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D - Nothing 원고의 나열

이들의 하이브리드 사운드에 대한 욕심은 변함없음을 네 번째 앨범 <Nothing>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그룹의 혼합 음악에 큰 줄기였던 록과 펑크(funk) 외에도 전자음악의 요소가 진하게 배었으며 1960, 70년대를 연상시키는 거친 소울의 정서와 컨트리, 블루스의 향기도 동시에 전달한다. 새 앨범을 낼 때마다 더 많은 장르를 첨가하는 공격적인 하이브리드 자세를 취하니 이들의 욕망은 쉽게 잦아들 줄 모른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엔이알디(N*E*R*D)의 음악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켜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욕심이야말로 그룹 최고의 원동력일 것이다.

욕심이 크면 화를 부른다고 했건만 세 멤버가 펼치는 음악적 융합 공정은 여전히 튼실하다. 'Help Me'와 'I've Seen The Light'는 단아하고 한편으로는 우울한 분위기를 내는 록 구성 안에서 옛 리듬 앤 블루스를 향한 회귀를 드러내고, 'Victory'는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풍의 코러스를 모던 록 밴드가 흉내 내는 것 같은 퓨전을 나타낸다. 전자의 두 곡을 강조해서 그룹은 이번 앨범을 두고 '로큰롤 소울 앨범'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God Bless Us All'은 무게감 있는 신시사이저를 입혀 트렌디한 반주로 출발하지만 블루스, 컨트리에 가까운 선율을 배치해 상반되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다양한 종류의 형식을 묶었음에도 어색하거나 허술하지 않다. 음악에 넣은 인자가 많지만 깔끔히 정돈, 배열하는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펑크(funk) 록-일렉트로니카-힙합 퓨전이 내는 넘치는 활기는 엔이알디의 전문 분야, 신보에서도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가 참여한 리드 싱글 'Hot-N-Fun'은 제목처럼 '핫'하고 '펀'하다. 튀는 느낌을 살리는 사뿐한 기타 리프와 건반 연주, 간결함을 앞세워 곧장 입에 익게 만드는 코러스는 현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경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티아이(T.I.)가 피처링 한 'Party People'은 클럽에서 인기를 끌 내용과 곡 구성의 합일을 드러내며 'Nothing On You'는 록과 전자음악, 리듬 앤 블루스를 절제력 있게 버무려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흥겨운 구조를 만들었다. 혼성 양식이 꼭 어려운 음악으로 출연하지 않다는 것을 일련의 노래로 주장한다.

여러 종류의 형식을 엮는 패기만만하고 욕심 가득한 작업을 수행했음에도 그룹은 신보의 타이틀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지었다. 이유는 제작 과정에 기인한다. 2010년 초에 마이애미의 한 스튜디오에 모인 멤버들은 그동안 작업한 20여 편에 달하는 곡을 펼쳐 놓았지만 어떤 것도 흡족하게 여겨지지 않아서 전량 폐기 처분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채드는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예술 작품을 만들거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컵을 비우고 그것을 다시 채우는 것이 바로 도전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기존에 해 왔던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움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엔이알디의 음악을 변화시키고 곡을 더욱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채찍질했을 테다.

왜 이들이 하이브리드 영역을 고수하는가, 어떻게 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목에 담았다. 엔이알디가 하이브리드의 가장 돋보이는 주자로 등극하게 된 이유를 이번 네 번째 앨범이 분명히 알려 준다.

(한동윤)

음반 해설지 일부


덧글

  • MUMU 2010/11/16 14:38 # 삭제

    트랙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인데도 전부 완성도가 ㅎㄷㄷ하더군요.
    개인적으로 Life As A Fish도 인상적이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PWsJhPnIak8
  • 한솔로 2010/11/17 10:48 #

    MUMU 님께서 말씀하신 그 노래를 글에 언급하지 않은 걸 보니 저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나 봐요. 요즘 굵직한 힙합 뮤지션들이 앨범을 연이어 내네요.
  • merrygood 2010/11/18 22:33 #

    금쪽같은 내새끼들!!! 이 앨범 주인공은 Help Me 같아요♡
  • 한솔로 2010/11/19 13:29 #

    아주 많이 아끼고 계시군요~ 제가 생각하는 앨범의 주인공은... 음... 그래도 핫 앤 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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