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t Punk - Tron: Legacy Reconfigured 원고의 나열

그것은 새로움에 대한 모험이었으며, 일종의 혁신이었고, 첨단 디지털 사운드와 고전음악의 표현이 아름다운 화합을 보인 장이었다. 2010년 개봉한 SF 액션 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Tron: Legacy)>의 사운드트랙은 이전에는 좀처럼 흔히 경험할 수 없었던 전자음악과 오케스트라의 만남이 이뤄진 자리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노래가 들어간 작품이 아닌 연주곡만으로 구성된 앨범이었으니 색다름은 더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주조한 음악은 영화의 박진감을 살리며 감동을 제공했으나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격정적이고 신 나는 곡으로 지구촌 클럽, 댄스음악 차트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활보해 온 그들이기에 몇몇 팬들은 내심 예전처럼 쾌활한 음악을 들려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OST를 들으면 장대한 사이버 세상과 스릴 가득한 장면들이 연상되며 영화의 감동을 재현하지만 '그들다운' 작품을 바란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허기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프트 펑크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음악을 요구하는 아우성이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그런 애태움은 그만해도 될 듯하다. 다프트 펑크의 오리지널 필름 스코어를 리믹스한 <Tron: Legacy Reconfigured>로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믹스 음반은 으리으리함과 역동성을 지닌 원곡의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하면서 더욱 날카롭고 강렬한 사운드를 뽐낸다. 크리스털 메소드(The Crystal Method), 모비(Moby), 폴 오큰폴드(Paul Oakenfold), 글리치 몹(The Glitch Mob) 등 전자음악 신의 베테랑들이 대거 참여해 판을 키웠고 각자의 다양한 감성과 표현법으로 사운드트랙은 다시 한 번 새롭게 태어났다. 2011년의 돋보이는 일렉트로니카 컴필레이션이라 할 만하다.

영화 트레일러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인 'Derezzed'는 글리치 몹의 손길로 한층 더 두터워진 베이스라인을 내뿜으며, 키 씨어리(Ki:Theory) 버전의 'The son Of Flynn'은 원곡의 전자음을 더 키운 반주에 사나운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입혀 공격성을 드러내고, 영국의 디제이 포텍(Photek)이 윤색한 'End of line'은 본래의 침착함은 유지하면서도 무게감을 확보한 비트로 굳건한 아우라를 과시한다. 긴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된 원곡을 완연한 클럽 음악으로 변모시킨 하우스 뮤지션 캐스케이드(Kaskade)의 'Rinzler', 겹겹으로 쌓은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으로 세차게 다가서는 재패니즈 팝스타즈(The Japanese Popstars)의 'Arena' 등도 흥분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바꾼 곡들은 신선한 맛을 키운다. 현악기를 앞세워 서정미를 강조한 'Adagio for Tron'의 리믹스 버전은 중심 주제는 그대로 가져가는 중에 파워풀한 드럼을 마련해 댄스음악으로서 사명을 다하며, 폴 오큰폴드의 'C.L.U.'는 동양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멜로디를 입혀 분위기를 전환했다. 사운드의 의도적인 왜곡을 주요 방법론으로 취하는 프리티 라이츠(Pretty Lights)가 믹스한 'Solar sailer'는 뚝뚝 끊어지는 리듬 위에 효과음과 신시사이저를 뒤튼 음을 배열해 매서운 형상으로 곡을 변형했다. 원본이 무색해질 정도의 파격적인 편곡이다.

앨범은 오리지널 스코어를 전복한 대변신이자 보이지 않는 클럽의 거대한 성채다. 일렉트로니카와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융화를 전자음악을 강조한 어법으로 바꾸었으며 그를 통해 역동성으로 넘실대는 화끈한 댄스음악을 탄생시켰다. 영화음악의 놀라운 재해석이며 클럽, 댄스음악의 진귀한 사건이다.

2011/05 한동윤

음반 해설지를 요약,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