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손난로 같은 노래 원고의 나열

겨울, 한 해가 저물어 갈수록 차츰 떨어지는 기온 탓에라도 포근하고 따스한 음악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차가운 기운을 차가운 것으로 다스리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맘 때면 으레 따끈한 국물이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겨울철 음식이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 귀도 조건반사 격으로 온기를 제공해줄 음악을 갈구하게 된다. 듣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거나 순식간에 데워졌다가 빨리 식는 격렬한 댄스음악에 비해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가 이 시기에 대중의 부름을 받는 게 당연한 현상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사람들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캐럴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이 지나면 매력을 급격하게 잃는 노래보다 오랫동안 여운을 남길 작품들이 있어 올 겨울이 더 설렌다. 아래 소개하는 음반들이 귓가에 손난로 같은 존재가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도트(Dot) <Candid Breath>
이 앨범은 차분함과 온화함으로 일관한다. 그룹을 구성하는 네 멤버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그러한 음악적 특성을 갖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기자기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애교로 일관하지 않으며, 섬세하지만 가녀림만 내세우지 않는다. 여러 감정과 상황을 노래에 녹여내면서도 과잉하지 않는 표현으로 침착함이 느껴진다.

밴드 구성이지만 기타가 없다는 점도 이들 음악의 온화함을 살린다. 대부분 밴드 음악의 리드는 기타, 특히 전기기타가 하게 마련인데 그것이 내는 날카롭고 강한 소리 대신에 건반이 전반적으로 곡을 이끌고 있어 노래가 더욱 상냥하게 들린다. '너에게로 간다'와 '두근두근' 같은 노래는 도트만의 감성을 맛보기에 적합한 곡.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성으로만 이뤄진 밴드는 얼마 없는 작금 상황 때문에라도 주목할 만한 팀이기도 하다.



몬구, 한희정 <춤추는 동물원 OST>
지난 12월 2일에 개봉한 영화 <춤추는 동물원>의 사운드트랙이다. 2006년 열린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모던 록 앨범' 부문을 수상하며 재능을 인정받은 인디 록 그룹 몽구스의 리더 몬구(김준수)와 여성 포크 뮤지션 한희정이 캐스팅돼 제작할 때부터 음악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음악영화로 주인공들인 두 가수가 사운드트랙도 전담했다. 음악가를 꿈꾸는 두 남녀의 사랑과 그들의 음악활동을 수수하게 그린 영화이기에 음악 또한 거기에 감성을 보조한다. 다소곳하고 잔잔하게, 여유로운 음을 통해서 펼쳐지는 사랑의 대화와 이 이야기들을 실은 연주는 자극적이지 않아 편안하게 다가선다. 한국 판 <원스>라고 하면 적당한 비유가 될까? 음악으로 재구성한 사랑영화를 접할 수 있는 앨범이다.



나원주 <All Is Same In Love>
이름 석 자만으로도 따스함이 물결치며 접근한다. 1990년대 후반 정지찬과의 듀오 자화상으로 감수성 풍부한 팝의 세계를 연 이후 두 장의 솔로 앨범과 성시경, 박효신 등 인기 보컬리스트들의 노래를 통해서 분위기 있는 대중음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작곡가 겸 가수 나원주는 세 번째 정규 앨범으로 음악팬들에게 다시 한 번 온기를 전한다. 매끈하고 단아한 흐름을 자랑하는 선율, 낭만적인 노랫말은 여전히 주효하다. 여기에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곡의 체구를 늘리고 기품 있게 구성해 무척 근사하게 들린다. 사랑을 막 시작할 때의 설렘, 연애를 진행 중일 때 느끼는 행복, 이별하고 나서 남는 슬픔 등 앨범에 담긴 사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는 대중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일 것이다. 거기에 담담한 울림까지. 더없이 잔잔하고 포근하다.

(한동윤)

위클리경향 905호


덧글

  • spacenote 2010/12/22 18:23 #

    어라, 나도 춤추는 동물원에 대해서 몇 자 적었는데, 우연이네 'ㅁ' 영화 음악 정말 좋았어.
  • 한솔로 2010/12/23 17:49 #

    음~~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였군~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