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예쁘장한 가을음악 원고의 나열

음악은 계절을 탄다. 사람들의 감성이 철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괜히 상큼한 노래가 당기고, 더위 때문에 자연스레 몸이 축축 늘어지는 여름에 신나는 댄스음악이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대기에 크게 변화가 오는 시점이면 기분도 그에 따라 변해 음악에 대한 취향을 살짝 틀어 놓는다.

그런 면에서 가을은 청취자들의 감정이 가장 급변하는 때다. 다른 계절의 흐름은 따뜻하다가 뜨거워지거나 추웠다가 점점 따뜻해지는 반면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순간은 기온이 확 달라진다. 습도가 낮아져 쾌청하지만 가을이 내는 쌀쌀하고 스산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정서를 차분하게 한다. 그래서 이맘때만 되면 담백하고, 고즈넉하고, 청아한 노래를 찾게 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런 음악 역시 어김없이 우리 주변에서 자기를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을방학 <가을방학>
이처럼 푸르고 예쁘장한 음악을 가을에 만날 수 있는 것은 크나큰 행운일 듯하다. 정바비와 계피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가을방학의 첫 앨범은 요즘 같은 날의 어딘가에서 방학 같은 한가함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정바비는 인디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과 줄리아 하트로 활동해 온 싱어송라이터, 계피는 브로콜리 너마저, 우쿨렐레 피크닉을 거친 여성 보컬리스트다. 유년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노랫말과 수수한 선율은 그 아담함으로 아름답게 다가서며 계피의 꾸밈없는 가창은 노래를 무척이나 편안한 것으로 가꾸고 있다. <가을방학>은 아주 일상적인, 그럼에도 천진난만하고 맑은 모양 덕분에 가을에 환영받는 배경음악이 될 것 같다.



캐스커(Casker) <Tender>
일렉트로니카라고 모든 것이 다 빠르고, 강하고, 시끄러운 댄스음악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파격적인 사운드로 듣는 이들의 팔다리를 먼저 움직이게 하는 전자음악도 있지만 조곤조곤하고 침착한 외관으로 감성에 접근하는 것도 존재한다. 작곡가 이준오와 보컬리스트 이융진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니카 혼성 듀오 캐스커는 후자에 속한다. 어떤 때에는 전자음의 엮음보다 팝적인 분위기를 우선에 두고 때로는 왈츠, 탱고 등 이국적인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일렉트로니카의 날카로운 체질을 순화한다. 캐스커가 일렉트로니카 마니아 외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된 이유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Tender>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선명한 멜로디가 일품이며, 전자음악 그룹 같지 않은 따스함이 곳곳에 서려 그들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호우 앤드 프렌즈(Howoo & Friends) <Live Recorded In One Take>
언더그라운드에서 연주자, 작곡가로 활동하며 한 줄 한 줄 이력을 채워 온 경력직들로 구성된 신인 밴드 호우 앤드 프렌즈의 음악은 조금 우울해 보인다. 어쿠스틱 악기의 연주로 채워져 있으나 표출하는 정서는 가을방학과는 차이가 난다. 가을방학이 소년, 소녀의 밝은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호우 앤드 프렌즈는 그보다 약간 더 성장한 이의 아픔에 젖은 사연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잔잔함을 앞세운 포크의 향취는 역시나 가을철에 적합할 것 같다. 이 앨범은 악기와 보컬을 따로따로 녹음해서 더빙하는 방식이 아닌 연주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녹음하는 '원 테이크' 방식을 취한 것도 특징이다. 이로 인해 간간이 연주 외의 작은 소음이 들리기도 하지만 바로 앞에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도 동시에 전달된다. 숨김없는 솔직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한동윤)

위클리경향 897호


덧글

  • 버려진달빛 2010/10/22 11:07 #

    추천 감사욤
  • Run192Km 2010/10/22 11:47 #

    일단 캐스커 4집부터 빨리 구입해야 5집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ㅅ;
  • skang 2010/10/22 12:13 # 삭제

    casker는 실력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 클라 2010/10/22 14:39 #

    여기에 곧 나올 브로콜리 너마저 새앨범까지 포함하면 제법 그럴싸한 가을음악세트가 될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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