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블랙(All Black) - Chapter 1 원고의 나열

각종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뉴 페이스로 각광을 받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하향 연령 화처럼 가요계에 발을 들이는 유소년들이 늘어나는 것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올해 스무 살 청년이 된 량현량하는 열네 살에 데뷔를 했고, 한스밴드가 처음 방송에 나올 때도 열넷에서 열여섯의 나이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그룹 오렌지나 통화 연결음으로 큰 인기를 얻은 칠공주의 출현이 있었다. 여기에 웬만한 실력(다른 분야는 특별한 실력이 없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가지곤 발붙일 틈 찾기 어려운 힙합 계에 도전장을 내민 당찬 '어린 스타'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올 블랙(All Black)이다.

이 힙합 신성(新星)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某)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어 신인 뮤지션에게 괜찮은 홍보의 장이 되어주는 프로그램 '엠 픽(M Pick)'을 통해서 분할, 편성된 어린 친구들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열람했을 테고 앨범 출시 이전에 음악을 간간이 맛보았을 것이다.

국내 최연소 프로듀서라는 또 다른 직함을 가지고 있는 도끼(Dok2)와, 도끼보다 세 살 어려 최연소 래퍼라는 위치에 선 마이크로닷(Microdot)은 각종 매체의 기사를 통해 '최연소 힙합 듀오'로 눈길을 끌었으므로 어린 나이가 갖는 메리트는 충분히 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재능만큼은 성인 못지않아서 나이 얘기는 잠시 접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변성기를 겪지 않은 마이크로닷의 목소리는 그 여물지 않은 목소리 자체가 매력이자 음악을 들을 때 자연스레 집중이 되게 해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덜 허스키한 릴 로메오(Lil' Romeo)랄까? 그에 반해 도끼의 저음은 마이크로닷의 고음으로 자칫 가볍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을 견제하며 음색의 조화를 이룬다.

이 조합은 80년대 올드 스쿨 힙합 비트를 차용한 듯한 타이틀곡 'Music'의 후반부에 들어 도끼와 마이크로닷의 래핑이 넘노니는 버스(verse)에서 잘 드러난다. 바탕을 이루는 경쾌한 비트는 마이크로닷의 친형인 신재민의 청아한 보컬 피처링으로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분위기를 이어가는 '꿈'과 다이내믹 듀오(Dynamic Duo)의 개코가 참여하여 '바비킴스러운' 노래를 불러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Holiday'의 가사를 통해서 보면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포부와 당돌함을 살펴볼 수 있으며, 결국 이 두 힙합퍼도 그 나이의 또래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일러준다.

3번 트랙 'High'에서는 'Rhymin' & flowin' spittin' words 재밌는 놀이. (중략) 무대 위는 나의 놀이터. 마이크란 장난감을 들고 소리쳐.'라는 가사로 이들의 가벼운 마음과 랩이 취미이자 곧 생활의 한 부분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도끼가 노홍철의 정신 사나운 소개 코멘트로 처녀 출장을 강조한 다이내믹 듀오의 'Circus'에서와 더 콰이엇(The Quiett)의 두 번째 앨범 <Q Train>의 '뭐'에서 음성변조의 기술을 빌리며 노토리어스 키드(Notorious Kid)로 분해 출중한 랩 스킬을 보여 주었다면 정규 앨범에 앞서 발표한 이 맛보기 용 싱글을 통해서는 비트메이커로서의 재능과 프로듀서로서 전체적 흐름을 조율, 감독해내는 탁월한 기술을 선보이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과 다소 우려되는 부분을 언급하자면, 정규 앨범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가사의 소재와 주제가 '음악사랑'과 '단순 즐김. 놀아보자.' 정도의 표어에 제한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경험이 적고, 사유가 깊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더욱 폭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랩으로 옮겨내는 것은 도끼와 마이크로닷이 반드시 거쳐 가야할 과정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한순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급할 것은 없다.

가사와 연관하여, 라이밍(rhyming)의 연출과 랩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장치 정도로 해석되는, 여기저기 나열한 영어가사보다는 우리말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배양해야 할 것이다. 앞선 걱정을 하나 더 한다면, 도끼와 확연히 구분되는 마이크로닷의 목소리가 변성기 이후에는 어떤 색을 가질 것인가이다. 음악엔 관심 없고 지금같이 귀여운 외모와 앳된 목소리를 좋아해 주는 '누나 부대'의 사랑이 2차 성징 후 달라진 모습에 급격히 발길을 돌려버릴 수도 있을 테니깐.

음악에 대한 열정. 그 '독기'는 시간이 지나도 처음처럼 유지하길 바라며, 부단히 노력해서 '미미한 존재(micro dot)'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속으로 그려보는 뱀 발 하나. 랩 게임(game=match)에 뛰어든 이 어린 단짝(match)의 앨범 재킷이 성냥(match)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참 재밌다.

2006/07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미엘르 2009/12/02 15:24 #

    기억할게 적어서 소중한 못, 상징적인 못, 못밴드의 의미에요,
  • Qmark 2009/12/02 16:48 #

    근데 마이크로닷은 이미 뉴질랜드로 돌아가버려서...앞으로 보기는 좀 힘들것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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