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매 음반의 아쉬움 원고의 나열



최근 국내 음반 시장에는 재발매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신드롬'이란 표현까지 양산하며 당시 팬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 쎄시봉 출신 가수들의 히트곡 모음집을 비롯해 1980년대 국내 헤비메탈 그룹들의 대표곡을 담은 컴필레이션 <프라이데이 애프터눈> 시리즈, 한 레코드사에서 꾸준히 공개하고 있는 옛 가수들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앨범 등 과거를 반추할 수 있는 추억의 작품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대중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즐거운 재회의 장이며, 지금의 10대·20대 음악팬들에게는 한국 대중음악의 찬란했던 한 편을 확인해 보는 신선한 만남이 될 것이다. 전자에 속하든, 후자에 해당하든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재발매 붐의 배경으로 방송 매체,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쎄시봉 친구들은 <놀러와>에 출연하면서 널리 회자됐고 백두산의 김도균, 유현상은 <라디오 스타>를 통해서 80, 90년대에 활동했던 한국 헤비메탈 밴드들에 대한 흥미를 환기했다. 이 덕분에 포크 음악, 록 음악을 다룬 편집 음반 출시가 활발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근래 <남자의 자격>에서 활약하는 김태원 때문인 듯 2000년에 나왔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부활의 7집이 재발매되었으며 그동안 음원 서비스가 되지 않던 김완선의 초기 작품들도 컴백에 맞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즈음에서야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이뤄졌다. 방송, 아니 예능의 힘을 새삼 느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시청률 높은 버라이어티 방송에 가수가 출연하거나 언급되지 않는 이상은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난 음반이라 할지라도 재발매의 대상이 되기 쉽지 않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작도 안 팔리는 마당에 다시 나오는 것만도 대단한 성과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을 봤을 때 어떤 노래나 음반에 대한 재조명, 세월이 흐른 후의 평가가 거의 예능에 의해 성사되고 있다는 점은 씁쓸함을 안긴다.

외적인 요인에 더해 CD 자체가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두 장, 세 장으로 구성된 합본집은 대체로 낮은 가격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다. 그 단가에 맞춰 구성하다 보니 음반의 내실이 풍요로울 리 만무하다. 앨범 속지는 가사만 적혀 있는 낱장에, 제작과 관련한 크레디트 정보는 빠지기 일쑤다. 음반을 구입하는 이들에게는 그 부분 역시 상당히 중요함에도 경제 논리에 이끌려 만드는 탓에 음반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가 소실되는 일이 잦다.

또한, 반짝 인기 있을 때 서둘러 재판을 내놓는 몇몇 음반사의 잇속 빠른 행위도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한 가수가 방송에서 상승 분위기에 올랐을 때 부랴부랴 음반을 찍는 경우가 유독 많다. 유명세에 급급한 나머지 신속한 출시만을 목적에 두는 터라 새로운 곡의 추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발매판과 초기 출품작에 차별을 두는 외국과는 퍽 다른 광경이다.

예전에 즐겨 들었지만 현재 소장하지 않을 때, 그 앨범이 다시 나온다는 소식은 누군가를 설레게 한다. 절판돼서 구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면 기쁨은 더 클 것이다. 음악팬들은 재발매 음반을 통해서 추억과 뜨겁게 상견하며 과거에 접했던 감동을 되새김질한다. 이 역할을 할 작품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예능 방송을 못 탔다는 이유로 멋진 음악임에도 존재감을 드높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판매만을 우선으로 하는 그저 그런 편집의 앨범이 만연하는 것도 안타깝다.

(한동윤)

주간경향 940호


덧글

  • 로사 2011/08/29 23:01 #

    박스셋은 경우가 심하더라구요 ㅠㅠ 블루노트 박스셋 첨 나왔을때 샀다가 그 부실함에 얼마나 실망했던지요. 항의가 빗발쳤던지 재재발매(!)해서 좀더 튼실하게 나온거 보고 내심 엄청 빡쳤었어요...OTL
  • 한솔로 2011/08/30 14:48 #

    그랬군요. 재발매 앨범은 구성 부분이 관건인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면도 중요하지만. 로사 님처럼 먼저 사서 황당한 피해를 입는 일도 있으니 그런 건 진짜 안 좋은 일이고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