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고(Junggigo) - Nowarnocry 원고의 나열

대중음악에서 주요 소재로 쓰이는 남녀 간의 사랑 얘기가 아닌 내용이라 더욱 관심이 간다. 리듬 앤 블루스 보컬리스트 정기고(Junggigo)의 두 번째 EP <Nowarnocry>에 수록된 동명의 타이틀곡은 전쟁을 반대하는 뜻을 담고 있어 대부분의 노래들 중에서는 돌출돼 보인다. 특히, 제재의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 음악 시장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것을 화두로 꺼냈기에 몇몇 청취자는 큰 기대를 품을 것 같다.

조금은 묵직한 비트를 두고 팔로알토(Paloalto)와 넋업샨의 랩과 함께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여기서 주장하는 바와 성격은 다르긴 해도 리믹스 버전에서는 워싱턴 대행진 때 있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까지 삽입해 진지한 분위기를 갖추는 데 노력한다. 세 남자가 지나치게 무겁거나 어려운 의견을 설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구체성의 부족이 다소 아쉽게 다가서기도 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평화'라는 구호는 익숙하고 심심한 귀결일 뿐이라서 허한 느낌마저 든다.

다른 신곡인 'Cream'은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 'Byebyebye'와 비교될 만한 스타일의 R&B로 정기고 제1의 매력이라 할 나긋나긋한 톤이 음악을 한층 아름답게 꾸민다. 가성과 진성을 번갈아가는 그의 보컬은 메인과 코러스 구분을 두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기를 유지해 따스함을 극대화한다. 화려한 애드리브를 가하지 않은 노래는 정기고의 음성만으로 리듬 앤 블루스의 매력을 충분히 나타낸다.

본명이 고정기인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활발히 활동한 인물이다. 힙합 듀오 아이에프(Infinite Flow)의 데뷔 앨범 중 'Respect you'에 객원 보컬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콰이엇(The Quiett)의 '그 남자 그 여자', 에픽 하이(Epik High)의 네 번째 앨범에 실린 '피해망상 Pt.1', 키비(Kebee)의 3집 <The Passage>에 수록된 '인사' 등 수많은 힙합 뮤지션의 작품에 감초처럼 등장하며 미끈하면서도 섬세한 목소리 연기를 선보여 왔다. 1990년대의 네이트 독(Nate Dogg)이나 현재의 에이콘(Akon)처럼 한국 힙합에서 그의 음성을 듣는 게 이제는 익숙할 정도로 정기고의 협업 양은 다수를 기록한다.

2008년에는 비정규 앨범 <Byebyebye>를 발표하며 솔로 디스코그래피 작성에 착수했지만,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왠지 그의 노래 같지가 않다. 단, 이는 객원 래퍼를 들인 노래만 놓고 판단했을 때 그렇다. 더욱이 'Nowarnocry'는 랩 버스(verse)가 두 번이나 등장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이제껏 피처링을 전문으로 해 왔으며 혼자서 부른 'Cream'이 아닌 'Nowarnocry'를 타이틀곡으로 채택해 그러한 감은 더욱 짙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이지 않은 주제를 밝힘으로써 일부에게 개인의 음악을 환기할 수 있겠지만, 손님으로 음악을 할 때와 별반 차이 없는 주인 역할은 흡족하지 못하다. 그의 두 번째 비정규 작품은 다양한 내용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자신의 비중을 늘려가는 작업도 이제는 필요함을 안으로부터 말하고 있다.

2009/12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