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잭 스윙 힙합의 결정, Wreckx-N-Effect - Hard Or Smooth 원고의 나열

뉴욕 할렘 출신의 명민한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Teddy Riley)는 키스 스웨트(Keith Sweat)의 'Make it last forever'를 비롯해 그가 속했던 3인조 그룹 가이(Guy)의 'Groove me',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의 'My prerogative', 조니 켐프(Johnny Kemp)의 'Just got paid' 등 많은 히트곡을 양산하며 자신이 고안한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리듬 앤 블루스 신을 서서히 점령해 나가기 시작했다. 차트 곳곳은 그가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노래들이 차지했고 그의 작법과 비슷한 스타일의 곡이 계속해서 출몰했다. R&B의 부드러움과 힙합의 다이내믹하며 강렬한 리듬을 교합한 이 신종 장르는 다수 청취자를 공략하며 금세 주류 흑인음악의 트렌드가 되었다.

뉴 잭 스윙은 그러나 리듬 앤 블루스 영역에만 국한해 힘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헤비 디 앤 더 보이즈(Heavy D & The Boyz)의 두 번째 앨범 <Big Tyme>에 수록된 'We got our own thang',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이 1989년 발표한 <It's A Big Daddy Thing>에 실린 'I get the job done'과 쿨 모 디(Kool Moe Dee)의 3집 <Knowledge Is King>의 'They want money'가 테디 라일리의 손을 거친 노래들로, 그가 개발한 이 하이브리드 신생 양식은 랩 음악 영역에서도 지분을 점차 확장해 갔다.

테디 라일리의 친동생 마켈 라일리(Markell Riley)가 멤버로 있던 힙합 그룹 렉스 앤 이펙트(Wreckx-N-Effect) 역시 뉴 잭 스윙의 세례를 받은 그룹이었다. 원래는 4인조였던 이들은 결성한 지 얼마 안 되어 멤버 키스 한스(Keith Hanns)가 탈퇴함에 따라 마켈과 아킬 데이비슨(Aqil Davidson), 브랜든 미첼(Brandon Mitchell)의 트리오 체제로 1989년 데뷔 앨범 <Wrecks-N-Effect>를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수록곡 'New jack swing'과 'Juicy'의 선전에도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100위권에 진입하는 데에는 실패했고 힙합 차트 16위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최고 유행하던 문법을 받아들이고 그것의 창시자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나 그다지 빛을 내는 입교는 아니었다.

누구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그것은 단지 새내기 뮤지션이 통상적으로 겪는 더 나은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브랜든 미첼의 총격 사건으로 인한 사망 때문에 부득이하게 듀오로 재편한 렉스 앤 이펙트가 1992년에 공개한 두 번째 뉴 잭 스윙 장착 앨범 <Hard Or Smooth>는 데뷔작과 비교도 안 되는 히트를 안겨 줬다. 이때부터 이들은 원래의 이름이었던 'Wrecks-N-Effect'가 아닌 'Wreckx-N-Effect'를 쓰게 되었는데, 'x'는 브랜든의 죽음을 기리는 뜻에서 교체한 것이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해도 브랜든이 떠난 것이 그룹의 성공에는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셋이서 랩을 하던 시절에는 톤이나 플로우 등에서 각 멤버의 특징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편이 아니었으나 마켈과 아킬, 이 둘의 음성과 랩 스타일은 확실히 구분되었다. 마켈은 자신의 높은 톤을 이용해 특정 부분에서는 음을 높이는 플로우를 보였고 아킬은 특유의 저음이 갖는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피디하고 공격적인 스타일을 내비쳤다. 바비 브라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같은 이들의 곡에 객원 래퍼로 초청될 만큼 아킬의 음성과 래핑은 멋있었지만, 그룹 안에서 둘의 다름으로 발생하는 효과도 훌륭했다.

그룹의 상업적인 성공을 도운 공신은 두 보컬의 선전뿐만이 아니었다. 한층 더 말쑥해진 뉴 잭 스윙 사운드는 1집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처녀작이 사실상 뉴 잭 스윙이라기보다는 소울, 리듬 앤 블루스 샘플이 어지럽게 배합된 뉴 스쿨 힙합에 머물렀던 반면에 <Hard Or Smooth>는 테디 라일리만의 표현이 고스란히 내재한, 제대로 된 뉴 잭 스윙 힙합 앨범이었다. 초기 발생 단계와 달리 비트는 정제되어 세련미를 풍겼고, 그럼에도 묵직함과 댄서블함을 유지했다. 정교한 세공을 거친 앨범은 'Rump shaker', 'Knock-n-boots', 'My cutie', 'Wreckx shop' 등 네 곡의 싱글을 뽑아내며 빌보드 앨범 차트 9위, R&B/힙합 차트 6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수훈의 1등은 단연 'Rump shaker'였다. 끈적끈적한 색소폰 연주가 일품인 라피엣 아프로 록 밴드(Lafayette Afro Rock Band)의 'Darkest light'에서 추출한 음원으로 이어붙인 루프, 'All I wanna do is zoom a zoom zoom zoom in a boom boom'하며 반복되는 테디 라일리의 훅, R&B 그룹 드바지(DeBarge)의 히트곡 'I like it'의 가사를 이용한 랩 버스(verse)는 무척이나 멋있고, 흥미로웠으며 친숙했다. 이 모두를 아울렀기에 열띤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랩 싱글 차트 1위, 댄스음악 차트 9위에 오르며 인기를 과시했으나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부른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의 사운드트랙 'I will always love you'가 14주 동안이나 정상을 지키고 있던 탓에 끝내 1위에 등극하지는 못했다.

