을 R&B 차트 25위에 등재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2007년 봄에는 타일러 페리(Tyler Perry) 감독의 영화 《대디즈 리틀 걸스 Daddy's Little Girls》의 사운드트랙에 'I Believe'라는 곡을 수록하기도 했다.

올해 미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흑인 음악 인디 레이블 이원 뮤직(E1 Music)으로 새 안식처를 잡은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9집 <Evolution Of A Man>을 통해 리듬 앤 블루스 마니아와 그의 팬들에게 흥분을 안긴다. 지난해 또 한 차례 크리스마스 기념 앨범 <I'll Be Home For Christmas>를 선보이긴 했지만, 정규 음반으로는 3년 만에 출시하는 것이기에 그가 손수 만든 작품을 기다렸을 이들에게는 단비처럼 느껴질 듯하다.

앨범은 이제껏 봐 온 브라이언 맥나이트 특유의 아늑하고 편안한 R&B, 팝 넘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첫 싱글로 낙점된 'What I've Been Waiting For'는 서정미 넘치는 연가로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진가를 발휘하는 노래다. “나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을 내 맘속에 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달아나고 싶었고 숨기고 싶었죠 이제는 당신 없인 살 수 없어요 당신 없이는 숨 쉴 수 없어요”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이의 간절한 마음을 달콤한 음성에 녹여 전달하며 노래 끝에 등장하는 청명한 가성은 곡에 여운을 더한다. 안정적이며 부드러운 팔세토 창법은 'When Ur Lovin' Me'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피아노 반주 위에서 사뿐한 놀림을 보이는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가성이 노래를 더욱 가볍게 해줘 안락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더블링으로 처리된 보컬로 인해 1990년대의 파워 팝 느낌이 나는 'Never Say Goodbye'와 건반으로 40초 가까이 연주하는 전주가 곡의 운치를 배가하는 'Another You'는 앨범을 고상하고 우아한 리듬 앤 블루스, 팝 발라드 작품으로 꾸며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숨을 죽인 노래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Evolution Of A Man>의 곳곳에는 트렌디한 감각 또한 발견된다. 앨범의 인트로 격인 'Index'는 오토튠으로 보컬을 윤색해 바운스감을 살리고 있으며 'I Betcha Never'는 중량감 있는 드럼 비트를 재생함으로써 요즘 메인스트림 흑인 음악의 냄새를 품는다. 전자음을 바탕으로 그의 차분한 음성이 흐르는 'Next 2 U'와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이 곡에 활력을 불어넣는 'I Miss You'도 이에 가세해 시류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다른 한편에서 완성한다.

전 세계적으로 2천 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했고 그래미 시상식, BET 시상식, MTV 비디오 뮤직 시상식 등 명망 있는 행사에서 앨범을 낼 때마다 거의 매번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은 그의 음악이 강한 흡인력과 높은 작품성을 지녔음을 말해준다. 또한, 국내의 많은 가수가 공연장이나 음악 프로그램에서 부르는 팝송 중 간택되는 횟수가 가장 많은 곡으로 'One Last Cry'가 꼽혔을 정도니 그의 인기는 동서를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현재에도 도처의 가수 지망생들은 닮고자 하는 음악가로 브라이언 맥나이트를 지목한다. '한 남자의 진화'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을 구체적으로 접해보지 못한 이에게 이번 신보는 그가 어떻게 그러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듯하다. 여전히 누군가의 롤모델로 활약하는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걸출한 재능이 여기에 오롯이 담겨 있다.

글 / 한동윤

음반 해설지 전문


덧글

  • 국화 2009/11/19 20:10 #

    브라이언 맥나잇 저도 오늘 들었는데 아 너무좋더군요 .
    마치 커피에 에이스과자를 적셔먹는듯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브라이언옹 '-'
  • 한솔로 2009/11/24 16:19 #

    목소리 하나는 그대로인데 작년에 공연을 한 번 영상으로 접하면서 이마에 주름이 많은 걸 보고 놀랐어요. 갑자기 나이가 든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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