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웃음도 과유불급이 적용될 수 있음을 손수 보여 줬다. 주연, 조연 모두 처음부터 재미있는 대사와 웃긴 행동을 지속해 짧은 간격을 두고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초반에 나온 코믹함을 능가하는 대사, 행동이 부족해 지지부진하게 느껴졌다.
특히 후반에는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서 '액션도 사라지는 마당에 별로 재미있지 않은 웃음의 나열'이라는 허기와 억지의 위험한 피날레를 맞이한다. 그래서 스턴트 배우들의 촬영 장면과 부상당하는 순간으로 만든 엔딩 크레디트는 '솔직히 작품성이 훌륭하지 않은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볼 만했지? 이게 다 영화를 위해서 이렇게 몸을 내던지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야. 스턴트맨들의 어려움을 알아 줬으면 해' 같은 감독의 변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훈훈하고도 약은 마무리였다.
한편으로는 우둔하고 웃긴 결론을 도출한다. 영화 후반부에는 한기수(이민기 분)가 범죄에 심부름꾼으로 이용당한 것이 과거 폭주족 시절에 저지른 의도하지 않은 살인 행위 때문으로 밝혀진다. 폭주로 인해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되고 한 가정의 부인과 아이가 죽는 대형 사고였음에도 한기수에 대한 처벌은 나오지 않는다. (감옥에서 실형을 살았는데 그것이 생략되었을 수도 있겠지) 그 사건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은 그에 대한 복수도 함께해서 한기수를 범죄에 이용하지만 영화에서 한기수는 아무 죄 없는 수하에 불과한 이로 그려진다. 의도된 살인,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만 악인이고 예기하지 못한 채 사람을 죽인 폭주족은 악인이라 보기에는 어렵다는 이상한 주장이 영화에 드리워진다. 악인이라면 폭탄이 장착된 헬멧과 함께 장렬한 최우를 맞이했겠지만 그런 처단은 없었다.
다시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상한 사상 내지는 억지스러운 주장을 잘 포장하고 무마하기 위해 과한 웃음과 현란한 볼거리를 주입한 한국판 이륜차 <스피드>가 되겠다.
덧 1. 김인권이 이민기 잡으려고 경찰 오토바이 뺏어 타고 가다 경찰서에 잡혀 들어왔을 때 고창석이 흥분해서 볼펜으로 찍으려던 장면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의 김인권에 대한 오마주였을까?
덧 2. 터널 양쪽에서 포위당한 상태에서 이민기가 벽과 천장을 타고 탈출하는 장면은 정말 최악이었다.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했는데, 그 비과학적이고 많은 영화에서 우려먹은 식상한 방법이 나와서 허탈함이 컸다.
덧 3. 왜 그 사람은 한기수에게 조개구이를 먹으라고 명령한 것일까? 왜 한기수와 아롬이는 바닷가에서 '나 잡아 봐라' 놀이를 한 걸까? 가장 이해되지 않는 신들.
덧글
는 아니겠지요 ㅎㅎ
케이블에서 하면 이상하게 엉덩이가 안 떨어져요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