1993년, 국내에서는 현진영의 3집 <International World Beat And Hip Hop Of New Dance 3> 타이틀곡 '두근두근 쿵쿵'의 후렴이 'Rump shaker'와 유사해서 잠시 표절 논란이 일었다. 2007년에는 영국 힙합 뮤지션 마야(M.I.A.)가 자신의 노래 'Paper planes'에서 'Rump shaker'의 일부분을 코러스로 사용하면서 원곡을 향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노래는 당시 각종 힙합, 댄스음악 편집 앨범에 단골로 수록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몇몇 힙합 컴필레이션 음반에 들어갈 정도로 변치 않는 위엄을 드러낸다.

뉴 잭 스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노래는 그것만이 아니다. 둔중한 비트와 군중의 함성이 합쳐져 역동성을 일구는 'New jack swing, pt. 2', 다양한 샘플의 깔끔한 배열과 중독성 있는 훅이 돋보이는 'Knock-n-boots', 태미 루카스(Tammy Lucas)의 가느다란 음성과 테디 라일리 특유의 음정 보정 코러스가 부드럽게 흐르는 'Tell me how you feel', 단순한 신시사이저의 반복이 묘한 정취를 내는 'Ez come ez go' 또한 활력 가득한 뉴 잭 스윙을 맛볼 수 있는 곡들이다.

렉스 앤 이펙트가 경험한 대중의 사랑은 여기까지였다. 4년간의 긴 터울을 두고 1996년 세 번째 앨범 <Raps New Generation>를 선보였지만 수록곡 'Top billin''이 랩 차트 38위에 오른 것 외에는 그 어떤 기록도 남기지 못한 채 묻혀 버렸고 그룹은 해체를 맞았다. 랩 음악에서 뉴 잭 스윙이 앨범 전반에 시도된 장소는 <Hard Or Smooth>밖에 없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뉴 잭 스윙이 급격하게 쇠하기 전까지 이 스타일이 펼쳐진 곳은 오직 보컬 곡이었고 랩은 곁들여지는 고명에 지나지 않았다. 흥행까지 성취했기에 이 작품이 더욱 값지다고 할 것이다.

2010/05 한동윤


덧글

  • 2010/06/04 22:36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동윤 2010/06/05 13:53 #

    링크는 괜찮지만 원문 전체를 퍼 가서 게시하는 건 안 됩니다. ^^
  • lys534 2010/06/06 13:15 # 삭제

    헐 ㅡㅡ; Go For What U Know 이거 돌리면서 올만에 블로그 한번 쭉 돌아보다가 동윤님의 이 글을 접하게 되네요.. 내가 신이 들렸나..
  • 한동윤 2010/06/06 16:58 #

    시스템이랑 렉스 앤 이펙트랑 관련이 있나요? 가끔 뭔가 예기치 않게 탁탁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죠~ 반갑습니다. ^^
  • lys534 2010/06/06 18:05 # 삭제

    시스템이 누구죠? 동명의 제목을 갖고 있는 다른 그룹인가요?
    제가 위에 언급한 그 곡은 렉스 엔 이펙트가 아틀란틱 레이블에서 처음 발매한 EP 앨범에 수록된 곡 입니다. 그들의 첫 번째 타이틀 싱글이기도 하였죠!
  • 한동윤 2010/06/07 11:38 #

    댄스 팝, 알앤비 그룹이에요. 히트곡은 아니죠. 렉스 앤 이펙트 노래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 lys534 2010/06/07 22:53 # 삭제

    아아아.. 앞에 THE가 빠져서 제가 알아보질 못했네요. 제가 좀 멍청해서...ㅠㅠ
    신스팝의 대가이신 그분들이시군뇨.. 아참 제가 이전에 이글루스 아이디로 choiceblue를 썼었어요! ㅎㅎ
  • 한동윤 2010/06/08 11:00 #

    아, 그런 억지 자책은 하지 마세요~ 아는 것도 기억 안 날 때가 얼마나 많은데요. 초이스블루 님이셨군요. ^^
  • nageune 2011/05/03 21:08 # 삭제

    89년도에 우연히 afkn라디오에서 우연히 뉴잭스윙을 듣고 당시 태원에서 디제이를 하던 아는 형에게 물어 누가 불렀으며 제목이 무엇이 인지도 알았고 당시 그형님이 선물로 그 구하기 어려운 싱글 원판을 선물로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정말이지 턴테이블의 카트리지 바늘이 녹을 정도로 많이 들었던곡 뉴 잭 스윙.... 아마도 그때부터 전 테디 라일리의 음악에 빠져 살았었네요... 드레형님의 더 클로닉 앨범을 뵙기 전까진요..아무튼 너무도 반가운 이름이였네요
  • 한솔로 2011/05/04 13:48 #

    와~ 싱글로 갖고 계셨다니 부럽네요. 요즘에는 좀 그렇지만 테디 라일리는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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