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 리듬파워 원고의 나열

앨범이 재생되는 30여 분의 시간만큼은 머릿속이 복잡할 틈이 없다. 가식 없는 유쾌함과 주변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유흥의 열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놀기를 종용하는 입자들이 계속해서 방출되니 자기도 모르게 즐김에 동참하게 될 듯하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거부해도 몸은 벌써 동의한 뒤다. 3인조 힙합 그룹 방사능의 데뷔 앨범 <리듬파워>에는 확실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타이틀처럼 앨범은 리듬의 강건한 힘을 자랑한다. 장쾌한 메인스트림 힙합풍의 비트를 내보이는 '인천상륙작전', 신시사이저 루프에 울림이 큰 드럼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맛을 동시에 낸 'We Runnin'', 간결하면서도 박력 있는 하우스 리듬을 타는 'Ah Yeah', 트라이벌 리듬으로 흥겨움을 크게 발산하는 '긴급상황' 등 몸을 흔들기에 좋은 리듬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스킷 형식을 제외한 여덟 곡은 각기 다른 댄서블 비트를 찍어 대는 조립라인이나 다름없다.

방사능이 그렇다고 온전히 리듬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세 멤버는 박진감 충만한 래핑과 시원한 멜로디로 더욱 열띤 분위기를 생성한다. 지구인(이상운)은 탄력적인 플로우로 역동성을 높이며 현승민의 음성이 연상되는 행주(윤형준)는 깔끔한 보컬로 곡을 매끈하게 치장한다. 높은음이라 다른 멤버들에 비해 더 돋보이는 성경(김성경, Boi B)은 정돈되지 않은 듯한, 자유분방한 래핑을 펼쳐 노래에 거친 멋을 더해 주고 있다. 음악이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것은 셋의 각기 다른 매력 덕분이다.

이들은 또한 히트곡 제목이나 익숙한 인물을 가사에 넣어 노래에 관심을 유도한다. 'We Runnin''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언급되며 '긴급상황'에서는 손담비의 '미쳤어'와 여러 유명인의 이름이 등장해 괜히 친근하게 들린다. '리듬파워'는 티아라의 'Bo Peep Bo Peep'을 끼워 위트 있는 라임을 만들고 한편으로는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과 현진영의 '현진영 Go 진영 Go'를 섞은 듯한 훅으로 30대 이상의 청취자들이 흥미를 느낄 부분을 마련했다.

'My Kind Of Girl'은 수록곡 중 유일하게 템포가 늦춰지는 노래지만 여기에서도 방사능은 활발함의 원기를 침하시키지 않는다. 부드러움이 전체를 휘감을 뿐 이상형을 발견했을 때의 설레는 마음은 어느 정도 탄성을 띤 비트로 나타나고 있다. 중간 템포의 넘버에서도 이들이 내건 흥겨움의 신조는 어김없이 연결된다.

방사능의 데뷔작은 '클럽에 살어리랏다'를 목표로 삼아 시종 즐거움이 넘쳐 나는 음악을 선사한다. 강조의 의미로 사용된 영어 욕설이 간혹 등장하긴 해도 힙합 클럽튠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퇴폐적, 외설적 표현이 거의 없어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머리의 노역을 잠시 멈추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을 때,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리고 싶을 때에 만점에 달하는 효과를 낼 작품이다. 옆에 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잘 쓰인다.

(한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