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지만 기억에 남는 음반 원고의 나열

최근 출시된 앨범 중 세 장의 음반이 듣는 순간 머릿속에 각인됐다. 음악적인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악곡 형식을 내세운 것도 아니었다. 또한큰 감동을 받을 정도로 아름답고 근사한 노랫말을 담은 것도 아니었다. 발라드나 방송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댄스음악처럼 대중 접근성이 높은 음악은 아니었지만 마니아들이라면 충분히 익숙한 장르여서 참신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기억될 만한 요소가 있었다.

그 세 앨범은 디오지의 <첫 경험>, 니나노 난다의 , 미미시스터즈의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로 첫 작품은 힙합, 두 번째는 전자음악과 판소리의 퓨전, 세 번째는 사이키델릭, 펑크 등 록 음악의 여러 갈래를 소화한다. 각각 다른 종류의 음악이지만 이들 세 작품에는 유치함과 장난기가 공통되게 나타난다. 이로 말미암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쩌면 니나노 난다는 퓨전의 신세계를 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전통음악이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하는 경우는 잦았어도 판소리를 다른 서구의 음악과 융합한 적은 거의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진지함은 떨어져 보인다. 전자음악과 판소리를 절묘하게 접목했음에도 다른 별에서 온 탐험대가 판소리로 지구인과 교신하고, 나아가 서로 상생하게 되었다는 앨범의 콘셉트 탓에 사이비 종교의 집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코러스를 담당했던 미미시스터즈의 데뷔 앨범은 록의 다양한 면면을 훑고 있으나 치기 어린 표현과 다듬어지지 않은 가창으로 장난기를 한껏 드러낸다. 게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판매하는 조악한 트로트 테이프 같은 반주에 마음대로 부른 듯한 노래를 수록함으로써 대놓고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대중 친화적이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도 그룹의 태도를 보면 진중함에 조소를 보내는 것처럼 여겨진다.



신인 힙합 듀오 디오지는 철저하게 통속성을 견지한다. 어린 시절의 도벽, 다른 사람과 바람난 연인에 대한 이야기, 술자리 게임 등 많은 이가 겪었을 법한 소재를 택해 젊은 감성으로 가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거의 모든 노래에 패배자의 정서를 녹여 의도적으로 '싼 티'를 내보인다. 자극적인 내용도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경험과 욕구를 충족하는 노래들은 키치(독일어로 저속하다는 의미) 예술로서의 소임을 다한다.

한순간 재미를 위하거나 시간을 때우기에는 괜찮은 음반들이다.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찾는 일부 청취자들에게 잠깐은 인기를 끌 것 같다. 이들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키치적 문법은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안기며 심적 해방감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즉각적으로 흥미를 유발하거나 재미있는 음악이 대다수에게 인기를 끌고, 반대로 진지한 음악은 홀대받는 상황에서 이런 노래들의 등장이 그와 같은 불균형을 심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세 음반 다 마니아적인 성격이 강해서 큰 파급을 내지는 못할 듯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대중음악의 지나친 쏠림 현상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후에 이런 종류의 음악이 빈번하게 출현할까봐 괜스레 걱정된다.

(한동윤)

2011 04/05ㅣ주간경향 9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