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을 평소보다 일찍 먹어서 10시쯤 되자 배 안의 장기들이 리필을 해달라며 연좌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라면을 먹자니 다음날 미쉐린 타이어로 변신해 있을 것 같아 좀 그렇고 과자 부스러기로는 배 안 친구들의 요구에 부응을 못할 것 같아 괜찮은 먹을거리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리고 발견한 야채죽. 다행이다 싶었는데 유통기한을 보니 하마터면 불행의 세계로 이민 갈 뻔했다는 걸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음식을 다량 구비해놓았다가 장기간 방치한 게 한둘이 아니었던 적은 많았으나 얘는 어떻게 발각되지 않고 잘 숨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비자가 만료돼서 강제 출국을 당했어야 하는 애인 걸, 쥐도 새도 모르는 은둔 생활 잘도 했다. 하긴 냉장고에 쥐랑 새를 놔 두지는 않으니까 모를 수밖에. 귀한 음식 먹지도 못하고 버리다니... 오뚜기 죽 시리즈가 썩 맛이 좋은 건 아니지만 아쉽다. 먹으면 네버 엔딩 설사와 복통을 경험했으려나?
덧글
드셨으면 빠이아 했을 겁니다..
위가 아니라 아래로..-ㅂ-
아마 유통 기한 확인을 안 했더라도, 오픈과 동시에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끼셨을 거예요.
한솔로님이 아주 둔하시진 않으시잖아요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