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음악의 '대안 앨범' 원고의 나열

공중파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자는 다 다르더라도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서로 비슷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신나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 만들기에만 집착하니 누가 만들어도 다 거기서 거기다. 그게 보편적인 대중 감수성에 빠르게 친화되기에 인기를 끄는 것이겠지만 조금 색다른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청취자들에게는 취향과 특정 감성을 강요당하는 체벌로 여겨지기까지도 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신선하고 다양한 표현을 만날 수 있는 비주류 음악이 요즘 들어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앨범들 역시 주류 대중음악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다.



젠틀 레인 [Dream]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재즈 트리오 젠틀 레인의 세 번째 앨범이다. 재즈에 대해서 막연히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해 온 이들이 젠틀 레인의 음악을 듣는다면 그 판단이 많이 누그러질 듯하다. 장르상의 특징인 즉흥 연주라든가 연주자의 화려한 기교보다는 서정적이고 편안한 선율을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그들의 설명처럼 '수필 같은 재즈 화법'으로 성향을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담백함과 수수함이 수록곡 전반에 묻어난다. 팝 히트곡과 과거의 가요 인기곡을 재해석해 보였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서도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과 영화 [시네마 천국]의 테마곡을 리메이크해서 듣는 이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요소를 마련했다. 시종 안락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Various Artists [시장이 시작이다]
완성도만 따진다면 이 음반은 그리 훌륭하지 않다고 밝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추억을 마음으로나마 잡을 수 있고 소박한 기억에 취하기에 좋은 앨범이 될 것 같다. 이 컴필레이션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門前成市,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대구광역시 소재의 방천시장 상인들과 여러 인디 뮤지션이 참여해 재래시장에 대한 각기 다른 경험과 다양한 생각을 노래하고 있다. 녹음도 깔끔하지 못하고 연주와 노래 모두 어느 정도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대형 마트와 도시 개발에 밀려 존재를 잃어버린 시장, 그곳이 주는 정겨움과 넘치는 인간미를 소박한 노래들을 통해서 떠올려 보게 된다. 일반인들의 참여와 지역을 거점으로 해서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라스트 [Flying Heart]
음반 시장에서 점하는 비율이 낮을뿐더러 특정 종교와 신에 대한 찬양으로 그 종교를 믿는 신앙인이 아니라면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연유로 국내에서 가스펠은 줄곧 소외되어 왔다. 가스펠에도 여러 하위 장르가 있으나 적어도 많은 이가 일반적으로 가스펠 하면 떠올리는 걸쭉한 톤과 격한 애드리브가 들어간 창법을 제대로 구사하는 실력 있는 가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가스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중창 그룹 라스트는 가창과 악곡 스타일에 있어서 가스펠의 묘미를 비교적 잘 재현한다. 각 멤버의 보컬 기량이 다 출중하며 셋이 만들어 내는 화음도 깨끗하고 시원해서 즐거운 감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종교 때문에 갖는 편견이 있다면 잠시 접어 두고 이들의 음악을 들어 보면 가스펠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윤)

위클리경향 893호


덧글

  • mikstipe 2010/09/18 06:49 # 삭제

    두 번째 앨범은 저도 신선하더라구요.. 나머지도 함 들어봐야겠네요.

    근데, 전 왜 색다른 음악은 색다른 음악대로, 질린다는 주류 음악은 그것 대로... 그 안에서 제가 좋다고 싶은 건 다 골라듣게 될까요...ㅋ

    음악글쓰기 바닥 계신 분들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거기서 항상 부딛치네요.
    그 분들은 이미 다들 미식가의 길로 접어드셨고,
    전 맛이 있고 없고는 취향이고, 주면 잘 먹는 식탐가(?)인듯...쩝...

