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의 '편중현상' 원고의 나열



연말이면 각종 시상식으로 인해 대중문화계 전반은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방송가, 영화, 출판, 게임 등 문화 산업의 여러 축을 담당하는 각 분야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며 그해 가장 인기 있었던, 혹은 해당 영역의 전문가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창작물을 선출하는 행사들이 12월을 가득 메운다. 이와 같은 시상식들 덕분에 1년을 마감한다는 아쉬움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앞서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 같다.

대중음악계도 당년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여러 시상식 일정이 잡혀 음악팬들을 흥분케 한다. 몇몇 애호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가 수상하길 기대하며 일부는 어떤 음악이, 어느 뮤지션이 상을 받을지 점쳐 보기도 한다. 무대에 서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연말 시상식은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자리가 된다.

2009년 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을 비롯해 여러 음악 매체에서 1년을 결산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독립적인 시상식이 열려 한층 풍성해진 양을 기록했다. 이런 사항만 본다면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의 만족감도 그에 준할 만큼 늘어나야 할 텐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 왠지 모를 헛헛한 기분을 제공하고만 있다.

이는 트로피를 거머쥐는 노래들이 편중된 형식 일색이며 한 팀이 여러 개의 상을 독식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9년 처음으로 개최된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는 소녀시대가 6관왕을 차지하는가 하면 한 가수가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상을 가져가는 경우를 목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떤 부문을 봐도 상을 탄 노래는 댄스곡이라서 다양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천편일률적인 결과만을 보여줬다. 다른 시상식도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거나 '명예의 전당'이나 '공로상' 같은 특별 부문을 만들어 놓지 않는 이상은 많은 팬을 보유한 아이들 가수가 수상하는 것이 명약관화했던 일, 2009년도 역시 그대로였음을 증명한 셈이다.

음반을 비롯해 온라인과 모바일 음원 판매량, 방송 횟수 정도만을 수상자를 뽑는 잣대로 둔다면 늘 똑같은 현상만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어 활동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다수의 팬을 거느린 인물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시스템 상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새로운 행사가 기획된다 해도 그곳은 아이들 위주의 댄스 가수와 이런 팀을 육성하는 회사, 열혈 지지 세력에게만 환희의 공간이 될 뿐이다.

일련의 사례를 방지한다고 무턱대고 작품성과 완성도만을 선별 기준으로 둘 수도 없다. 명색이 그해 최고의 대중음악을 가리는 자리인데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생소한 노래들을 뽑는다면 이것도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한 웃지 못할 사태를 맞지 않으려면 미적 가치와 함께 지명도도 고루 감안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특정 장르만을 후보로 모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양식을 포괄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음악인과 업계 종사자, 음악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 모두의 기분을 흡족하게 하는 행사를 만날 날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한동윤)

위클리경향 857호


덧글

  • 오리지날U 2010/01/01 18:42 #

    원래 어느 정도 명망있는 자리 아니면 대개가 생색내기,
    아님 감투 씌워주기 행사잖아요? ㅎㅎ 즤들끼리 먹고 노는 거죠 ^^;
  • 영재 2010/01/01 19:58 # 삭제

    대안이 없기에 더 답답한 상황이네요.
  • 시가를문소년 2010/01/01 22:00 #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개념잡힌 시상식이 있긴 한데, 현실은 자금사정때문에올해는 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죠.
  • 지구밖 2010/01/01 22:49 #

    예전엔 대중음악에 아예 무관심 했다가 요새 들어서 아이돌 댄스음악 하나씩 듣는 편인데 생각해 보니 맞은 말이긴 하네요.
    개인적 취향과 무관하게 너무 편중되다 보니 차린 건 많아도 먹어보면 다 그게 그거...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