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e - In Love & War 원고의 나열

지금까지 에이머리(Amerie)의 음악에서 발견되는 가장 두드러진 점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소울이 만든 소울'이 될 듯하다. 미터스(The Meters)의 'Oh! Calcutta!'를 샘플링한 '1 Thing', 샘 앤 데이브(Sam & Dave)의 'Hold On, I'm Comin''이 보유한 매력적인 브라스 파트를 옮겨 쓴 'Gotta Work',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Give It Up'을 가공한 'Hate2loveu' 등 고전 소울과 펑크(funk)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 노래와 달리 흑인 음악의 진한 향이 전해진다. 소울 특유의 억세고 거친 기운이 그녀의 음악에서 환생하는 것이다.

2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작 <In Love & War>는 그러나 과거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리듬 앤 블루스와 펑크에 한정되었던 음원의 재활용이 이번에는 힙합으로도 손을 뻗는다. 그렇다고 음악의 외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러 샘플과 더불어 세션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완성한 음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힘이 넘치고 날것의 생생한 기운이 느껴진다. 힙합 그룹 울트라마그네틱 엠씨즈(Ultramagnetic MCs)의 'Ego Trippin''의 드럼 루프를 빌려 온 'Why R U'는 원곡이 지닌 풍부한 바운스감이 살아 있는 비트 위에 에이머리의 호소력 있는 음성이 더해져 강건한 힙합 소울의 아취를 전달한다. 쿨 앤 더 갱의 'Summer Madness'를 샘플링한 'More Than Love'는 오리지널의 나른한 분위기, 신스 브라스 연주, 겹겹으로 층을 낸 에이머리의 보컬이 더해져 멋을 내며 'Dangerous'와 'Higher'는 록 문법을 적용해 또 다른 에너지를 발산한다.

후반부로 향할수록 앨범은 어느 정도 힘을 뺀 리듬 앤 블루스로 옷을 갈아입는다. 199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R&B 밴드 민트 컨디션(Mint Condition)의 'Breakin' My Heart (Pretty Brown Eyes)'의 도입부를 활용해 향수를 자극하는 'Pretty Brown'은 트레이 송즈(Trey Songz)와 펼치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일품인 곡으로 벌써 세계 곳곳의 흑인 음악 마니아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도입부가 연상되는 'Red Eye'는 차분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보컬과 반주가 은은한 흡인력을 보이며 'The Flowers'와 'Different People'은 곡을 리드하는 피아노 연주가 고즈넉한 대기를 배가한다.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앨범의 끄트머리에 배치된 노래들이 많이 간택될 듯하다.

올뮤직가이드와 가디언지에서 5점 만점에 4점을 받았을 정도로 앨범은 명망 있는 음악 매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는 중이다. 에이머리가 이 자리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한 사랑 이야기, 연인과의 다툼, 이별 등의 내용 외에도 앨범은 수많은 음악팬의 호응을 유도할 음악 자체만의 매력을 든든하게 갖췄다. 전자음을 안 쓰고도 충분히 신명나는 분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울림과 떨림이 있는 그녀만의 보컬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패션과 찬란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끄는 게 아닌, 트렌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표현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진정한 뮤지션의 면모를 느끼게 된다. 에이머리의 또 다른 수작이다.

2010/01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음반 해설지를 요약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