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턴 사이드 킥(Eastern Side Kick) - 2nd EP 원고의 나열

허스키한 음성 때문에 언뜻 건조하고 심드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약간은 탁한 소리를 내면서도 마치 울분을 터뜨리는 듯 내지르는 가창을 접수한다면 이전의 판단은 감성적이라는 쪽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 목소리에 두 가지 모습이 혼재돼 있다. 이 밴드의 음악에서 즉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보컬처럼 노랫말도 상반되는 두 가지 느낌을 보유한다. 행동을 이야기하고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는 다소 무뚝뚝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나타내지만 이 안에서 화자는 형용사와 부사를 여러 차례 활용해 사실감을 보충한다. 그래서 단순하지만 대강의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가 전달되는 편이다. 때로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집착한 나머지 전체적인 내용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요소로 말미암아 가사에서도 보컬에서 느낀 두 가지 매력을 다시금 맛보게 된다.

구분되는 성질의 공존이 도드라지는 인디 밴드 이스턴 사이드 킥(Eastern Side Kick)은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 오주환, 기타리스트 류인혁과 고한결, 드러머 고명철, 베이시스트 배상환으로 구성된 5인조 그룹이다. 2010년 초부터 활동을 시작해 같은 해 여름 첫 미니 앨범 < 흑백 만화 도시 >를 발표했고, 최근에는 < EBS 스페이스공감 >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에 선정, <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무대에 서면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약 2년 동안의 자취는 이들의 실력과 경쟁력 있음을 설명한다.

이스턴 사이드 킥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기억하기 쉬운 기타 리프를 들 수 있다. 낡은 사상이 지배하는 세상, 획일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이의 고민이 엿보이는 '무스탕', 일상 속 외로움을 호소하는 '다소 낮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이의 비관적 해탈 같은 '백열램프' 등 수록된 세 곡은 지난 데뷔 EP의 '포도착향음료', '흥겨운 노래'처럼 빨리 인지되는 리프를 새겼다. 분명함과 단조로움이란 고효율 방법론을 밴드는 어느 정도 깨달은 듯 보인다.

부족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컬리스트와 기타리스트를 겸한다고 해도 기타 연주자가 셋인 구성에서 그 인원에 합당할 풍성한 소리가 나오지 않는 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셋이 서로 보완하면서 멜로디와 리듬을 살리고, 경우에 따라서 사운드의 폭을 증가시키는 흐름이 나와야 청취자를 끄는 힘이 생길 텐데 그러한 구성의 확충에는 미진하다.

이번 EP에 이스턴 사이드 킥만의 강점을 비축해 두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귀에 잘 들어오는 기타 연주, 보컬과 가사의 야릇한 성격은 그룹의 주 무기가 되기에 손색없다. 이것들을 잘 가꿔 간다면 존재감을 더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2011/08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2012/09/04 14:07 # 삭제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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