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라이더(EZ–Rider) - Bold Brother 원고의 나열

기존에 해 오던 양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다른 장르로의 모험을 선택한 것은 멋지지만 정작 내실은 행동으로 보여 준 '쿨'함에 비례하지 못한다. 전자음악과 힙합을 교합한 일렉트로 합(electro hop)을 메인 장르로 삼은 이지 라이더(EZ–Rider)의 데뷔 앨범 <Bold Brother>는 꽤 미지근해서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 구미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트렌드의 최선봉에 선 스타일을 취하고는 있으나 그 경향을 리드할 만큼 압도적이지도, 훤칠하지도 않다. 실망스럽다.

카랑카랑한 신시사이저와 복잡한 리듬, 일렉트로 합의 모양을 내는 기본 구조는 갖추었을지 몰라도 듣는 이를 즉각 전율시키고 흥분하게 하는 태산압란의 힘은 부족하다. 'Top Dog'와 'Love Is Over'처럼 전자음을 볼륨감 있게 앞세우는 곡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임팩트를 가하는 루프가 없어 흡인력이 떨어진다. 장르의 특성상 무게감과 강한 인상을 동시에 전하는 네 마디 중심 반주를 꾸미는 게 관건이라 할 텐데,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주의 반복되는 멜로디 구절에서 발견되는 빈약함을 메울 만한 요소가 없는 것도 단점이다. 중심 루프의 불충실함을 보완하면서 청취자들의 관심도 함께 유발할 수 있는 장치로 히트곡의 샘플링만 한 것이 없다. 같은 계열에서 핏불(Pitbull)의 'Krazy'와 프로페서 그린(Professor Green)이 각각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와 인엑세스(INXS)의 노래를 차용해서 더 실해지고 많은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것처럼 샘플링은 곡의 내구성과 대중성을 상승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여건상 어려울 수 있어도 다음에 또 일렉트로 합을 시도한다면 이런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효과음이라든가 다른 소리 프로그래밍이 첨가되지 않은 것도 안타까움을 늘린다. 일렉트로 합은 기본적으로 듣는 사람들을 움직이고 춤추게 하는 음악이지 제자리에 묶어 두는 음악이 아니다. 청취자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려면 곡은 원초적인 역동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트의 밀도와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간의 변주나 효과음의 보충을 통해서 선명한 클라이맥스를 입히는 것도 요구된다. 그게 없는 까닭에 이지 라이더의 음악은 상당히 평범하게 들리기만 한다.

닥터코어 911(Dr. Core 911)로 활동할 때에는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지루(조성태)의 라임이 거의 없는 래핑은 여기에서 악재로 작용한다. 랩을 하는 만큼 라임은 동일한 박자로 같은 루프가 계속되는 전자음과 그것이 빚는 다이내믹함을 극대화하는 인자임에도 그의 습성에 젖은 래핑 때문에 노래의 맛은 반감된다. 훅을 강조한 'Higher'가 그나마 랩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에서는 강한 반주와 치밀한 편곡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 장점으로 솟아오른다. 일렉트로 합의 골수팬들보다는 일반 대중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틀을 세운 것이다. 일렉트로니카와 펑크(funk), 힙합을 유기적으로 배합한 게 아닌, 용감한 형제나 'Destiny', 'How To Love'와 같이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th)를 연상시키는 댄스음악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개개인으로서는 이렇다 할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있지만 홀라당의 전 멤버 아람을 비롯해 토리(Tori), 문영미 등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참여도 노래를 대중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파격적인 해석도 없고 일렉트로 합의 정형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앨범이다. 이미 주류 댄스음악에서 한 번 훑은, 그 이상 우려먹은 스타일을 답보해 신선함은 더더욱 느껴지지 않는다. 랩이 들어간 어중간한 일렉트로팝에 더 가깝다. 닥터코어 911에서의 일탈은 놀랍지만 멋진 변신은 아니다.

2010/09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