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cci Mane, 남부 힙합의 중추, 구치 메인의 두 번째 메이저 진출작 원고의 나열

지역마다 혹은 레이블별로 다양한 장르의 신이 형성된 미국이라고 해도 지방에서 활동하던 뮤지션이 주류 음악 시장에 진출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인물이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캐스팅되거나 끼가 좀 있는 것 같아서 계약부터 하고 보는 사례는 0%에 가깝다. 노래를 부르든 랩을 하든 실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직하고도 날카로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에 한 음악가가 로컬 신에서 활약하다가 주류로 진입했다고 한다면 노력과 재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애틀랜타의 수많은 래퍼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던 구치 메인(Gucci Mane)도 그런 성공담 속 인물이 될 듯하다.

앨라배마주 베서머 태생으로 레이드릭 데이비스(Radric Davis)가 본명인 구치 메인은 아홉 살이 되던 해에 애틀랜타 동부로 이사해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예비한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취미로 시를 쓰다가 열네 살 때부터 랩을 시작한 그는 지역의 힙합 프로듀서 자비에르 제이토벤 도슨(Xavier Zaytoven Dotson)과 팀을 이뤄 믹스테이프를 제작함으로써 뮤지션의 꿈에 한발 다가선다. 유명인도 아니었고 공장에서 제대로 된 가공을 거쳐 만든 CD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단 며칠 만에 1,000장가량 팔려 나갔다. 당연히 음반점을 거친 것도 아니었다. 구치 메인 본인의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거리에 깔아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았을 뿐이었다. 그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거리가 음반들을 아예 집어 삼켜 버렸어. 내 음악에 죽 배고파 온 사람들처럼 말이야”

구치 메인을 눈여겨보던 빅 캣 레코드사(Big Cat Records)는 그를 영입해 음반 제작에 착수했다. 일사천리로 진행해 만든 프로모션 싱글 'Black Tee'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전파에 힘입어 서서히 구치 메인의 이름을 알려 나갔고 어느 정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나서 몇 개월 후에 처녀작 <Trap House>를 선보인다. 든든한 배급사를 등에 업고 나온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발매 첫 주 만에 12,000장 이상을 판매했고 빌보드 차트에서 신인들의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톱 히트시커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뤘다. 여기에서 영 지지(Young Jeezy)가 피처링한 리드 싱글 'Icy'는 빌보드 랩 차트 23위에 오르며 구치 메인으로 하여금 괜찮은 첫발을 내딛게 했다. 이듬해 선보인 소포모어 작품 <Hard To Kill>과 2007년 발표한 3집 <Trap-A-Thon>은 데뷔 앨범과 비등한 수준의 판매량을 올리며 그를 남부 힙합의 샛별로 만들었다.

천천히 자신의 입지를 다졌지만, 삶이 늘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대망의 첫 앨범을 내놓기 며칠 전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체인 목걸이를 훔치려는 강도들의 습격을 받았다. 동료들은 총을 쐈고 강도 무리 중 하나였던 조지아주 출신의 래퍼 헨리 리 클라크(Henry Lee Clark III)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어 살인죄로 고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몇 개월 후 증거불충분으로 실형은 면했지만, 이 사건과 무관하게 일전에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때려 폭행죄로 고소당한 것이 있어서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만 했다. 2008년에는 폭력 사건에 따른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다시 감옥으로 가기도 했고 현재까지도 2005년에 있었던 살인 사건과 거듭되는 사고들로 법정과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있다. 다수 래퍼가 그러하듯 음악 외의 여러 문제로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쌓아 온 그였다.

음악으로나 사생활로나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 성공한 구치 메인은 자신의 레이블 소 아이시 엔터테인먼트(So Icey Entertainment)를 설립하고 새로운 도약을 꾀한다. 거주지인 남부를 벗어나 전국구 래퍼로의 성장을 계획한 것. 2007년 12월, 애틀랜틱 레코드사(Atlantic Records)와 합심하여 <Back To The Trap House>를 발표해 주류 진출을 시도했으나 음악 매체들은 긍정적인 평가 대신 냉랭한 의견만을 내주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57위, R&B/힙합 앨범 차트 11위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당찬 돌진이었음에도 큰물이 생각보다 매섭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해야만 했다.

이에 좌절할 그는 아니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믹스테이프를 발표하며 재치 넘치는 표현을 선보였고 솔자 보이 텔엄(Soulja Boy Tell'em), 오제이 더 주스맨(OJ Da Juiceman) 같은 한동네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하며 조금의 휴식도 없이 경력을 쌓아 나갔다. 자신의 작품을 비롯해 마이크 존스(Mike Jones)의 'Boi!', 마리오(Mario)의 4집 <D.N.A.>에 실린 'Break Up', 왈레(Wale)의 데뷔 음반 <Attention Deficit>에 수록된 'Pretty Girls' 등 2009년 한 해 동안만 40편에 달하는 믹스테이프와 정규 앨범에 150곡이 넘는 노래를 녹음했다. 5월과 9월에는 네 번째 언더그라운드 음반 <Murder Was The Case>와 EP <Wasted: The Prequel>를 출시하기도 했다.