  • 한솔로 2010/09/21 13:10 #

    음악도 편식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죠. 그러다가도 하나만 너무 먹으면 질리듯이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음악을 또 들어 보기도 하겠죠? 미식가가 다른 좋은 맛을 못 찾는 경우도 참 많아요.
  • mikstipe 2010/09/21 21:07 # 삭제

    제가 근래 개인적으로 같이 음악을 듣는 친구랑 이런 문제로 좀 다툰 적이 있어서요. 그 친구는 '그 밥에 그 나물'(결국 같은 시스템)이기에 거기서 무엇이 나은지를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랬고, 전 (실제 제 취향이 그렇지만) 그 밥에 그나물이라고 불려도 그 속에서 이건 이래서 더 낫고, 이건 이래서 더 못하고..는 얘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죠. 결국 감정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는데도 결론은 못내고 흐지부지 타협됐지만, 아직 전 제 생각을 굽히고 싶진 않아요.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취향에서) 별 관심이 없는 음악들이 TV와 라디오에서 계속 쏟아져나오는 게 고문일 수도 있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그런 상황이라면 제가 모시는 어떤 분처럼 아예 미디어를 끊고 (그 분 집에 컴퓨터를 제외하면 케이블 TV도, 라디오도 없을거에요. ㅎ) 그 쪽을 귀기울이지 마시는게 유일한 대안일 듯 같아요...^^;
  • 한솔로 2010/09/24 12:16 #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표현은 동감해요. 하지만 이건 주류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이돌 댄스음악에 국한된다고 보는 게 맞고 주류를 지향하면서도 색다른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도 있긴 하니까 전체를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상 주류 매체에서는 그들이 보이는 전부에 달하니 mikstipe 님께서 말씀하신 그분처럼 미디어를 끊거나 멀리하는 게 맘 편한 소극적 대안이 되겠죠?

    열띤 토론은 어땠을까 상상하고 싶어지네요~ ^^
  • mikstipe 2010/09/24 17:34 # 삭제

    전 아이돌 가수들의 시스템과 그것이 주류 방송매체와 결탁하면서 생기는 문제들(한정된 작곡가들에게서 단물을 뽑다보니 자연스레 더 발생하는 표절, 무단 샘플링, 아이돌들의 방송 독점이 주는 다양한 음악의 방송 소개의 부재, 미디만 의지하다 발생하는 편곡의 평준화, 그리고 가수보다 연예인이 먼저 되고 싶은 그 속의 주인공들의 자세)에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미 완성되어 음원으로 발표된 곡에 대해서는 아이돌 가수의 것이라도 분명히 멜로디가 잘 만들어졌고, 편곡이 잘 됐으면, 칭찬할 소지가 있다면, 단점과 함께 이 점을 칭찬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예술성이 높은 곡이다?까지 가지는 않겠죠. 만약 '음악성'의 기준이 뭐냐고 묻게 된다면 왔다리 갔다리 하겠구요.)

    어떨 때는 걔네가 실제 라이브로 무대에서 이 곡을 잘 소화하느냐..는 조금 별개의 문제란 생각도 가끔 들어요. 전 음반은 음반대로, 라이브는 라이브대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물론 라이브를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되면 당연히 퍼포머의 기본 신뢰도가 하락하는 건 당연지사겠구요.

    그리고 가장 힘든 부분은 분명히 그 '거기서 거기같은' 아이돌들 사이에서도 눈에 들어와서 먼저 꽃히는 애들이 있다는 게 문제인 듯해요. (근데 그게 꼭 외모 우선순위는 아니에요...ㅋㅋ) 제 주변에는 반면에 그런 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구요.
  • 한솔로 2010/09/27 11:20 #

    결국에는 음악적인 걸 떠나서 자기 기호에 맞는 아이돌을 발견하게 되고 그 친구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 청취자에게 적용되지 않나 싶습니다. 음악이야 유명 작곡가의 자기복제 반주가 거의 거기서 거기니 음악을 옛날부터 많이 들으신 분들한테는 별다른 애정이 들기는 어렵겠고 요즘에는 엠알반 에이알반의 반쪽 라이브가 많은지라 노래 잘하는지도 파악이 안 되고. 그래서 이것들보다 더 빠르고 더 우위에서 기호 상태를 조절하는 게 외적으로 보이는 것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주변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없는 것은 적개심이 강한 탓인지 아니면 무관심일까요? 아무리 별로다라고 말해도 저마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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