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Clover) - Classic Over 원고의 나열

클리셰 범벅이다. 은지원과 길미, 타이푼(Tyfoon)의 프로젝트 그룹 클로버(Clover)의 첫 음반은 외국 힙합 뮤지션들이 했던 스타일을 하나둘 모아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일회성이 될지,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팀의 음악치고는 몹시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음악인들이 투합해 벌인 일이 결국 남 따라 하기라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들은 주로 미국 서부 힙합에 천착한다. 'Clover style'은 잽(Zapp)이 특화한 육중한 드럼 프로그래밍을 재현함으로써 미스터 섀도(Mr. Shadow), 애퀴드(Akwid), 미스터 카폰 이(Mr. Capone-E) 같은 치카노 래퍼들의 음악에 집착하는가 하면, 버스(verse)의 신시사이저 루프로 닥터 드레(Dr. Dre)의 'Deeez nuuuts'를 교묘하게 모방한다. 'La vida loca'는 마리아치 반주를 들여 딜린퀀트 해비츠(Delinquent Habits)의 'Tres delinquentes'와 표현을 공유하기로 마음먹는다. 'Better day' 코러스는 워렌 지(Warren G)의 'Regulate'와 유사한 음 때문에 그 노래를 일정 부분 착안했음을 확신하게 한다. 참신한 게 거의 없다. 'Clover style' 가사 중 '클로버 그들과는 다른 스타일'이라고 밝힌 그룹의 당돌한 슬로건이 무색하기만 하다.

이 이미테이션의 빈약한 바구니 안에서 이들만의 노래라고 볼 수 있는 것은 'ICE트림'이 유일하다. 억세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경쾌한 비트와 흡인력 있는 훅, 적재적소에 깔린 추임새가 흥겨움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자신이 멋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무의미한 말장난만 반복하는 상황이라 여운을 남기지는 못한다. 은지원의 치기 어림이 부피만 커진 격이다.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기성품을 탐닉, 답습해 허망하게만 느껴진다. 여기에서 창작에 대한 정성과 뮤지션으로서의 나이테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앨범은 보잘 것 없는 '따라쟁이 쇼'밖에 되지 않았다. 2011년이 기록할 엉성한 프로젝트다.

-수록곡-
1. Clover style (작사: 타이푼 / 작곡: 타이푼)
2. La vida loca (은지원, 타이푼, 길미 / 킵루츠, 길미)
3. ICE트림 (은지원, 타이푼, 길미 / 킵루츠)
4. Better day (은지원, 타이푼, 길미 / 킵루츠, 타이푼, 길미)
5. La vida loca (Instrumental)

추천 곡 없음.

2011/04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덧글

  • 칼라이레 2011/04/04 11:34 #

    클리셰 범벅이라 클래식 어쩌구라고 제목 지은줄로 아뢰오.
    드레 앨범이나 기다리는게 좋을 듯 합니다
  • 한솔로 2011/04/05 12:03 #

    닥터 드레 앨범은 그다지 기대가 안 되는구나. 전작 정도일 듯.
  • 핫치토 2011/04/05 17:43 # 삭제

    심도있는 리뷰에 감탄하고 갑니다!
    아직 들어보진 못했지만 리뷰만을 듣고도 대충 어떠할지 짐작이 가네요.
    믹시를 통해 들리게 됬는데 앞으로 자주 들리겠습니다!
  • 한솔로 2011/04/06 15:50 #

    반갑습니다. 종종 들러 주세요. 즐겁게 이야기 나눠요. ^^
  • Scaldi 2011/05/02 00:45 # 삭제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이런 평도 볼수 있어서 좋습니다 ^^ 잘 읽고 감니다
  • 한솔로 2011/05/02 13:06 #

    네, 감사합니다. 종종 놀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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