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디아(Nadia) - 1st Mini Album 원고의 나열

앨범 제작에 정성을 기울였음은 꼭 음악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몇몇은 풀(full) 앨범에 평균적으로 수록되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노래를 수록해 성의를 드러내며, 디지팩 형식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화려한 디자인과 구성으로 지성을 기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압도적인 양을 내세운다고 해서 각각의 곡이 다 감흥을 전달하는 일은 매우 드물고 디자인에 엄청난 수고를 들인 앨범은 속 빈 강정 같을 때도 많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정성과 작품성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목격해 왔기에 수록곡이 많거나 음반 외관이 번지르르할 때 조금은 경계한다.

경력자로 이뤄진 신인 그룹 나디아(Nadia)의 데뷔 EP도 사실은 그런 우려를 유발케 하는 작품이다. 지갑이 들어 있을 것 같은 종이 박스를 열면 그룹 이름이 찍힌 트레싱페이퍼에 포토에세이, 사랑 이야기를 적인 엽서 크기의 종이, 멤버들의 프로필 사진이 담긴 부클릿, 상품의 태그가 연상되는 아담한 사이즈의 가사집이 반긴다. 이들을 다 만나고 나야 CD가 등장한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을 듯한 내용물이 그러한 걱정을 먼저 들게 한다.

앨범은 그러나 방금 전의 기우를 날려 보낼 위력을 발휘한다. 전자음악을 바탕에 둔 이들의 음악은 특색 있으면서도 무척 대중적이다. 가리나 프로젝트(Garina Project)의 'Tell me Tell Me'와 일본 그룹 캡슐(Capsule)이 오버래핑되는 'Twinkling Boy'는 산뜻한 멜로디의 후렴과 강건하면서도 발랄한 전자음 루프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Tell Me Tell Me'가 그랬듯이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면 영상과 시너지를 이룰 만한 곡, 흡인력이 있다.

이는 다른 이의 원조 없이 나디아의 두 멤버가 스스로 이뤄냈다. 룸메이트(Roommate)라는 원 맨 밴드를 만들어 소녀시대, 서연, 낯선 등과 작업했던 음악감독 황현과 모던 록 그룹 더더(The The) 출신의 보컬 명인희가 힘을 합쳐 일곱 편의 노래를 완성했다. 객원 래퍼의 랩과 기타 세션이 한 곡씩 들어갔을 뿐 첫 비정규 데뷔작은 프로듀싱까지 둘이 주도해 만든 온전한 자기들만의 앨범이다.

전자음악을 중심 장르로 삼으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알차게 마련해 둔 것도 장점이다. 'Rewind'는 소녀 같은 감성과 귀여움이 묻어나는 일렉트로팝이며 '끝난얘기 (Missing U)'는 라틴 음악의 색조를 뗘 약간은 이국적인 멋을 풍긴다. 피아노 연주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랑 그 끝이 참 쓰다'는 정적이지만, 대중적인 멜로디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2008년 말, 노을 강균성과 명인희와의 듀엣곡으로 발표된 적 있는 '있잖아 나말야...'는 록의 향취가 서려 전자음악 특유의 차가움을 상쇄한다.

바깥으로 보이는 부클릿과 여러 장식들, 음악 모두에 정성을 들였음을 알 수 있는 앨범이다. 하지만, 캐스커(Casker)를 자꾸 떠올리게 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같은 장르 안에 있기에 어느 정도 유사하게 들리는 부분이 나올 수 있겠으나 나디아만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아직은 부족하다. 그것만 보완한다면 조만간 대중과 마니아의 고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2009/11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Tag 2009/11/26 18:37 #

    아...룸메이트라고 하니 알겠네요. 캐스커 매니아인 저로서는 매우 솔깃한걸요. :)
  • 2009/11/28 00:4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