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과 생각들 2010-1 불특정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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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과 둘째날을 남의 집에서 보내고 월요일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유흥의 동네에서 선배와 술자리를 가진 이후로 활동 반경 한 평 생활을 일주일 내내 했다. 폭설로 인한 출근 대란, 한파로 대중교통 이용이 매우 불편하다는 소식을 집에서 접하며 나처럼 출근의 개념이 없는 사람한테는 이런 게 복이라는 걸 확실이 알게 됐다.

02
출근을 안 해서 좋았으나 마땅히 할 일도 없었다. 이번 주는 안식주간이나 다름없었다. 신곡 모니터링도 할 필요가 없었다. 연초, 그것도 신년 첫 주에 새 앨범이 발매되는 일은 연중 가장 적으며 나와 봤자 좋은 앨범 99% 이때 안 나온다. 컴퓨터를 켜도 옛날 음악이나 들으며 연예계 소식이나 몇 개 보는 게 전부였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한량 생활이었다.

03
집에만 붙어 있으니 돈 쓸 일이 없어야 하는데 여가를 쇼핑으로 즐겼다. 옷과 책, 음반을 산 게 전부니까 즐긴 건 아닌 듯하다. 요즘 옷값은 금값으로 느껴질 만큼 비싸고 주문한 몇 권의 책은 해외서적이라 몇 배 더 나가고 음반은 중고임에도 남아 돌지 않는 것이라 가격이 좀 셌다. 어마어마한 돈을 이틀 사이에 허공에다 뿌린 느낌이었다.



산 음반들 중 하나. 'Steal Away'를 좋아해서 음반을 꼭 구입하고 싶었는데 매물이 올라와서 당장에 질렀다. 하지만, 그 노래와 '내 눈에 슬픈 비', '소중한 사랑' 이 세 곡 빼고는 다 별로다.



주문한 책들이 늦어질 거라는 메일이 왔다. 저 말은 '네가 책을 샀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질 때쯤 보내주겠다'라는 얘기다. 그런데 '좾내'는 무슨 신조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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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 오늘은 (중: 대 급은 아니라서)청소를 했다. 책장과 시디장에 쌓인 먼지를 닦고 냉장고와 텔레비전의 구석구석도 닦아냈다. 이런저런 물건에 철썩 달라붙은 더께를 닦는데 이건 먼지를 닦는 건지 걸레로 먼지를 입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심각했다. 오티스 레딩과 아시아, 투언리미티드의 음악을 응원가 삼으며 두 시간 반에 달하는 청소를 끝냈다. 그러나 청소 전과 후의 모습에 변화를 느끼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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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중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술이나 먹자는 제안이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고 원곡보다 리메이크가 더 익숙한 노래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는 돌리 파튼 원곡이고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리메이크하기도 한 아이 러브 로큰롤은 조안 제트 노래로 유명하지만 그것도 애로우스라는 록 그룹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곡이고, 아토믹 키튼의 타이드 이즈 하이는 블론디가 원작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블론디도 리메이크를 한 것이고 로버타 플랙의 필 라이크 메이킹 러브는 발표한 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른 알앤비 가수 두 명이 더 취입했고 윌리 넬슨과 펫 샵 보이즈의 노래로 유명한 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는 브렌다 리라는 가수의 노래고 기타 등등을 이야기했다. 거위의 꿈도 아직도 인순이의 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지 않나. 이렇게 오리지널보다 이후에 나왔음에도 더 오리지널처럼 느껴지는 노래들이 있다. 그렇게 노래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제 어떤 분 블로그에 디온 워윅 노랠 아레사 프랭클린이 원작자인 것처럼 덧글을 적은 게 생각났다. 그분 '이건 뭐지' 하고 보셨을 수도 있을 듯. 괜히 죄송. 린다 론스태드도 그렇고 아레사도 그렇고 남의 노래를 처음부터 자기 것이었던 것마냥 만드는 재주가 있다.

06


'전설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내한공연을 한다고 하네. 하마터면 정말 전설이 될 뻔했는데 다행히 갱생에 성공하셨지. 공짜표나 구해 놓아야겠다.

07
내일은 엠티 가는 날. 그런데 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냥 몸만 갈 뿐... 가서 술이나 마실 뿐... 다음날 겔겔댈 뿐...

덧글

  • 오리지날U 2010/01/08 23:20 #

    아아- 소울라운지 비공식 좾내 방송입니다-

    지금 흐르는 BGM의 제목은 뭣일까요~ 아시는 분은 댓글로 제보 바랍니다-

    아아- 상품은 없습니다-
  • 한솔로 2010/01/10 18:42 #

    Kleeer라는 밴드의 'Happy Me'라는 노래에요. 분위기 있죠?
    70년대가 참 좋아요.
    벌써 좾내를 응용하시는군요~
  • 국화 2010/01/09 00:50 #

    아오미치겠네 죚내... 그래24 많이바쁜가바요:)
  • 한솔로 2010/01/10 18:43 #

    예스24의 바쁨은 늘 그렇겠지만 물건이 배 타고 오는 데에 일주일은 기본적으로 되어 주니까요. 기다리다 목 늘어나겠어요.
  • Run192Km 2010/01/09 02:26 #

    박지윤 저앨범 전 테이프로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두 저 세곡 정도만 좋아했던것같네요 ㅎㅎ
  • 한솔로 2010/01/10 18:45 #

    방송에 나오는 노래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나머지 노래들은 흥행감이 아니라서...
  • tag 2010/01/09 15:46 #

    아... 휘트니 휴스턴 부활한 건가요? 어떤 의미에서는 참 다행이다 싶네요.

    좾내...ㅋㅋㅋㅋ
  • 한솔로 2010/01/10 18:46 #

    노래는 예전만큼 터지지 않아서 그렇게 큰 감동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사람, 직접 보고 싶네요.
  • 2010/01/10 16: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솔로 2010/01/10 18:48 #

    하하. 그게 저도 부담스럽긴 한데요, 발성을 그렇게 해 버릇하다 보니까 완전히 자기 스타일로 굳어져 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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