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KT&G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콘테스트 2차 오디션 둘째 날 원고의 나열

현재의 주류 대중음악을 거칠게 양분해본다면 크게 이렇게 나뉜다. 실연의 아픔을 못 이겨 자살 직전의 태도를 드러내는 노랫말에 스트링으로 도배된 반주를 메인 메뉴로 삼는 발라드가 반절이요, 의성어와 의태어, 영어가 절반을 차지하는 인기 팝 모사품 정도의 댄스곡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이런 상황을 헤아려 보면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이가 단 두 가지의 양식만을 강요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함이 필요한 순간이다.

KT&G 상상마당의 실력 있는 밴드를 발굴, 육성하는 프로젝트인 <밴드 인큐베이팅>이 그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다. 올해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콘테스트 역시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팀이 대거 응모했다. 그중 지난 25, 26일 양일에 걸쳐 2차 오디션을 치른 스물네 팀은 다채로운 장르의 록을 비롯해 레게, 재즈, 아카펠라, 펑크(funk), 타악기 연주, 포크 등 자기들만의 빛깔을 갖고 있었다. 참가자들에게는 긴장의 공간이었겠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다수가 갈망하는 '폭넓은 선택'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워낙 팀별 성향이 뚜렷하고 각양각색인지라 이 현장을 소개함에도 우선은 간단한 분류가 필요할 것 같다. 분위기에 따라 두 갈래로 묶어 봤으나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이 대기 안에는 저마다 매력이 충만했다.

차분한 감상을 유도하는 그들


여성 포크, 팝 듀오 '시에스타(Siesta)'의 음악은 다소 의외였다. 팀 이름이 날씨가 더운 지방에서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던 낮잠을 의미하는 단어라 담백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내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간결한 반주에 애절한 멜로디로 곡을 채웠다. 그들이 부른 '안녕',과 '그때 그댄' 모두 차분했으며 한편으로는 황량한 느낌을 제공했다.


건반, 첼로, 해금의 특이한 조합을 보여 준 여성 4인조 '어쿠스틱 미미'는 팝적인 선율을 띠면서도 해금 특유의 구슬픈 음색으로 인해 한국 전통음악, 동양적인 색채가 진하게 배어났다.


기타와 건반의 단출한 구성의 혼성 듀오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요즘 인디 신에서 이는 어쿠스틱 음악의 성황을 짐작하게 한 팀이었다. 보컬을 담당하는 김아리는 가녀리고 맑은 음색으로 요조가 연상되기도 했고, '꽃무늬 원피스', '짙은 로즈메리 향에 취해' 등 소녀 취향의 노랫말로 아기자기한 멋을 냈다.


어쿠스틱 악기와 아카펠라 트리오로 특별한 구성을 보인 7인조 그룹 '재즈 레이디(Jazz Lady)'는 창작곡 대신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팝 'Fly me to the moon'으로 무대에 섰다. 지난해 결성해 제6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과 여러 차례 클럽 공연을 하며 경력을 쌓은 이들은 “재즈가 어려운 음악이라는 틀을 깨고 대중적인 접근을 하고 싶다”며 관객들과 호흡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홉 번째로 무대에 선 밴드 '클린치'는 자신들을 어쿠스틱 팝 밴드라고 소개했지만, 펑크(funk) 록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경쾌함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각 악기가 억센 소리를 내기보다는 멜로디가 앞서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스무 살. 스물한 살의 네 청년으로 구성된 '포 브라더스(The 4 Brothers)'는 오디션에 참가한 이들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팀이 아니었을까 싶다. 젬베, 어쿠스틱 베이스, 카주 등을 연주하며 담백함을 나타낸 그룹은 우수에 찬 분위기와 리드미컬한 스타일의 곡을 차례로 선보이며 나이답게 파릇파릇하고 패기 넘치는 무대를 펼쳤다.

