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소울의 아쉬운 수작, Aaliyah -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 원고의 나열

힙합의 거친 기운을 채택하며 강도를 키운 새로운 리듬 앤 블루스 문법 뉴 잭 스윙이 1990년대 초반 주류 음악계를 장악하면서 R&B는 힙합과의 혼화에 더욱 적극성을 띠게 된다.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파티 친화적 음악 뉴 잭 스윙의 가벼움에 반기를 든 듯 얼마 후 단단하고 묵직한 힙합 비트를 기반으로 가창을 부각하는 힙합 소울이 하이브리드 흐름의 한쪽을 차지했다. 1992년 업타운 레코드사(Uptown Records)가 메리 제이 블라이지(Mary J. Blige)의 데뷔 앨범을 홍보할 때 그녀를 '힙합 소울의 여왕'이라고 수식하면서 공식화된 이 장르는 조데시(Jodeci), 알 켈리(R. Kelly), 익스케이프(Xscape) 등 많은 가수의 호의를 받으며 인기 스타일로 부상했다.

열다섯 소녀 알리야(Aaliyah)도 그 열기를 지피는 데 동참했다. 알 켈리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데뷔작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는 어느 정도 무게감 있으면서도 펑키한 비트와 알리야의 청아한 보컬이 조화를 이루며 힙합 소울의 특성을 온전히 나타내 보였다. 더불어 소녀 감성을 잔뜩 이입한 가사를 통해 젊은 세대의 공감을 도모했다. 조금은 어른스럽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댄서블함을 한껏 드러내고 느린 템포의 곡에서도 리듬감을 살린 편곡도 훌륭하지만 잘 들리는 훅을 다수 구비한 것이 앨범의 가치를 높인다. 첫 싱글 'Back & forth'를 비롯해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 'I'm so into you', 'Old school', 'I'm down' 등은 간결하고도 명료한 멜로디로 강한 흡인력을 낸다. 이보다 1년 전에 출시한 알 켈리의 솔로 데뷔 앨범 <12 Play>에 비해 훨씬 가볍고 담백한 선율이다. 어린 나이의 알리야에게 어울리며 기억하기 쉬운 후렴으로 대중성을 다졌다.

그렇다고 인상적인 코러스를 완성하는 데에만 전념한 것은 아니었다. 'Street thing'은 침착한 진행을 보이다가 후반부에 다다라 성가풍의 코러스로 바꾸면서 노래를 한층 진지하게 꾸몄으며, 펑카델릭(Funkadelic)의 히트곡 'One nation under a groove' 가사를 변용한 'Young nation'은 잔잔하지만 고혹적인 전개로 알 켈리 특유의 그루비한 멜로디 작성 능력을 과시한다. 수록곡들은 비트와 멜로디, 어느 하나에 치우침 없이 고르게 수려했다.

알리야의 보컬은 노래가 지닌 매력을 곱절로 상승시켰다. 물기를 머금은 것 같은 촉촉하고 고운 목소리는 한없이 낭랑했고 한편으로는 관능적이기까지 했다. 이제 막 10대 중반에 접어든 아이의 가창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표현은 능숙했다. 아이즐리 브라더스(The Isley Brothers)의 노래를 커버한 'At your best (You are love)'는 그녀의 음성이 마성으로 접근하는 대표적인 곡. 맑게 울리는 음성,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녀린 가성, 하모니를 주조하는 후반부의 보컬 레이어링이 연합해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오리지널보다 더 나은 리메이크라 할 만하다.

노랫말은 또래 청소년들의 감수성과 접점을 찾았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그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고 유혹하는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 자신의 사랑은 당신이 어디에 있든 존재할 거라며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Street thing', 이 둘의 종합이라 할 수 있는 'I'm so into you' 등 의지가 확고하지만 비밀스러운 느낌도 동시에 지님으로써 호기심을 부추긴다. 'Young nation'과 'Old school'은 각각 젊은 세대의 생활을 스케치한 가사와 음악을 들으며 밤을 즐기자는 내용으로 그들의 놀이 문화를 공유한다. 10대를 위한 힙합 소울 작품이었다.

알 켈리와의 껄끄러운 결혼 사건과 소속사를 옮기는 게 겹치면서 두 번째 앨범은 팀버랜드(Timbaland)를 메인 프로듀서로 맞이해서 제작했다. 차트 성적과 판매량은 처녀작과 비슷했으나 음악은 확실히 달랐다. 팀버랜드 특제의 자잘하게 쪼개지는 비트가 전면에 나와 있었고 멜로디는 어둡고 탁했다. 안타깝게도 빠르게 각인되는 선율이 별로 없었다. 멜로디와 비트의 균등한 호흡은 5년이란 긴 공백을 보낸 뒤 출시한 세 번째 음반 <Aaliyah>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90년대 중후반 네오 소울이 리듬 앤 블루스 패권을 잡으며 힙합 소울은 자연스럽게 퇴조했고 팀버랜드가 음악계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알리야는 1집 같은 스타일과 멀어졌다. 2001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앞으로는 영영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됐다. 견고한 힙합 리듬과 훌륭한 곡조, 빼어난 보컬이 절묘하게 합일한 이 힙합 소울의 수작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더 커지는 이유다.

2011/04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풍류남 2011/04/30 03:34 #

    전 영화 <퀸 오브 뱀파이어>를 보고 알리야를 처음 알았어요. 이미 타계한 이후에 알리야를 알게되서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 한솔로 2011/04/30 14:09 #

    아, 그러시군요~ 연기자로서도 영역을 넓히려던 찰나에 세상을 떠나서 더 안타까워요. 연기력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꽃다운 나이에...
  • Makaveli 2011/05/06 17:02 #

    Aaliyah 진짜 대박이엿죠...목소리 톤도 너무 매력적이고..게다가 춤두 정말 잘췃구여..지금도 알리야 죽었을때 미시 엘리엇 펑펑울었던거 기억나네요~저개인적으로는 이미지적으로 Brandy랑 투탑이엿다고 생각 합니다..둘이 진짜 귀여웟는데요~이노래는 라이브가 진짜 갑이셧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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