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원고의 나열

21세기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카니예 웨스트가 새기는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다섯 번째 앨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로 또 한 번 비범한 재능을 뽐낸다. 전작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신선함을 제공하며 주춤함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것 같은 튼튼한 구성으로 그에 대한 신뢰를 지속하게 한다. 어째서 그가 21세기 힙합 신이 낳은 거장인지, 새 앨범을 출시한다고 밝혔을 때 매체들은 왜 하나같이 그의 신보를 2010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았는지는 이번 앨범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하다.

앨범을 관통하는 특징, 이전 작품들과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웅장함이다. 겹겹으로 층을 낸 코러스와 스트링, 관악기를 공격적으로 편성해 악곡의 부피를 늘리고 있다. 'Dark Fantasy'는 은은하면서도 넓게 퍼지는 느낌을 주는 하모니가 곡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Power'는 토속적인 느낌이 나는 스캣을 삽입해 역동성을 살린다. 격렬하게 뛰는 드럼 프로그래밍과 브라스 연주가 소리의 체구를 확대하는 'All Of The Lights', 롤랜드의 앙상블 키보드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는 듯한 'Lost In The World' 등도 우람한 풍모를 대표한다. 근래 메인스트림 힙합에서는 접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이 압도적으로 다가선다.

수록곡들의 비교적 긴 러닝타임도 장대함을 지지한다. 5분이 넘는 곡이 셋, 6분이 넘는 곡이 둘, 'Blame Game'은 7분이 넘고, 'Runaway'는 무려 9분이 넘는다. 재생 시간이 짧은 노래를 많이 선호하는 지금 같은 때에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구성이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간결한 반주와 분명한 임팩트를 나타내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는 요즘 음악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구조다. 여기에서도 자기만의 표현을 중시하는 예술가의 고집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지루함이라고는 없다. 단편영화를 방불케 하는 영사 시간의 뮤직비디오로 제작돼 화제를 모은 'Runaway'는 래핑과 싱잉을 거듭하는 보컬, 인위적으로 노이즈를 섞은 기계음의 읊조림, 후반부에 다다라 완전히 음조를 바꾼 첼로 연주를 절묘하게 배치해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한 흐름을 내보인다. 'Monster'와 'So Appalled'는 다수 래퍼의 참여로 인해 더욱 알차게 들리며 'Blame Game'은 마지막 부분을 랩이 아니라 말을 하는 것 같은 형식으로 처리함으로써 평범한 진행에서 탈피한다. 보통 힙합곡들보다 길지만 처지는 감이 안 드는 이유가 이러한 장치들을 설치한 덕분이다.

카니예 웨스트를 거론할 때 샘플을 멋스럽게 구사하는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Devil In A New Dress'는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의 노래를 수정해 감성적인 분위기를 발산하고 'Lost In The World'는 마누 디방고(Manu Dibango)의 'Soul Makossa'를 이용해 원초적인 기운을 드러내며 'Hell Of A Life'는 컨트리, 록 싱어송라이터 토니 조 화이트(Tony Joe White)의 'Stud-Spider'를 빌려 와 질척한 느낌을 늘린다. 가공한 원본을 알맞은 곳에 투입해 노래의 풍미를 더하는 감각은 여기에서도 그대로다.

프로그레시브, 아트 록을 힙합으로 환산한 것 같은 앨범이다. 힙합이 시장과 타협하고 무도회장과 끈끈한 동맹을 맺으며 스스로를 한없이 단순화, 경량화하는 시기에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무게와 복잡성을 갖추어 경향에 반대표를 던진다. 거기에 출중한 프로듀싱 능력으로 고귀한 웅장미까지 이뤄 냈다. 줏대 있는 작가적 자세,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정성, 뛰어난 재능으로 달성한 쾌거다. 카니예 웨스트를 21세기가 배출한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라 송찬하는 이유를 본 작품이 똑똑히 나타내고 있다.

2010/11 한동윤

음반 해설지 일부, 수정


덧글

  • 스푼맨 2010/11/29 23:58 #

    어젯밤 집에 돌아와서 처음 들었는데 5번까지 트랙 들으며 제 마음속의 올해의 최고의 앨범이 이 앨범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좋더군요. 힙합과 다른 장르의 경계를 허문듯 합니다.
  • 한솔로 2010/12/02 00:34 #

    원래 생각해 두셨던 앨범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힙합 쪽에서는 올해 이만 한 포스를 낸 앨범은 확실히 없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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