기흉 환자가 아니라면 뛰어도 괜찮아

둘째 날 오디션의 스타트를 끊은 그룹은 타악기 연주 팀 '수퍼커션(秀Percussion)'이었다. PVC 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듯한 에어폰(air phone)이라는 악기와 양동이를 거꾸로 해 두드리는 신명 나는 버킷 연주가 일품이었다. 특히, 채를 부딪치며 소리를 낼 때에는 마칭 밴드의 드럼 라인을 연상케 했다. 그룹은 “에어폰이 승합차에도 안 들어가서 올 때 고생했다”며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억지스럽지 않은 범위 안에서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를 조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두 번째는 '스윗토닉'의 순서였다. 올해 초에 결성한 신생 밴드로 '흔적'. '너를 기억해'라는 노래를 부르며 리듬 앤 블루스와 록을 조합한 음악, 애시드 재즈에 가까우면서도 하드한 록 음악을 선사했다.


2009년 6월에 결성한 4인조 혼성 록 그룹 '신가람 밴드'는 록을 기본에 두지만 여러 가지 느낌을 동시에 재현했다. 멜로디컬한 펑크에 로큰롤, 빈티지한 느낌이 한 자리에서 모두 새어나오는 것이 특징이었다.

2차 오디션 첫날에도 그랬지만 둘째 날도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지난 3월에 정규 데뷔작 <What A Circus>를 낸 '와러써커스(What A Circus)', 1990년대 후반 이한철과 지퍼(Zipper)라는 팀으로 활동하다가 부산에서 힙합 크루 빅 브라더스 패밀리(Fig Brothers Family)를 결성한 장기영이 리더로 있는 '타마 앤 베가본드(Tama & Vegabond)'가 그랬다.


와러서커스는 펑크(funk) 음악을 하는 팀답게 절로 고갯장단이 나오는 흥겨운 무대를 선보였다. 4년 넘게 인디 신에서 활동해 왔음에도 그룹은 “펑키한 곡 안에서 진지한 멜로디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것을 더 공부하고 배우려고 인큐베이팅에 지원했다”며 겸손한 모습까지 보였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리더 조재신은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나이는 아니지만, 음악적으로 더 크고 싶다”고 말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유흥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님들'처럼 양복을 차려입은 타마 앤 베가본드는 원래 트롬본이 있던 팀이라서 그런지 스윙감이 넘치는 록을 들려줬다. 경쾌한 분위기의 곡에 타마의 재치 있는 입담까지 더해져 긴장감이 흐르는 오디션장을 후끈한 열기의 콘서트장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열두 팀 중 마지막을 장식한 '허쉬 크릭(Hush Creek)' 또한 두 장의 싱글을 발표한 바 있는 그룹이다. 강렬한 록 사운드에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디제잉까지 더해져 풍성한 소리를 냈다. 어떤 면에서는 일렉트로니카적인 표현도 조금은 내재했지만 이들은 “장르를 정해서 추구한다기보다는 팝과 록을 기반으로 우리만의 색을 찾고 싶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록 밴드가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5일에 이어 다른 열두 팀의 오디션이 진행된 26일에도 참가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채로움에 있었다. 거기서 거기인 음악이 무 자르듯 두 쪽으로 분할되는 주류와는 확실히 상반되는 모습이라 할 것이다. 이번 <밴드 인큐베이팅>은 6월 1일 3차 심사를 거쳐 3일에는 최종 합격한 여섯 팀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 대중음악계를 더욱 건강하게 살찌울 뮤지션들, 준비된 신인들로 누가 뽑힐지 무척 궁금해진다.

사진: 이상규, 최은주

2010/05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덧글

  • tag 2010/06/03 08:49 #

    흠... 심사위원으로 가신 거였나요? 이런 공연도 한 번 가서 보고 싶네요. 예전에 저희 학교 강의실에서 본 허클베리핀이 제가 본 마지막 인디밴드였던 것 같아요.
  • 한동윤 2010/06/03 11:00 #

    아녜요~ 그냥 취재하러 간 겁니다. ^^
    명성 있는 유명 뮤지션들 공연도 재밌지만 이렇게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인들의 공연도 매력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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