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가 아닌 '작은 거인'을 기다리며 원고의 나열



패배자를 뜻하는 '루저'라는 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패널로 출연한 한 대학생이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라고 한 말이 큰 파문을 일으키며 화제가 된 것. 네티즌 사이에서는 '루저 원정대', '루저의 난'이라는 제목의 패러디 작품이 인기를 끌었고 어떤 이들은 키 작은 남자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며 KBS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대란에 가까운 후폭풍이 부는 중이다.

이는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 조건,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을 우선시하는 외모 지상주의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심각하게 만연해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일 것이다. 성형수술은 물론이고 여성, 남성 가를 것 없이 키높이 깔창과 구두를 선호하며 최근에는 키를 크게 하는 수술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도 겉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 세태를 반영한다. 특수 직종이 아닌데도 키가 작다고, 얼굴이 별로라는 이유로 구직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니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충분히 나올 법하다.

대중이 보편적으로 접하는 매체인 방송만 해도 고운 얼굴에 훤칠한 키의 연예인들 일색이라서 은연중에 외양과 신장에 대한 기준을 주입받는 탓도 빼놓을 수 없다. 브라운관을 들여다보면 못난 사람보다 잘난 사람을 마주하는 경우가 더 잦다.

현재 우리 음악계는 그와 같은 기준의 적용이 더욱 명확해 보인다. 아이들 그룹의 출현이 대대적인 요즘, 하나같이 잘 생기고 예쁘장한 외모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런 사람이 아니면 가수가 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중에서는 가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 미비할 때가 많아 본질적인 내용이 아닌 외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키가 작거나 몸매가 별로이거나 그다지 호감을 사는 상이 아니더라도 돌이켜 보면 재능만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알린 음악가가 적지 않았다. 여자였지만 대학 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캠퍼스에서 가장 못생긴 남자'로 뽑힐 만큼 볼품없었던 재니스 조플린은 최고의 여성 블루스 가수로 칭송되며, 컨트리 가수 브렌다 리는 150센티미터가 안 되는 왜소한 체구였으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리틀 미스 다이너마이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흑인 음악과 록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스타일로 1980년대 팝 음악의 아이콘이 된 프린스는 157센티미터의 작은 키였다. 한국 대중음악의 거성들 이미자와 조용필, 김수철 역시 몸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과거와 달리 근자에는 훌륭한 작가를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 아쉽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 아이들 가수 위주의 트렌드, 이들만 내보내는 음악계 시스템이 재능 충만한 음악인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볼 문제다. 겉모습이 아닌 음악적 재능을 우선으로 여기는 환경이 언제쯤 마련될지, 음악성만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을 명인은 앞으로 나올 수 있을는지 물음이 앞선다.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을 선호하는 잣대에서는 루저일지라도 대중음악 역사는 승자로 기억할 인물이 더욱 기다려진다. 논란이 된 발언 덕분이다.

(한동윤)

위클리경향 853호


덧글

  • 오리지날U 2009/11/27 14:22 #

    기..김수철..? ㅎ 거..거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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