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스트레인(Jimmy Strain) - 사람이 사람에게 원고의 나열

예상하지 못한 변화다. 헤비메탈에 근간을 둔 강성 사운드는 자취를 감추고 어쿠스틱하고 차분한 연주, 메탈에 비해서 덜 센 록과 포크가 앨범의 전반을 차지한다. 사회상을 어둡게 스케치했던 전작과 달리 내용의 채도는 한결 높아졌다. 이전의 두 앨범 <Emotion Frequency>, <Future> 모두 영어 가사로 쓰였던 것과 달리 이번 3집에서는 한글로 노랫말을 꾸몄다. 지미 스트레인(Jimmy Strain)의 음악을 들어 온 이라면 같은 사람의 작품이 맞는지 재차 확인할 게 분명하다.

표면적으로는 창법도 달라졌다. 강한 소리에 맞춰서 날카롭게 지르던 보컬은 사라지고 담백하게 부른다거나 김창완, 윤도현 같은 뮤지션이 떠올려지는 창법을 낸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익숙할 수 있겠지만 확 바뀐 모습에 놀라움이 앞선다.

그대로인 게 있다면 작사, 작곡, 연주, 노래, 믹싱, 부클릿 디자인 등 이번에도 모든 작업을 홀로 했다는 사항일 것이다. 피처링이 대세가 되고 유명한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는 것이 활동에 득이 되는 시대에 지미 스트레인은 변함없이 홀로 제작을 담당했다. 음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고집의 방증이며 자본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독립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노래에 메시지를 담으려 한 점도 여전하다. 빠르게 소비되고 그보다 더한 속도로 증발되는 유치한 사랑 노래, 부사로 점철된 텍스트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 사회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많은 이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들,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신체 조건과 외모, 그 사람의 배경만을 따지는 세태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할 사람을 찾는 '애인구함', 매체가 조장하는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Zero', 각박한 현실과 자극을 우선시하는 요즘 대중문화가 자살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지 되묻는 '자살 권하는 사회',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엄마' 등 보통사람의 시선에서 보통사람이 겪는 인간관계와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진중한 고민이 노랫말에 묻어난다.

헤비메탈과 심포닉 메탈을 선호하는 지미 스트레인의 팬이라면 신작 <사람이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아니, 실망스럽다기보다는 많이 심심해서 적응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여전히 사색이 있으며 확고한 자기 지향, 아티스트로서의 집념이 살아 숨 쉰다. 곡 형식에서의 이질감은 나타나겠지만 한글로 가사를 쓴 것 덕분에 더 많은 청취자와 열린 정서 교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한 듯 보인다.

2010/10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