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 The 2nd Album (Repackage) 원고의 나열

'Gee'부터 '소원을 말해봐 (Genie)', 'Oh!'를 지나 'Run Devil Run'에 이르기까지 그룹은 소녀와 거기에서 조금 더 나이 든 모습으로 변신하며 콘셉트를 달리했다. 앞의 두 곡은 감성의 차이가 그다지 현격하지는 않았지만 뒤의 노래 둘은 분명히 달랐다. 연방 오빠를 부르며 귀엽게 달라붙던 사람이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이제는 널 걷어차 주겠다며 180도 태도를 바꿔 버렸다. 한 번 경쾌하게 갔으면 다음은 조금 무겁고 어둡게, 그다음은 다시 발랄한 모습을 드러낸다. 주기를 두고 변하는 것이 삼한사온이 따로 없다.

이러한 전략 또는 공식은 방송 활동 곡에만 해당한다. 앨범에 수록된 다른 노래들은 대체로 밝다. '별별별 (☆★☆)'이나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 (Forever)'가 차분할 뿐 댄스음악이 아닌 '카라멜 커피 (Talk To Me)'와 '좋은 일만 생각하기 (Day By Say)'에서도 상큼하고 생기 넘치는 기운을 한껏 드러낸다. 그룹 이름에 어울리는 소녀 감성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지나치게 일관된 소녀 감성의 발현으로 인해 앨범은 무척 유치하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보이와 걸, 남자, 여자가 노래 곳곳에 대기 중이며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마음에, 좋아한다고 고백하기 전의 상황들 위주로 내용을 채우다 보니 이건 마치 이성 한 번 꾀어 보겠다고 작정하고 온 사람들로 가득한 중고등부 여름 성경 학교의 뒤풀이 자리를 방불케 한다. 세상 걱정 내팽개친 채 풋풋한 사랑만 밝히는 남녀와 그들의 이야기가 들끓는 게 듣는 이의 정신연령마저 낮출 태세다.

귀를 얼얼하게 하는 현란한 반주와 치기만이 가득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작금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과 유희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사 없이 오로지 즐기기만을 강요하는 자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열광해 나오기만 하면 팔린다. 그냥도 아니고 아주 잘 팔린다. 물건 취급하듯 쓴 표현에 불쾌함을 느낄 이들도 있겠으나 사실이 그렇다. 나왔다 하면 날개 돋친 것처럼 팔려 나가 매번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한다. EP를 내든, 풀(full) 앨범을 내든, 얼마 전에 나왔던 풀 앨범에 몇 곡 더 끼워 넣고 곁달린 상품을 달리해 발매하든 판매량이 부진할 일은 절대 없다. 뭘 하든 매 회 매진 사례가 그들에게는 더 친숙하다.

불과 두 달 전에 출시한 음반에 검은 기운을 불어넣은 노래를 포함한 신곡 몇 개를 추가해 살짝 재단장한 이 리패키지 버전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흥행의 주요인이 참여 작곡가들의 곡이나 멤버들의 보컬에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듯하다. 방송에서의 모습, 전과 다른 콘셉트, 패션의 변화에 매료된 사람들의 소장 욕심이 판매량을 올려 줄 뿐이다. 잘 나가는 스타들의 '젖내 나는 CD도 함께 오는 화보' 이상의 매력은 없다.

2010/03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doobie 2010/03/30 22:06 # 삭제

    촌철살인의 글이군요.. 공감백배입니다.
  • spacenote 2010/03/31 10:10 #

    그냥 인형놀이에 돈을 지불하는 것 같아. 그나저나 여름 성경 학교의 모닥불 피워놓고 형제 자매 손 잡고 어쩌구 하는 건, 가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거늘?
  • 오리지날U 2010/04/28 10:42 #

    무서울 정도로 꼬집어 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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