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일오비(015B) - 20th Century Boy 원고의 나열

어중간하다. 수록곡들은 영락없이 공일오비다운 모습을 나타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일오비스럽지 않은 느낌을 제공하기도 한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이들과 호흡해 온 열혈 팬들이라면 동감할 것이다. 이번은 왠지 애매하다.

공일오비다운 이유 중 하나로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과 음악계 경향의 선두에 위치하는 스타일을 아우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Be kind rewind'가 전자에 속하며 일렉트로팝 골조의 'Silly boy'와 '고귀한씨의 달콤한 인생'이 후자에 해당한다. 감성 충만한 발라드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사운드도 잘 뽑아내는 작곡가, 프로듀서임을 증명하며 공일오비만의 강점을 드러낸다.

더불어 '고귀한씨의 달콤한 인생' 같이 현대 사회상을 밝히거나 젊은이의 생활을 반영하는 가사도 공일오비다움을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다. 노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의 일상을 소재로, 실생활과는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의 가식적인 태도와 허세를 꼬집는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무겁지 않은 말로 비판하는 것이 또 한 차례 공일오비만의 특징을 기술한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노랫말, 깔끔한 선율, 총기 넘치는 편곡이 다소 힘을 잃은 듯한 면면은 그 반대의 느낌을 들게 한다. 4집 타이틀곡이었던 '신인류의 사랑' 여성 버전을 의도한 'Silly boy'는 유행하는 문법만 따랐을 뿐 신선미와 임팩트는 어디에도 없다. 손담비의 'Queen' 후렴을 연상시키는 억양의 도입부 코멘트와 벤 이 킹(Ben E. King)의 'Stand by me'를 본뜬 것 같은 일부 반주부터 식상하게 들린다. 게다가 <개그 콘서트> 코너 '슈퍼스타 KBS'에서 개그맨 김성원이 '천재 싱어송라이터'라는 캐릭터로 오리지널을 꼬아 부르는 공연을 선보인 탓에 원곡의 코러스를 차용한 후 새로운 멜로디를 입힌 방식은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처럼 가사에 은어, 비어를 사용해 젊은 청취자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도 탐탁스럽지 못하다.

랩 음악('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하우스('아주 오래된 연인들'), 인더스트리얼('바보들의 세상') 등으로 발 빠르게 인기를 얻는 풍조를 입수하면서도 그룹의 색채를 분명히 해 왔지만 이번에 행한 두 곡의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은 여러 가수를 통해서도 충분히 접한 형상이라 만족스러움이 덜하다. 미국의 메인스트림 R&B를 기반으로 가스펠 콰이어의 요소와 한국적인 발라드의 정취도 드리운 'Be kind rewind'가 그나마 깔끔한 소화를 보인다.

여전하긴 해도 공일오비답다는 말은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앨범이다. 노선을 확실히 설정하지 못한 채 요즘 유행하는 방식에만 안주하려 하며 예전 팬들을 의식해서 고풍스러운 노래에 발을 살짝 걸치는 안전 지향적인 태도만 표하기 때문이다. 명석함과 산뜻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애매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2011/06 한동윤


덧글

  • 플로렌스 2011/06/27 17:10 #

    옛날 이가희 데뷔앨범 때에도 공일오비가 노래 가사에 은어, 비속어를 지나치게 사용해 나이가 어린층의 공감대를 노리는데에만 열중하는 듯 싶었는데...이번 앨범에도 또 그런 시도를 했나보군요;; 안타깝습니다.
  • 한솔로 2011/06/28 17:31 #

    이가희 참 오랜만에 들어 보는 추억의 이름이네요... 기억도 못할 정도로.
    포미닛이 부른 노래만 그래요. 뭐, 여러모로 안타깝긴 해요.
  • lalala_hana 2011/06/29 10:45 #

    한솔로님 글 완전 공감해요. 네.
  • 한솔로 2011/06/30 12:24 #

    하나 님도 아쉬운 쪽이군요~ 어쩔 수 없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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