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Raphael Saadiq - Stone Rollin' 원고의 나열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네오 소울과 컨템퍼러리 R&B를 시작으로 모타운 음악에 영향을 받아 1960년대 리듬 앤 블루스를 재현한 지난 2008년 앨범 [The Way I See It]까지 그의 음악적 정체성은 계속해서 팝의 뿌리 부분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전인 로큰롤을 탐미한다. 일련의 과정은 마치 산란기 연어를 보는 듯한 생각을 들게 한다.

네 번째 정규 앨범 [Stone Rollin']은 예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고자 사운드 질감을 의도적으로 조악하게 꾸몄다. 이와 더불어 템포는 빨라졌으며, 코러스는 단출하지만 그윽함이 배어나도록 연출했고, 대부분 곡에 울림 효과를 가했다. 그 시대에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았던 음악, 그때의 멋을 라파엘 사딕은 온전히 재건축하려고 애쓴다. 수록곡들에서 보 디들리(Bo Diddley), 척 베리(Chuck Berry), 레이 찰스(Ray Charles),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 조니 캐시(Johnny Cash) 같은 이들의 잔영이 보이는 것은 과거의 스타일을 제대로 살려 내고 있기 때문이다.

탬버린을 활용한 넘실거리는 리듬, 후반부의 스캣 코러스, 하나의 패턴으로 진행되는 드럼 연주가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의 'Dance to the music'을 연상시키는 'Heart attack'만 들어도 앨범의 지향을 즉각 가늠하게 된다. 명랑한 로큰롤의 전형 'Radio', 블루스의 풍미를 전면에 부각한 'Stone rollin'', 로커빌리 스타일의 가뿐한 리듬이 돋보이는 'Day dreams'가 뒤이으며 라파엘 사딕의 50년대 정서를 찾는 여정에 속도를 더한다. 초반 몇 곡만 접해도 청취자가 인지할 시대 배경은 금세 그 즈음이 될 정도로 인상적이다.

50년대의 극명한 분위기를 내보이는 노래는 그것들에 그치지 않는다. 가스펠풍의 후렴구를 들여 R&B의 거친 형상을 복원한 'Go to hell', 톤을 키운 드럼과 달음박질하는 것 같은 힘 있는 기타 리프를 주입한 반주가 후(The Who)나 데이브 디 도지 비키 믹 앤 티치(Dave Dee, Dozy, Beaky, Mick & Tich)의 몇몇 노래와 오버랩되는 'Over you', 우울함이 면면에 깃든 'Good man'도 라파엘 사딕이 목표로 한 특정 시기에 안착한다. 통일성만큼은 최고다.

그는 이를 위해 현대의 악기는 그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신시사이저가 아닌 멜로트론(Mellotron)을 쓰며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따라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당연히 찾아볼 수 없다. 풍성한 사운드, 소리의 사실감을 획득하고자 대규모 관현악단을 편성하고 출현 빈도가 적다고 할지라도 모두 실제 연주로 꾸몄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낼 코러스도 진짜 가수들의 목소리를 입혀서 모양을 냈다. 사서 고생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대단한 고집이다. 전자음을 반복시키고 보컬은 이펙터로 마감하면 되는 세상에서 라파엘 사딕은 사람 냄새 나는 음악을 부단히도 시도한다. 또한, 리듬 앤 블루스가 리듬 앤 일렉트로니카로 변모하며 잠깐의 즐거움을 찾는 댄스음악이 되어 가는 풍조에서 예전의 자취를 추적함으로써 고전과 본류에 대한 예우를 보였다. 트렌드에 반하는 태도로 깊이 있는 음악, 오래갈 감동이 있는 음악에 대해 주장하는 셈이다.

이러한 자세로 말미암아 그의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 기대의 끈을 쉽게 놓을 수가 없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시절의 음악을 소개해 줄지 벌써 고대하게 된다. 라파엘 사딕의 거듭되는 음악 유람과 열띤 연구는 나날이 상업화되는 R&B 신을 향한 충언이자 주류 차트에서 히트하는 노래가 리듬 앤 블루스의 전체는 아님을 깨닫게 해 주는 흔적이다. 거꾸로 가는 그의 시간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이 때문이다.

2011/06 한동윤


덧글

  • 지구밖 2011/06/13 22:27 #

    원래 그리 크게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는데 지난 앨범부터 완전 방향 제대로 잡고 있네요. 제가 옛날 음악을 당시에 들었던 건 아니지만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들어 보고 싶네요.
  • 한솔로 2011/06/14 12:20 #

    지구밖 님 체내에 고전 음악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세포가 있나 봅니다. 꼭 들어 보세요~ 강력 추천~!
  • lalala_hana 2011/06/15 11:24 #

    꺅- 라파엘 사딕 신보 나온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6월 한달동안 ㅜㅜ
    고맙습니다^^ 앞으로 블로그 자주 들어와도 괜찮죠^^
  • 한솔로 2011/06/15 18:28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주 찾아와 주시면 저야말로 고맙죠~ 앞으로 이야기 많이 나눠요.
    웰컴입니다~ ^^
  • lalala_hana 2011/06/16 09:20 #

    우하항^^ 네 반 to the 갑습니당^^
  • 한솔로 2011/06/16 15:52 #

    네~ 종 투 더 종 봬요~ ^^
  • 로사 2011/06/16 12:49 #

    정말.. 최고에요! 지난 앨범만한 앨범이 나올까 싶었는데, 그런 염려따위 기우에 불과했다는거.. ^^
  • 한솔로 2011/06/16 15:53 #

    이대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가정하에... 제발 빅 밴드 반주의 재즈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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