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부스(Phonebooth) - By Me For Me Of Me 원고의 나열

젊음의 포효를 이들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다. 사랑, 현실, 인생에 관한 내용이 펼쳐지는 노랫말과 넉넉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반주의 만남은 그야말로 젊음이 갖는 생생함의 표출이며, 건강한 울부짖음이다. 그 덕분에 폰부스(Phonebooth)의 노래를 접하는 이들은 즉시 어딘가 뻥 뚫리는 기분이라든가 후련함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로큰롤, 펑크를 비롯해 록의 원초적이며 스트레이트한 표현이 배어들었던 데뷔 앨범 <The Way To Live On>에 비해 이번에는 리듬감이 증가했으며 멜로디를 깔끔하게 뽑아내는 데에도 공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윈디 시티(Windy City)의 정상권이 퍼커션 연주에 특별 참여한 것이나 오케스트레이션, 건반 악기의 삽입 때문일 것이다. 더욱 풍성해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럼에도, 힘이 넘치는 기타 리프와 흡수하기에 좋은 뛰어난 선율감은 여전히 이어진다.

생물 같은 활기가 전면에 부각되는 첫 곡 'Please please please'부터 그룹의 장점인 힘과 귀에 쉽게 박히는 멜로디 구성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염세적인 시선을 뉴 웨이브풍의 반주로 풀어낸 'Come to the fight', 자유롭고 활력적인 기상이 묻어나는 가사와 시원스러운 코러스가 멋스럽게 들리는 'Realize', 브라스 연주가 덧대어 다이내믹한 댄스 록의 모양을 내는 '1,2,3,4,5,6,7'과 청춘의 고민을 경쾌하게 해석한 '스물스물 스무살'은 폰부스의 최대 매력인 쾌활함을 제대로 만끽할 노래들이다.

반면에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별빛에 젖어'는 조금 다른 골격이다. 빠르지도 않고 억세지도 않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된 삶을 사는 사람의 쓰라린 심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가사와 편한 후렴이 인상적이어서 금방 적응이 된다. 슬픔이 지배하지만 사물에 비유하는 처지의 표현은 재미를 안겨 준다.

이번 앨범은 연주자들이 한꺼번에 동시에 연주하는 '원 테이크 레코딩'으로 녹음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연주자나 가수가 개별적으로 녹음해 수정, 보완을 반복하는 요즘의 일반적인 관례에 반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은 멤버들 간의 호흡과 연주력, 밴드 음악만이 갖는 청각적 질감을 유감없이 나타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로써 나타난 결과는 깔끔하고 명확한 합일이니 이들의 기량이 뛰어남은 물론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사실도 증명하고 있다.

2006년 비정규 앨범 <The Band Who Sing Time Truly>를 출시하며 데뷔한 폰부스는 얼마 안 되어 일본과 동남아에서 열리는 록 공연에 초청될 만큼 일찍부터 뛰어난 실력을 검증받았다. 매체에 소개된 적이 없음에도 이 EP는 두 달 사이에 300장 이상 팔려나가며 음악팬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폰부스의 음악을 만나본 적 없는 이가 이번 앨범을 듣는다면 일련의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디 록 신의 기대주로 입지를 다지는 그룹답게 두 번째 앨범에서 향상된 표현력을 과시한다. 또한, 이글거리는 청춘의 기개, 혈기와 재기로 채워진 노랫말과 소화 잘 되는 선율이 알맞게 화합하기에 유쾌하고 박력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다. 지난번에 이어 1년 만에 또 한 차례 근사함을 내비치고 있다.

2010/05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