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 Lui - Teargirl 원고의 나열

최근 팝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계 뮤지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를 비롯해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며 네티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데이비드 최(David Choi), 어린 나이임에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과시하며 미국 주류 음악계에 당당히 입성한 채리스 펨핀코(Charice Pempengco)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팝 시장에서 동양인 가수들의 진출 가능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한순간에 유행처럼 번진 것은 아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음악 생활을 해 온 아시아계 뮤지션들의 행보가 쌓이고 확장되면서 대대적인 물꼬를 틀 수 있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활동 중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제인 루이(Jane Lui) 또한 아시아계 음악인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조명해야 할 인물 중 하나다.

홍콩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제인 루이는 어린 시절 극도로 내성적이었다고 한다. 친구들도 얼마 없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보냈다. 그때부터 가상의 친구들을 만들거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그런 그녀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했고 이후 진정으로 음악에 열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새천년에 들어서 캘리포니아의 뮤지션들과 합작하며 경력을 쌓은 그녀는 세 장의 앨범을 출시하며 로컬 신의 출중한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데뷔작 <Teargirl>은 서정적이면서도 고혹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토리 에이모스(Tori Amos), 케이트 부시(Kate Bush), 비요크(Bjork) 같은 뮤지션에게 영향 받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팝과 록 사이를 오가는 수록곡들은 쓸쓸함과 야릇함을 동시에 발산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신비감이 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일 듯하다.

열한 편의 노래들은 대체로 다소곳하지만 허스키하고 소울풀한 음성으로 채색된 탓에 깊이가 느껴진다. 스산하고 슬픈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Yellow light', 감성적인 반주에 애절한 보컬을 더해 묘하게 들리는 'Blackest crow', 아름다운 선율로 부드럽고 포근한 기운을 전하는 'Years of roses' 등으로 제인 루이가 지향하는 '맑고 순박한 음악 세계'를 엿보게 된다. 박력 있는 가창과 전기기타 연주로 센 소리를 들려주는 'Playing god'이나 마치 뮤지컬 속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Freddie goodtime'을 통해서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 가능하다.

제인 루이는 케이트 얼(Kate Earl),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짐 비앙코(Jim Bianco) 같은 가수들의 공연에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며 더 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는 중이다. 이미 지역 음악 매체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갖춘 그녀이기에 관심의 부피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정적인 울림을 간직한 피아노 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서서히 펼쳐지고 있다.

2011/04 한동윤

음반 홍보 자료를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