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 - Platonic 원고의 나열

인맥과 소프트웨어 운용만으로 완성한 앨범이다. 킵루츠(Keeproots)와 미스터 타이푼(Mr. Tyfoon)을 비롯해 김세진, 서정진,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 등이 작곡과 노랫말 만드는 것을 도왔으며 래핑과 싱잉 실력을 겸비한 보컬리스트 길미와 개그맨 이수근,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 프레시 보이즈(Fresh Boyz)의 놀부가 참여해 목소리 밀도를 높인다. 노래는 오토튠이 다 해준다. 은지원이 한 일은 'Intro'에서 'Platonic love'라는 두 단어 작사와 각 트랙에 음성을 입힌 것이 전부다.

이는 그가 자기 음악에 대한 확고한 줏대 없이 시류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음악 제작과 관련한 실력을 쌓을 의지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일러 준다. 오로지 그가 원하는 것은 티 페인(T-Pain)이나 에이콘(Akon)의 작품들처럼 중독성과 대중 친화성을 앞세운 바운스감 넘치는 곡이며 그것을 위해서 프로듀서의 도움만 구하고 있다. 이런 노래는 특별한 기교나 가창력을 요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 기계로 조절하면 되니까 맘 편하게 녹음만 하면 된다. 게다가 자신이 랩을 한다면 직접 가사를 쓰는 것이 기본인데 그것마저도 다른 사람의 원조를 받는다.

모든 수록곡을 오토튠으로 매만졌으니 각기 다른 개성이 느껴질 리 만무하다. 간간이 들어가는 추임새나 코러스가 다 한결같고 래핑에서도 매력을 발견할 수가 없다. 코믹하게 보이려고 작정한 '160'을 제외하면 다 거기서 거기다. 이 노래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은지원이 아닌 이수근이니 그가 음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하다. 전체적으로도 콘셉트와 스타일만을 우위에 둔 터라 정작 주인공인 은지원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젝스키스가 해체하고 솔로로 나선 후부터 지금까지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은지원은 자기 음악을 못 찾고 있다. 안타깝다. 처음에는 노래를 하고 그게 안 되니 랩을 하고 그것도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자 주변 음악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방향을 확립하기보다 모방에 가까운 판박이 스타일을 만듦에 그쳤다. 노래하듯 랩하는 스타일이 뜨자 거기에 붙었고 이제는 에이콘풍의 음악을 따른다. 현재도 열심히 표류 중인 듯하다. 아니면 뚜렷한 도착점이 아예 없든가.

뮤지션으로서 욕심이 있다면 연예인 친구들과 미션 노트를 주고받으면서 웃고 떠들고 집 떠나서 생고생하다가 까나리액젓 먹고 돌아오는 것에 열중하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고민에 더 비중을 둬야 할 것이다. 여기서 오토튠을 빼면 그의 목소리만으로 어떤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지, 미스터 타이푼이 없었다면 래퍼로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퍽 궁금하다. 동료로부터 도움을 받고 유행하는 스타일을 좇아서 히트하는 것이 음악적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앨범은 방송에서 보여 주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음악을 하는 자세 또한 초등학생 수준임을 대놓고 드러낸다.

2009/12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이솔로 2009/12/13 21:38 # 삭제

    최고에요! ㅋㅋ
  • 완정동의 2009/12/14 00:49 # 삭제

    저도 동의합니다..
    오늘 인기가요에 나올 때 딱 한눈에 옷차림은
    티페인을 따라했다는 걸 느꼈습니당 흑흑
    설마설마에이설마~~ 노래까지 비슷할까..
    했더니 역시 오토튠은 빠지지 않았더군요
    노래는 에이콘의 노래와 판박이고..
    은지원을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무작정 해외음악을 따라가는건 아니라고 봅니당ㅋ
  • Makaveli 2009/12/14 05:41 #

    정말 공감 가는 글이군요....랩핑 이나 플로우 타는 것도 느는게 하나 없네요...
    음악적 욕심두 전혀 없어 보이구여...올빼미 Tipsy 리믹스 때부터 느꼇지만...
    그냥 앨범 출시 내는 해에 유행하는 비트 나 혹은 스타일만 따라쟁이 식으로
    배껴서 내는 형식 같아서...영 그렇네여...
  • tag 2009/12/14 07:50 #

    은초딩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자세는 촘 짜증이 나요. - _-;;;
    그냥 1박 2일이나 하던가...
  • 미엘르 2009/12/14 11:47 #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적인가 봐요, 내가 성공을 못하고, 그는 엄청 성공한거 보면, 그런 남자는 다시는 만나기 싫어요..
  • 오리지날U 2009/12/14 12:04 #

    은지원.. 참 안타깝죠;
  • 오리너구리 2009/12/14 16:21 #

    all famy 좋았는데
    그 이후는 참 아쉬워요.
  • dada 2009/12/19 06:29 # 삭제

    은지원 까는 건
    힙합한다는놈이 작사를 남에게 맡기거나(사실 작곡도 지가해야됨)
    컨셉및 음악의 정체성을 못찾는다는 거는 이해가 가는데
    대체 시대가 어느땐데 오토튠이나 신디음을
    소프트웨어라고 깝니까..
    뭐 기계음을 소프트웨어라고 표현한다면 기타,피아노와 같은 '악기'도
    소프트웨어니까 무반주 독창(같은 음악인이 도와줬다고 '인맥' 운운했으니)
    만이 진정한 '음악'이겠네요.
    근데 참 이상한게 클래식만 듣지 않는이상
    7,80년대에도 반주엔 기계음 깔리거든요?
    그걸 목소리에만 덮었을뿐인데 밑에 깔려서 안들리던 기계음이
    메인으로 들리기 시작하니까 뭔가 거부감이 생기는건지 '일부'의 소위 나 음악좀 안다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까더군요.
  • 영재 2009/12/25 13:52 # 삭제

    주제의 초점을 뭔가 잘못 맞추고 계시는 것 같아 한 말씀 드리자면 대중들이 점차적으로 깨닫기 시작한 오토튠의 폐해는 마치 개그맨들이 '요새 컴퓨터가 기술이 좋아서 너도나도 가수 할 수 있어요~'라고 가수 본연의 재능을 컴퓨터의 마우스 클릭질 몇 번으로 격하시키는 것처럼 뉴스의 일상적인 인터뷰 몇 마디를 높낮이를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음악으로 재탄생시키는 오토튠의 부정적인 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기계음이 언제부터 주류 음악에 참여했는지의 여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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