타이트하게 활동을 유지한 구치 메인은 두 번째 메이저 앨범 <The State vs. Radric Davis>를 발표하며 2009년 빡빡한 스케줄과 작품 소화에 방점을 찍는다. 이번 음반은 지난 2007년 주류 입성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다시 도전하는 작품이기에 그의 각오 또한 남다를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다작으로 각지의 흑인 음악팬들에게 어필했던 터라 구치 메인의 2차 시기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이도 꽤 많다.

<The State vs. Radric Davis>는 남부 힙합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데뷔 때부터 함께했던 제이토벤을 비롯해 스콧 스토치(Scott Storch), 방글라데시(Bangladesh),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같은 주류 힙합 신을 이끄는 스타급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곡의 태깔을 꾸며준다. 포문을 여는 'Classical'부터 귀를 확 잡아끈다. 스트링 프로그래밍에 오페라식의 후렴구를 마련해 곡의 규모감을 늘리고 있는데다가 피아노 연주를 계속 삽입해서 비장함까지 살린다. 지글거리는 베이스라인을 타고 릴 웨인(Lil Wayne), 캠론(Cam'Ron)과 랩을 주고받는 'Stupid Wild', 음반의 첫 싱글로 중독성 있는 훅이 흡인력을 높이는 'Wasted', 반복되는 피아노 연주와 어린 아이의 음성으로 녹음한 코러스가 아기자기하게 들리는 'Lemonade' 등은 남부 힙합의 정형인 활기와 댄서블함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한편에는 부드러움을 강조한 곡들을 마련해 다른 기호를 충족한다. 메인스트림을 대표하는 리듬 앤 블루스 가수 어셔(Usher)가 참여해 빌보드 랩 차트 9위에 오른 'Spotlight'는 그의 매끈한 목소리가 더해져 곡의 윤기를 확보하며 키샤 콜(Keyshia Cole)이 피처링한 'Bad Bad Bad'는 신시사이저 루프를 타고 흐르는 맑은 코러스로 인해 노래가 한층 가볍게 들린다. 'I Think I'm In Love'는 신예 남성 보컬리스트 제이슨 캐서(Jason Caesar)의 나긋나긋한 가성이 은은하게 퍼져 거세지 않은 사운드를 완성한다. 힙합 열광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접근성을 띨 트랙들이다.

스무 곡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수록했으며 래퍼와 프로듀서, 도움을 주는 뮤지션들 숫자만 해도 삼십 명에 가깝다. 많은 인원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름값 또한 대단하다는 점이 한 번 더 놀라움을 안긴다. 구치 메인의 인적 인프라가 얼마만큼 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어느 순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노래를 녹음하고 동료 래퍼들과 협업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와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자신이 지닌 재능을 제대로 알리고 다른 이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을 테다. 웹진 힙합디엑스(HipHopDX), 플래닛 일(Planet Ill)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구치 메인의 본 작품은 부단한 매진일로를 통해 이뤄낸 또 다른 성과로 기록될 듯하다. 남부 힙합의 샛별에서 이제는 남부 힙합의 '중핵(中核)'으로 자리매김할 그의 노고가 서린 작품이다.

2009/12 한동윤

음반 해설지 전문


덧글

  • tag 2010/01/24 00:54 #

    음... 한 번 들어봐야 할 듯한 앨범이군요. 꽤나 근사할 듯한 느낌이 드네요. :)
  • 한솔로 2010/01/25 22:14 #

    남부 힙합에 우선은 적응을 하셔야 좀 수월하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분들은 매우 힘겨울 수도 있습니다.
  • Makaveli 2010/01/25 19:14 #

    구찌맹은 과거 영쥐지 릴스카라피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싸우스 뮤지션으로 많이 보이더니..2008년 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믹스 테입 을 쏟아내고....
    진짜 돈에 환장한놈 처럼 미친듯이 다른 가수을 피쳐링을 하고..(2009년 한해
    피쳐링 젤많이 한것 같아 보이더군요)그러다가 몇몇 피쳐링햇던 노래들이 대히트 치고...구찌맹도 슬슬 이제 메인 스트림에 올라가는것 같군요...사실 얼굴도 너무 못생겻고...랩도 딱히 잘한다라는 느낌은 못받겟는데..그래도..열심히
    활동 하려고 노력하는게 보여서....미워 할수 없는 아티스트라고 생각됩니다..
    헌데..얼마전에 보니..영쥐지랑 잘 풀었나 보더군요 -0-
  • 한솔로 2010/01/25 22:19 #

    확실히 스킬이 뛰어나거나 한 건 아닌데 의욕, 욕심은 대단한 것 같아요. 그것이 수반한 다작이 단순히 양만 많고 질적으로는 떨어진다면 좀 그렇긴 하겠지만 이 친구는 하여튼 열정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 사건은 좋게 마무리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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