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를 보는 시선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이미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보컬리스트들의 출연으로 수준 높은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좋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하고, 누구는 오랜 세월 활동한 프로 가수들을 두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뮤지션에게 불쾌한 일이 될 수도 있다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찬반양론이 오가고 있다.
분명히 장점은 존재한다. 공중파, 케이블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음악 프로그램이 춤추기를 주업으로 하는 10대에서 20대 초반 예능인들의 재롱 잔치쯤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가창에 충실한 진정한 노래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어쩌면 그들의 출연이 외모와 화려한 무대 연출에만 신경 쓰는, 아이돌 일색의 날로 획일화되고 피폐해져 가는 한국 대중음악계로 하여금 기본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듯하다.
다만 프로그램을 통해서 참가하는 가수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미션을 펼치며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된 이 자리에서 최종 승자로 등극한다 한들 지위와 위치는 변함없이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되지 않을까 한다.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 함은 마땅하기에 우승에 별다른 의미는 드러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쟁쟁한 동료들을 제치고 1위로 뽑혔다고 해서 본인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할 이도 단언컨대 결코 없을 것이다. 출연료를 받으며 인지도를 더 높인다는 성과가 그들에게 진정으로 보람된 일이 될 리도 만무하다. 행여 미션을 수행하면서 다른 창법을 시도하고 기량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동기가 되어 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10년 이상 활동한 명인들이 그럴 생각이 있다면 알아서 할 것이다. 가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별로 없다.
가수들이 자극과 흥미를 제일로 추구하는 우리 세태의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청률을 올리는 데에 혈안이 된 방송 관계자들, 재미만 있다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생각이라고는 한 줌도 하지 않는 일부 대중의 노리개가 되는 듯해 몹시 섭섭하다. 한 명, 한 명 탈락하는 과정이 제공하는 묘한 짜릿함 속에서 가수들이 그러한 수단으로 쓰이는 기분마저 든다.
인기만 끌면 끝이라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만 주면 그만이라는 방송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전문 음악인들을 섭외했고 음악이 바탕이 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그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으며 음악계에도 긍정적인 여파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주류 음악계를 아이돌 댄스 가수들의 왕국으로 만든 장본인 중 한 축으로서 방송가는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결국 시청률이라는 회사의 최대 목표에 의해 가수와 음악계에 대한 고민은 말끔히 희석될 게 뻔해 벌써 씁쓸하다.
2011 03/08ㅣ주간경향 915호
(한동윤)
덧글
잘 되면 '쇼바이벌' 못되면 '슈스케'겠네요.
저는 초반에 인기나 시청률이 보장해놓고 나서는 실력있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 (한대음에서나 볼수있었던)을 새로 추가해서 점점 음악성을 높혀나간다면 훌륭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싶은데, 과연....
아무튼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보다는 유명해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름만 알린다면 자기 꿈을 더 쉽게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하지만 거기에 가려서 진정한 꿈과 그걸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 퇴색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그게 엄청난 다수는 아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더 자극적으로 편집함에 따라 무척이나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재미있는 나라에요.
라라라도 음악창고도 다 죽어버린 이 시점에
주말 프라임타임에 음악에 집중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자체는 좋은거죠.
한영애씨는 정말 제가 생각하는 불세출의 보컬인데
2003년도 6집을 마지막으로 앨범이 안나오고 있죠.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척박한 구석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음악씬의 모습을 대표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쨌든 그녀의 노래를 티비에서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좋은 겁니다, 예...
그런데 프로그램 특성상 순수한 공연보다는 경합에 초점이 맞춰져서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