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유럽 상륙 '풍선껌 팝' 원고의 나열

연일 대서특필이었다. 지난 6월 중순 국내 대다수 언론이 케이팝(K-Pop, 한국 대중음악)의 유럽 상륙을 축하하는 기사로 한 목소리를 냈다. 그 광경은 마치 2010년 말 'Like A G6'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한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흥행을 보도하던 모습을 연상시킬 만큼 열떴다. 그동안 아시아권에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그쳤던 한국의 대중음악이 드디어 서구 음악팬들의 감성에도 어필했다고 크게 선전했다. 한국 가수들의 노래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사건이었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케이팝이 아니라 SM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10대, 20대의 젊은 유럽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하는 편이 옳다. 아이돌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표현의 정정이 필요하지만 이는 분명히 국내 일부 아이돌 가수의 댄스음악이 다수 서양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임을 대대적으로 알린 사례였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위력이 이제는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붐의 주요인으로 팝 음악 트렌드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198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호령하며 소녀들의 아이콘으로 등극했으나, 90년대 초반에 얼터너티브 록이 대유행하면서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말랑말랑한 발라드와 발랄한 댄스음악은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때부터는 리듬 앤드 블루스와 힙합도 많은 이의 지지를 받으며 차트에서 상승세를 그린 까닭에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 스파이스 걸스를 제외한 10대 취향의 댄스음악은 들어설 공간이 부족했다. 따라서 최근의 결과는 틴 팝의 오랜 품귀와 강한 전자음을 앞세운 댄스음악의 유행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소년, 소녀의 감성을 지녔으며 팝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른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서구 대중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진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몇몇 노래는 유명 외국 가수의 작품과 너무나도 유사하니 그 익숙함에 빠르게 친화될 수밖에 없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의 덕도 크다. 이를 통해 국내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세계 곳곳에 전파되는 것이 수월했고, 영상을 접하면서 한국의 대중음악이 현재 유행하는 팝과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됨으로써 광대하게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었을 듯하다. 외국의 댄스 그룹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한국만의 역동적이고 통일성 강한 군무와 곳곳에 배치한 따라하기 쉬운 동작도 흥미를 증폭한 요소다.

SM의 아이돌 그룹들이 프랑스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것은 기념할 만한 성과이며 가요계의 역사적인 일이라고 해도 그 면면을 종합해 보면 훌륭한 쾌거는 되지 못한다. 단순히 풍조에 순응한 경쾌한 댄스음악이 때를 잘 만났을 뿐이며, 어떤 노래는 팝 히트곡의 모방품에 가까우니 떳떳하게 자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외국의 음악팬들은 가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 재미있는 춤에 열광하는 경향이 강하다. 곡의 완성도와 참신성에 환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표현하는 데 쇼에 관계된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쇼가 음악을 등식화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유럽의 음악팬, 특히 젊은 여성들은 우리 아이돌 그룹에 대해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렇다면 현 상황을 온전한 한류 열풍이라 말해도 될까? 이는 단지 '풍선껌 팝(bubble-gum pop)'을 둘러싼 전형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풍선껌의 단물은 금방 빠지며 풍선을 불어도 오래 가지 못하고 터지는 것처럼 이 음악은 나이 어린 소비자 사이에서 한때는 큰 바람을 일으키다가 이내 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지금은 뜨거운 한국 아이돌 가수의 붐이 이후 그러한 상황을 맞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때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한동윤)

2011 06/28ㅣ주간경향 931호


덧글

  • 칼라이레 2011/06/23 16:28 #

    EMI가 흔들흔들 하고 이렇다하게 내세울 세계적인 '뮤지션'도 없다보니 동아시아에서 가장 상품제조 잘하는 한국 아이돌 뽑아서 홍보뛴걸로 봐요. "나의 애비로드는 그러치 않아! 엉엉 애비로드가 능욕당했어"라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그런 거 같아요, 끝물로 산화되기 전에 한번 대차게 솟아오르는 거? 웃긴게 정 반대편에서는 재즈/ 블루스/록이 또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이거죠. 그것도 80년대 그 '촌스럽다'는 장발에 가죽 조끼한 밴드들이! 넓게 보면 재즈/블루스/록이 전세계적으로 다시한번 리바이벌을 일으키고 있고. 클래식처럼 1000년동안 연주도 안해봤으면서 뭐가 고전이고 뭐가 지겨워요. 웃긴다고 생각해요. 록도 300년 정도는 지나야 세대구분 하고 그래야 한다고 봐요. 아직 첫 세대들이 짱짱한 현역 아니면 가신지 50년도 안 지났는데 블루스는 죽었네 록은 죽었네 재즈는 죽었네...그거에 질려서라도 이 망조는 빨리 걷어질겁니다.

    근데 테이크 댓이나 백스트리트 보이즈 아직도 인기있는 거 보면 전세계적으로 문화품질 저하 현상이 일어난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88~89년도가 문제야 문제(...) 아니 로비 윌리암스는 노래도 영 아니던데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가 몰라. 판만 컸다 뿐이지 신화에서 신혜성이 노래 좀 잘해서 뜬거랑 별반 다를 거 없어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오아시스한테 대차게 까이지...
  • 뇌를씻어내자 2011/06/23 22:41 #

    저는 저 뉴스 보면서 '어? 왜?' 하며 되게 어리둥절했었거든요. 저런 애들한테 전혀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 탓이겠지만.
  • 파애 2011/06/24 01:01 #

    아직 단정짖기는 이르죠..
  • widow7 2011/06/24 06:56 # 삭제

    아이돌 음악은 듣지도 사지도 않는 사람이지만[옛날의 백스트릿보이즈나 테이크댓 역시], 한국아이돌 음악의 미래에 대해선 그닥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저먼메탈이라고, 스콜피언즈로 시작한 독일하드록은 인기의 경감은 있었을지언정 완전히 망한 적도, 인기를 잃은 적도 없습니다. 지금도 노이즈 레코드를 중심으로, 저먼메탈은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헤비메탈을 만들어냈고 전세계 일정 팬들을 계속 양산했습니다. 저는 한국아이돌 음악이 독일저먼메탈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 어렸을때 놀란스나 둘리스의 음악으로 팝음악에 들어섰고 좀 대가리 굵어서는 아하, 웸 등으로 이어졌고 모던토킹이나 라디오라마 등 젊은 10대를 위한 댄스음악은 음악역사사상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아바처럼 모든 세대를 아우를 인기음악인을 한국에서 배출할 가능성은 없지만, 10대 댄스음악은 꾸준히 생산해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10대 아이돌의 가치는 음악이 아니고 예능에서 웃겨주는 것입니다만.
  • 외계소년32 2011/06/24 21:16 # 삭제

    이 글 때문이었군요. ㅋ 너무 SM 만 띄워주었어요. ㅋㅋ ^^ 효연의 영향이셨나..ㅎ
  • lalala_hana 2011/06/29 11:12 #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분들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음악스타일을 저런 스타일로 생각할까봐 겁이나요.
    정말 어린아이처럼 철없는 칭얼거림이지만,
    저는 싫어요 싫어요 싫어요ㅠㅠ

    암튼 단어선택모지랭이병이있는 저로서는
    한솔로님의 글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ㅜ^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