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를 위한 콘서트'를 원고의 나열



세계의 여러 나라와 민간단체들이 물자와 인력을 투입하며 지진 피해를 본 아이티를 지원하는 가운데 연예인들의 기부나 후원금 모금 활동도 활발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커플이 '국경 없는 의사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아이티 출신의 힙합 가수 와이클레프 장은 자신이 설립한 '옐 아이티 재단'을 통해 20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았다. 지난 22일에는 배우 조지 클루니가 진행한 자선기금 모금을 위한 행사 <아이티에 희망을!>이 전 세계에 방송됐다. 유명 인사들의 활약이 무척 돋보인다.

이처럼 큰 사건 발생 또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할 중대한 사안이 있는 경우 음악인들의 움직임은 특히 분주하고 도드라진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성금을 낸다든가 문제 해결을 위한 작업에 직접 참여한다든가 방송에 출연해 동참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특별 공연을 열거나 자선 음반을 취입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키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기부하는 일이 더 의미 있기 때문이다. 뮤지션만큼 자신이 지닌 재능으로 즉각적인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는 예술인도 없을 듯하다.

행보는 이미 가시화된 상태다. <아이티에 희망을!>에는 세계적인 록 그룹 유투의 보노를 비롯해 저스틴 팀벌레이크, 앨리샤 키스, 스팅 등이 출연해 공연을 펼쳤다.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래퍼들 또한 마틴루터킹 데이에 아이티 난민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따뜻한 마음 덕분에 공연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 같다.

자선 음반 출시도 주변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984년에는 밥 겔도프의 주도 아래 40여 명의 음악인이 참상을 겪는 에티오피아인들을 돕기 위한 노래 <그들이 크리스마스를 알까요?(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발표했고, 이듬해에는 미국의 정상급 가수들이 뜻을 모아 질병과 기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를 원조하고자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를 출시했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지진해일이 일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클리프 리처드 등이 <큰 슬픔은 잊을 수 없어(Grief Never Grows Old)>라는 곡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암 치료 연구비 마련을 위해 내로라하는 여가수들이 모여 <떨쳐 일어나자(Just Stand Up!)>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번 아이티 피해와 관련해 힙합 뮤지션 제이 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곡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에도 자선의 뜻을 담은 노래가 이따금 있어 왔다. 그러나 특정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가수 혼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방송을 우선으로 여기고 정작 내용은 담보하지 못한 노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방향은 불우이웃돕기에 주로 국한될 뿐이었다.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며 보전의 중요함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가수들 간의 힘겨루기, 기획자의 수익에 대한 집착, 후원사의 횡포 등으로 말미암아 몇 회 안 되어 댄스가수들의 춤판으로 전락한 <내일은 늦으리>도 아쉬운 공연으로 기억되고 있다.

현재 몇몇 가수가 아이티 참사 피해자들을 돕는 기부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형편에 맞게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하는 것도 충분히 아름다운 행동이다. 그러나 자신이 지닌 능력을 살려 의식 있는 공연을 개최하거나 사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음악인으로서 보람 있고 더 큰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뚜렷한 목적이 있는, 그리고 자발적인 행동이 더욱 절실한 때다.

(한동윤)

위클리경향 8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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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현실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원래 상태의 나라를 하나 마련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 음악과 사건을 묶는 것에 연연하다 보니 허술하게 글을 맺어 버렸다.

이러한 공연이나 음반들은 늘 단발성에 그친다. 일이 해결되어 가는 추이나 사건의 경중에 따라 연쇄 활동 여부가 갈라지지만 그에 관계 없이 '다음'의 행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꾸준히 행해도 될 공연이나 앨범 제작은 의식성의 부족이나 상업성의 짙어짐으로 인해 와해되거나 연결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 밥 겔도프의 연민에서 비롯된 밴드 에이드는 가수들의 뽐내기 장으로 변했고 USA For Africa는 단순히 미국이 영국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과시밖에 되지 않았다.

단순하게 원조만을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노래를 취입하거나 공연을 해서 기금을 모으고 그것을 전달한다고 어려운 형편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처럼 빈곤한 국가에 만연한 부정부패, 힘 있는 사람들의 독식으로 인해 성금이 가도 피해를 입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한테는 아무 것도 안 돌아가는 사례도 많았다. 아이티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치와 사회 환경을 고려한 장기적인 계획으로서의 의식적인 음악 행동, 이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월 6일 롤링홀에서 인디 밴드들의 성금 모금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덧글

  • SoulbomB 2010/01/29 16:39 #

    글과 관련없는 댓글 죄송합니다만;;

    재즈와 힙합은 어레인지한게 애시드 재즈가 맞나요??

    맞다면, 혹은 아니라도 관련해서 추천할만한 앨범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한솔로 2010/01/29 16:54 #

    재즈와 힙합을 혼합한 것은 그냥 재즈 힙합이라고 하고 애시드 재즈는 재즈를 좀 더 팝적으로 혹은 리듬감 있게 많은 사람이 가볍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애시드 재즈도 힙합적인 요소가 들어간 것도 많긴 해요. 앨범은 재즈 힙합을 말씀하신 건지, 애시드 재즈를 말씀하신 건지 몰라서 일단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런 건 메일로 내용을 보내시는 편이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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