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지붕 뚫고 하이킥 OST Special Edition 원고의 나열

덕분에 참 즐거웠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갖가지 유별나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앞세워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매일 저녁 7시 45분이면 수많은 이를 텔레비전 앞으로 집결시켰고 그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주야장천 폭소를 자아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어려지는 이야기로 재미 이상의 감동을 제공하기도 했다. 주연 배우들의 뚜렷한 캐릭터, 제제의 억지스럽지 않은 배합, 감성을 살며시 건드리는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기분을 흡족하게 한 것이다.

수훈을 세운 항목에 사운드트랙이 빠지면 섭섭하다. 시트콤에 삽입된 연주곡과 노래들이 재밌는 상황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거나 주인공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애틋한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일조했기 때문이다. 이들 음악은 프로그램이 종방한 뒤에도 126회의 많은 일화 중에서 특별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각 배우의 처지와 감정, 또는 행동을 기억하게 하는 데 매개 역할을 충실히 할 듯하다.

오프닝 곡으로 쓰인 '지붕 뚫고 하이킥'은 '닥치고 본방 사수'에 전력을 기울였던 열혈 시청자들에게 방송에 대한 설렘을 남기기에 부족함 없었다. 후니훈의 속도감 있는 래핑, 희망적인 가사, 경쾌한 선율의 코러스는 방송 시작 전 본 시트콤의 밝은 분위기를 소리로 대변한 시그널뮤직으로 소임을 다한다. 클럽 음악 지향의 '소리질러'는 세경(신세경 분)이 준혁(윤시윤 분)의 MP3 플레이어를 받아 들고 가볍게 발걸음을 떼면서 걷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주얼리 정(정보석 분)이 어눌한 하드코어 래퍼로 변신해 정박과 엇박을 교묘하게 타면서 분노의 래핑을 펼치던 모습을 환기시킨다. 윤시윤이 직접 불러 큰 화제가 됐던 '내게 오는 길'은 준혁의 세경을 향한 애절한 마음이 언제 들어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방송은 끝났지만 몇몇 수록곡은 이렇게 잔상을 형성해 주는 연결고리가 될 것 같다.

사운드트랙 중 잔향과 여운을 품게 하는 1위는 뭐니 뭐니 해도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음악감독 김조한이 부른 'You're My Girl'이다. 클로징 곡으로 사용된 노래는 모던 록풍의 반주임에도 그가 불렀다는 사실 탓에, 그리고 어느 정도 보컬의 영향으로 리듬 앤 블루스처럼 들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요소가 혼합한 덕분에 음악은 어떤 분위기에 들여 놓아도 그쪽 상황에 들어맞는다.

정보석이 텔레비전에서 자주 쓰이는 효과음을 핸드폰에 녹음해 사용하다가 그것을 언짢게 여긴 이순재(이순재 분)에게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는 말을 들으며 혼쭐날 때나 사랑에 아파하는 젊은 남녀 배우들의 슬픈 표정을 앵글에 담으며 끝날 때에나 이 노래는 각기 다른 분위기에서도 그 호흡을 전달한다. 웃긴 상황은 더 웃기게, 눈물겹고 애절한 상황에서는 더 구슬픈 그림을 만들어 주는 것을 도운 셈이다. 이 야누스적인 매력은 장면, 장면의 여향을 살렸고 더불어 시트콤의 인기를 상승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수많은 사운드트랙이 그랬듯 이 앨범 역시 단일 음반으로는 그리 탁월하다고는 할 수 없다. 수록곡들은 방송을 봐 온 사람들에게 특정 신에 맞춰 그때의 기억과 감상을 생성하는 것을 보조하지만 그것들 자체가 어마어마한 흡인력을 지니진 않은 편이다. 절절한 애련의 정을 품게 하는 발라드는 없으며 편곡에서 영민함이 솟구치는 댄스음악, 숨이 멎을 만큼 멋진 래핑, 발군의 프로듀싱 능력이 발견되는 힙합곡도 없다. 뛰어난 가창 실력을 느낄 수 있는 노래도 없고 연주 음악은 그저 아기자기함이 듣기 좋을 뿐이다. 미지근하게 표현하자면 무난하고, 쌀쌀맞게 이야기하면 웬만해서는 히트 대열에 들지 못할 수준이다.

이러한 무난함은 그러나 작품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튀지 않아 서글서글하게 영상과 사연에 어울렸다. 재밌는 이야기와 인물의 행동을 받쳐 줌으로써 사운드트랙은 오히려 돋보였고 많은 사람에게 애청됐다. 이 무던함과 밋밋함은 시트콤이 준 감흥을 유지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덕분에 즐거움을 느낄 기간은 얼마든 연장될 수 있을 것 같다.

-수록곡-
1. You're My Girl
2. Little Girl (Instrumental)
3. 지붕 뚫고 하이킥
4. Present For You (Instrumental)
5. 내게 오는 길
6. 그녀를 찾네요
7. Don't Say Goodbye
8. Beautiful Love (Instrumental)
9. Friday Night
10. 소리질러
11. Say Ho
12. 마음을 열어봐요
13. 숨을 참아요

별점:

2010/03 한동윤


덧글

  • 2010/03/22 17: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솔로 2010/03/22 17:52 #

    공연 당일에 지인에게 보러 가자는 연락이 오긴 왔었지만 아무리 명인이라고 해도, 공짜라고 해도 귀찮음을 이겨 낼 수 없더군. 뭐 그분 공연이야 워낙 영상이 많지 않나?
  • 2010/03/22 17: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솔로 2010/03/22 17:54 #

    아, 그러시군요. 전혀 관심이 없으셨나 봐요. 처음부터 안 봐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회 되시면 케이블의 재방송을 꼭 캐치해보세요~
  • tag 2010/03/22 18:22 #

    집에 TV가 없어서 아마도 다운받아서 보던지 해야 할 듯 합니다. 그런데, 왜 이 글을 비밀글로 했는지 모르겠네요. 부끄러웠나? - _-;;;
  • 한솔로 2010/03/24 10:45 #

    인터넷만 즐겨 안 하신다면 멍하게 있으면서 시간 보내는 일은 적으시겠어요. 저는 텔레비전의 유혹에 너무 당연스럽게 넘어가서 허투루 시간 보낸 걸 후회하는 게 일상인데... 이렇게 없는 게 부러울 때도 있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