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과 생각들 2011-19 불특정 단상

01


혹시 나도 우울증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 있는 우울증 테스트를 해 보았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어떤 걸 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는 건 나도 알겠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하기도 한데 우울한 상태가 아니라고 하니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진다. 만약 항목을 바꾼다면 난 영락없는 우울증 환자가 될 텐데.

예를 들어,
(1) 당신은 애인이 없어 우울하십니까? - 매우 그렇다
(2) 우울한 가장 큰 이유가 애인이 없어서 입니까? - 매우 그렇다

아, 썅~ 매우 그렇다니깐!!

02
이번 공일오비 새 앨범은 정말 별로다. 별로야, 별로. 하지만 '고귀한씨의 달콤한 인생'의 가사는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런 게 공일오비다운 모습이거든.

취미는 독서 예의 바른 말투에
착실한 신자인 척에
아버지는 부자고
공부도 영어도 잘한다 하네
주말 삼청동 DSLR로 셀카
춤추는 아이돌보단 음악성을 따지고
영화는 예술영화 좋아하네
미니홈피만 보면 언제나
럭셔리 라이프
타임라인만 보면 정의로운 삶
입 맛으로 따지면 최상위 1%
그래 말로는 안 되는 게 없지
너 좀 짜증나 이제 그만 좀 해
약속이나 잘 지켜
거짓말이나 하지마
나 좀 지겨워 너의 그런 모습
보여주기 위한 쇼
그만하고 진짜 니 인생도
똑바로 잘 살아 줘
얼리어댑터 전화기는
사과표 SNS는 짹짹이
인맥쌓기는 얼굴책
스마트한 세상 잘 살아보세
가족사랑은 어찌나 극진한지
약속한 당일만 되면
어머니가 아프고
중요한 가족모임 생겼다네
대문을 장식하는 음악은
간지나는 pop
브런치 먹으면 꼭 올려줘야 해
커피 한 잔 사 들고
쉬크한 시티라이프
그래 진짜 니 정첸 뭐니
너 좀 짜증나 이제 그만 좀 해
약속이나 잘 지켜 거짓말이나 하지마
나 좀 지겨워 너의 그런 모습
보여주기 위한 쇼
그만하고 진짜 니 인생도
똑바로 잘 살아 줘

이 노래를 들으면서 트위터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블로그야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만 가면 되지만 트위터는 전혀 보고 싶지 않은, 여기저기서 리트윗하고 리트윗된 글들을 봐야 하는 고통이 너무 크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단순히 알고 지낸다는 이유로 맞팔을 하고 그 사람의 사생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도 짜증 난다.

허세, 허영, 똥폼, 개폼. 인터넷으로만 보는 사람들은 A라는 사람이 굉장히 멋있고 성품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가 쓴 글을 리트윗하는데 그걸 보면 실소가 안 나올 수가 없다. 그 사람 정말 쫌팽이에 구라쟁이인데... 또, 흘러흘러 어떤 사기꾼 놈의 새끼 트위터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새끼는 사죄하고 평생 마음의 짐으로 안고 가야 할 일을 경력이랍시고 프로필에 당당하게 적어 놓았더라. 그리고 지금은 홍대에서 무슨 바를 운영한다고 하고. 나를 포함해 여러 명의 원고료 수천만 원을 꿀꺽하고 편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트위터가 사람 폼 나게 보이게 하는 데에는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사람, 성격 정말 드럽고, 아이 씨 감정이 격양되다 보니 담배 하나 피워 줘야 겠다. 다시 이어서 드럽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트위터에서는 휴머니스트인양 글을 써 대는 걸 보고 화가 치솟았다. 트위터라는 가면을 쓰고 정의감과 온정 넘치는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들. 트위터가 싫을 수밖에 없다.

03
열 받을 때에 이 사진을 보면 마음이 좀 가라앉지.


덧글

  • Run192Km 2011/06/23 21:50 #

    아..효연이의 근성이 보이네요.
  • 국화 2011/06/24 10:26 #

    근성ㅋ
  • 한솔로 2011/06/25 00:03 #

    런 / 근성효연이라고 불러 줘야 할까 봐
  • 한솔로 2011/06/25 00:05 #

    국화 /프로의 모습이지. 존경스러워.
  • 외계소년32 2011/06/23 22:24 # 삭제

    흐흐 이번 소소한 일상은 정말 재밌내요. 동윤님이 화내는 문장들이 공감이 가서 말이죠. 웹에서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소녀시대 효연은 참 여러가지 면에서 적절하내요. 정확한 포인트를 적절한 움짤로. ㅎ

    글도 글이지만 요즘은 사람만나서 목소리를 유심히 들으려고 합니다. 눈빛도 그렇지만 목소리에서 그 사람을 느끼는게 갑자기 커져서요. 음악을 자주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전 015B 보니 때문에 ㅎㅎ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라 말이죠.

    여튼 좋은 사람 만나시길 술약속 많으신듯 한데. 남자들하고만 드시나봐요? 흑 ..
  • 한솔로 2011/06/25 00:11 #

    앞으로 화를 내는 일상을 자주 올려야겠네요. ^^ 그런 나쁜 인간들이 여러 사람의 호응을 얻고 그러는 게 씁쓸해요.

    보니 덕에 공일오비의 인기 지수가 올라갔네요. 고마워 해야 할 듯.

    가족도, 친구도 소개팅을 안 시켜 줘요. 슬픕니다. 슬퍼요. ㅠㅠ
  • 뇌를씻어내자 2011/06/23 22:39 #

    '고귀한 씨의 달콤한 인생' 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그 우울증 테스트 나도 해보고 싶네. 저 요새 완전 울증 제대로 옴.
  • 한솔로 2011/06/25 00:12 #

    저 같은 우울 케이스는 아니겠죠?
    왜요? 직장 때문?
  • lalala_hana 2011/06/29 11:01 #

    아 저도 그래서 트위터 한참 하다가 요즘 아예 관심도 안 두고 있어요.
    대부분 한솔로님이 느끼시는 그것과 비슷할거예요.

    하지않아도 될 것 같은 얘기들.(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잠깐의 얕은 생각조차도 남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생각노출증들이
    저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난 성격이상자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 글들을 읽을 자신이 없는걸요^^

    그래서 저도 택한 온라인 소통창이 이글루스 블로그 인데,
    이렇게 한솔로님도 만나고, 뭐 그저 그렇고 가벼운 공기가
    여기에는 없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

  • 한솔로 2011/06/30 12:31 #

    아~ 그 말 정확하네요. '생각 노출증' 별 사소한 생각을 다 토해 내고, 어떤 이들은 그걸 또 리트윗하고. 내가 이런 쓸 데 없는 글을 왜 봐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게 영 소화되지가 않아서 불편함이 크네요.
    트위터를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탈퇴하기는 좀 그렇고;
    저도 블로그를 통해서 만나는 분들이 더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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